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릉이를 타고 시내로 나가도 대개는 아침 일찍 나가는데 이 날(11/19)은 치료 의자가 고장이 나
A/S 때문에 12시경 집을 나왔습니다, 한양대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 전철로
을지로 4가 화공약품점에서 시약을 사고 나니 늦은 점심때입니다.
김치찌개로 유명한 방산시장 은주정으로 가려다 거기서 혼밥이 가능할까 망설이고 있는데
윗 사진 젊은 처자가 내 마음을 읽었는지 골목에서 카톡을 하고 있다가
우리 집 백반 잘한다며 <ㄷㄱㄴㄹ>라는 이색적인 이름의 바로 앞 식당을 가리킵니다.
카톡 채팅방에서 <닥다리로가는길>을 검색, 채널+하시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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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경이 새겨진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니 홀은 거의 만원이었고
점심 때는 온리 백반으로 손님이 빠져나간 테이블은 싹싹 비운 그릇들이 메우고 있었습니다.
문 앞 테이블에 앉자마자 국과 밥, 데친 양배추, 참나물, 명태채 무침, 마늘종, 장조림, 계란 프라이,
고등어구이, 양념간장이 쟁반에 올려진 채로 놓입니다.
공동 플라스틱 그릇에서 김, 김치를 꺼내 놓으니 한상 꽉 들이찹니다.
얼마나 바쁜지 밥공기도 두 개가 겹쳤습니다.
한잔 하지 않을 수 없게 반찬이 푸짐한 백반을 보면 기분 좋습니다. 깨끗이 비울 즈음
문간에서 생선 굽던 아줌씨가 안주가 모자란 것 같았는지 가자미 구이를 더 올려줍니다.
완백하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찻물로 입가심하였습니다.
아줌마들끼리 건네는 대화에서 젊은 처자는 입원 중인 엄마 대타라는 걸 알았는데
조심성 없이 손님께 건네는 말이 불쾌하지 않고 친근감이 느껴지니 그거 참 희한한 말솜씨였습니다.
11월 24일은 마찬가지 코스로 제기동까지 따릉이로 가 평소 가보고 싶었던 동대문 <ㅇㅈ식당>이라는 곳을
개점 시간에 맞춰 가보았습니다. 9시 50분에 도착하니 대기 손님은 없었습니다.
바깥에서 들여다 보이는 주방에서 엄청난 양의 생선 튀김과 반찬들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혼잔데 식사 가능하냐 물으니 잠깐 뜸을 들인 후 괜찮다며 옆 홀로 안내하며 부뚜막 위에 올려진 것 같은
좌식 테이블로 안내합니다. 손님이 많아 그런가 보나 했는데 짐작이 맞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혼자 온 나 말고 홀은 손님들로 꽉 차 버렸습니다.
부뚜막 밥상으로 홀대받는듯했던 감정은 이어 나온 쟁반에 놓인 반찬들로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건더기가 푸짐한 미역국, 맹탕 잡채가 아닌 내용이 실한 잡채, 진미채 무침.
이 집 반찬들 아침 일찍 준비한 게 틀림없습니다. 배추의 아삭함이 살아 있는 겉절이,
무채와 파의 숨이 살아 있는 도토리묵, 오징어와 도라지 무침, 오이 양파 무침.
'이런데 이슬이 하나 까지 않음 그게 사람이야?'
더욱 감동 먹은 것은 세 토막의 고등어가 나왔음에도 여사장님이 튀김 접시를 들고 돌아다니며
리필을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앞 아줌마는 근처 가내업하는 단골손님인지 서로 일상을 주고받으며
검은 봉다리에 반찬까지 따로 챙겨주더군요. 그 아주머니에게 들은 얘기로는 2시에 영업이 끝나면
남은 음식을 낙산 독거노인네들에게 나눔해 드린다고 하네요.
고운 마음으로 더욱 푸짐하고 맛있는 밥상이었습니다. 이 집에서도 싹싹 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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