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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날이 소잡는 날 - 정육점식당 한일회관

fotomani 2010. 8. 13. 12:32

 

 

 

얼마 전 종로5가의 한 음식점을 에쎄랄 클럽에 올렸더니, 어떤 분이 한일회관이란 곳도 괜찮다고 한번 가보라 권유합니다.

 

 

사실 이집은  동대문 종합상가 앞 먹자골목 안에 예전부터 있었던 집인데

이름에 특징이 없어 그냥 지나치곤 했었지요.

2008년도 겨울에 옆집에서 불이 나 새로 지은 건물에 재개업을 한 음식점으로 고기를 썰어 판 것은 작년 말쯤이라 합니다.

 

 

이 사진은 우연히 그 시간에 출근하다 찍은 사진인데

이 불로  비좁은 먹자골목 시장통은 본의 아니게 몇몇 집이 새로 지어지거나 리모델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그마한 수레가 지나다니기도 좁은 골목에 새벽부터 지게차가 건축자재를 나르고 북새통을 이루긴 했지만

그 때문에 그 부근이 몰라보게 깨끗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음식점이 분식집처럼 가짓수가 많아도 좀 불안해집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고기집은 당연히 고기의 선도와 질이 좋아야겠지요

 

입구에는 냉장 쇼케이스가 있고 곁에 커다란 도마를 갖다놓고 거기서 고기를 손질합니다.

육회용 고기입니다.

 

서비스로 나온 간과 천엽

오늘 소가 들어왔다는 걸 증명하듯 간이 윤기가 나고 부드럽습니다.

갑자기 수호지의 노지심이 연상되는...

 

동행한 사람이 육회를 좋아해 육회를 시키니

오늘 소가 들어왔다며 육사시미를 들어 보라 합니다.

윗사진 중 도마에서 손질하는 왼쪽의 검붉은 살로 주나했더니

뜻밖에도  근막과 기름이 약간 보이는 놈으로 가져왔는데 

육질이 매우 좋아 혀에 착 달라붙어 날고기를 씹으며 고소하다고 느낀 것은 매우 오랫만이었습니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육‘사시미’를 뭉티기라고 부릅니다.

소의 볼기를 뭉치라고 하는데

주로 육회로 쓰는 부위가 기름이 적은 볼기살을 써서 뭉티기라 하는 것 아닌가 혼자 짐작해보지요.

고기를 채 썰어 배와 달걀 노른자에 섞어 먹는 걸 육회라 하고 그것과 구별하느라 육사시미라고 이름 지었다면

육사시미보다는 차라리 뭉티기로 부르는게 더 낫겠다고 생각합니다. 

 

소 한마리.

부위 별로 마블링이 잘 된 고기가 나옵니다. 

겉으로 보기에 그럴 듯해도 구으면 기름은 기름대로 돌고 뻣뻣해지는 고기도 있는데 이것은 어떨지...

육즙이 스며나오며 고기가 윤기가 흘러 침샘을 자극하는데

때깔에 걸맞게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나를 실망 시키지 않습니다.

 

절인 깻잎 위에 올라간 파무침과 고기 한점.

파무침은 이렇게 해서 계란 노른자와 섞어 먹어도 맛이 있고

그냥 파에 다시다를 약간 뿌려 숨을 죽여 먹는 것도 맛이 괜찮습니다.

물론 무슨 조미료냐 라고 호통을 치시면 뭐라 할 말 없지만

사람 입맛이라는 게 워낙 간사해서 샛재미라도 보고 싶으시면 이라는 말을 달아 봅니다.

 

 

즉석에서 무쳐 나온 무채 

아삭아삭한 무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 있는데 이런 찬이 하나라도 끼게되면

음식 먹는 재미와 깊이가 더해집니다.

 

나중에 온 손님을 위해 간을 좀 더 갖다 달래니 등골까지 얹어 줍니다.

제가 위압감을 주거나 강요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렇게 갖다주니

맛있게 먹어줘야 예의겠지요.

 

무골호인? 무골호수(無骨好髓)!

눕히면 눕힌대로 세우면 세운대로 그릇모양에 따라 모양이 변화하는 보들보들 야들야들...

사실 등골은 광우병이 사회문제화 된 후 거의 먹지 않던 것인데

입맛의 간사함을 이기지 못하고 오랫만에 한번 먹어봅니다.

입안을 간지럽히듯 미끄러지며 돌아다니는 쾌감이여!

 

함께 나온 장국밥.

내가 간 날이 때마침 소 들어오는 날이어서 그렇게 좋은 고기로 호사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다음에 한번 가보면 금방 알 수 있겠지요.

에쎄랄 회원님 말씀을 듣고 그 근방 들를 일이 있어 장국밥을 한번 미리 시식해 보며

이정도면 크게 밑질 일은 없겠다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동행했던 손님들이 좋아하니 저도 좀 우쭐해지더군요.

아무쪼록 반찬가짓수가 좀 줄더라도 음식맛이 변치 않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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