먹기

아름다워~두부

fotomani 2022. 10. 25. 13:49

9월 말, 홍제천에서 한강으로 내려와 불광천 쪽으로 걸었습니다.

홍제천변은 새로 단장하여 폭포나 꽃이나 조형물이나 모두 인공적으로 가을빛을 입힌 것처럼 보입니다.

인위적이라 하더라도 삭막하고 쓸쓸한 것보다야 훨씬 낫지요.

이번 가을은 가을 같지도 않게 지나는 느낌인데 

그동안 걷기에서 따릉이 타느라 주변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탓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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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천이 끝나는 곳에서  6호선을 타고 올가미 정점 독바위역에 내려 두부로 유명하다는 <ㅇㄷㄹ두부>로 갑니다.

'ㅇㄷ리'라 하여 직접 손두부 제조법을 전수받은 동네(里) 이름인가 했더니 어머니 이름이라 합니다.

하루 종일 나훈아 노래를 틀어준다 하여 더 유명해진 식당 벽엔

온통 삶의 지혜와 두부 효능과 방명록으로 도배돼 있습니다.

 

두부황태전골과 두부돼지찌개가 있었으나 두부의 순수한 맛을 느끼고 싶어 두부부침과 청국장을 시켰습니다.

깻잎과 반찬이 맛이 있어 짭짤하게 두부에 얹어 먹었습니다.

역시 두부는 뜨끈할 때 먹어야 맛이 배가 됩니다. 막걸리를 부르는 맛입니다.

 

청국장은 냄새가 별로 나지 않는데도 맛은 깊이가 있습니다.

청국장과 비견되는 것이 설렁탕인데 둘 다 맛과 냄새를 모두 갖춘 걸 최근 들어서는 별로 보질 못했습니다.

하긴 요즘 사람들이 고유한 냄새를 좋아하질 않으니 그럴 수도 있겠으나 나는 많이 섭섭합니다.

두부라 하니 2012년 모교 동창회 주최로 용평에서 열렸던 <연아 페스티벌>이 생각납니다.

 

페스티벌엔 싸이가 출연하였는데 출연 교섭은 거의 1년 전쯤 이루어졌을 겁니다. 

그때는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뜨기 바로 직전이어서 우리로썬 로또 맞은 꼴이었지요.

한참 잘나가는 가수가 토요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용평까지 온다는 게 쉽진 않았을 텐데

싸이 아버님이 연대 동문회 요직에 있었고 모교 선배가 부총장으로 계셨으니 몰라라 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덕분에 용평의 가을밤은 '아름다워, 사랑스러워, 갈 데까지 가보는' 바로 그런 밤이 되었습니다.

 

후배들과 카풀해서 새벽에 떠났는데 용평 갈 사람들이 웬 방태산 아침가리 근방까지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두부집이 가려던 식당이었는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이 집에서 먹었던 두부 덕분에

아직까지 그 맛을 되새기며 가끔 두부부침을 해 먹습니다.

 

요즘도 반찬이 이 정도로 나오는지 모르겠으나 두부 전문집치곤 반찬 가짓수가 많고 하나같이 맛깔스러웠습니다.

아~ 이 감자조림 오랜만에 먹어봅니다.

훈련받으러 군의학교에 들어가 처음 받아 본 1식 3찬 군대밥에 발그레한  감자조림이 있었습니다.

'야~ 군대밥 괜찮네~'하며 입 안에 넣고 깨무는 순간 '왜 이렇게 딱딱해?' 꿈은 깨져버렸습니다.

감자조림인 줄 알고 씹은 것은 짠지와 깍두기 절반 상태의 무 쪼가리였습니다.

고춧가루 살짝 뿌린 소금물에 절군 감자조림 같은 깍두기.

고춧가루 살짝 뿌린 깍두기와 콩나물이 물에 만 군대밥과 함께 해장으로 입에 맞을 때쯤 되니

3년 2개월 제대할 때가 되었더랬습니다.

 

번철 위에서 기름에 튀겨지듯 부쳐지는 두부라니... 가끔 집에서 두부 부쳐먹을 때 이 생각이 납니다.

식욕을 돋워주는 사진이지요. 그야말로 겉바속촉,  들기름에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바로 그 맛입니다.

 

잡다한 고기 맛없이 새우젓만으로 간한 듯한 두부전골, 시원하면서도 얼큰한 국물이

헛헛한 식도를 따끈하게 데워주니 숙취가 날아가는 듯합니다.

다음엔 독바위에 다시 가 순두부와 두부김치를 먹어보는 게 어떨까 하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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