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작은 음식점 - 소꼴농장
공휴일에 야외로 나가면 산뜻하지만
전날 술이라도 했거나 나가자니 괜히 힘들 것 같아 집에서 빈둥거리고 싶을 때가 있다.
평소 이쁜 짓을 많이 했으면 술나와라 밥나와라 말하지도 않아도 때가 되면 술안주거리가 될만한 밥상이 차려 나오겠지만
어제처럼 전날 폭우가 쏟아져 습기로 불쾌지수가 급속히 상승했을 때는
뭐 별 짓하지도 않았는데 벼락이 떨어지는 수가 있으니
눈치 빠른 가장은 호기를 가장하여 밖에 나가 먹는 게 상책이다.
'뭘 집에서 밥을 해? 그냥 나가서 간단히 먹지!'
그러나 말은 남.자.처.럼. 뱉어놨지만 이게 쉽지 않다.
그동안 이런 식으로 벌써 동네를 한바퀴 섭렵했으니 마땅히 갈 데가 없다.
냉면집, 고기집, 횟집, 감자탕집, 돼지갈비집, 족발집, 심지어 매장에서 먹으면 싸게 해준다는
짜장면 배달집까지...
꼬맹이가 잘 먹는 돼지갈비집은 여름휴가로 문을 닫고
이곳저곳 헤비고 다니기도 싫어 우리집에서 서너 채 건너 뛴 윗집, 동네에 있긴 생뚱맞은 육회집을 들르게 되었다.
가격이 착하지만 불안감이 서서이 밀려온다.
'도대체 저 가격에 어떤 것을 내온다는 것이야?'
소주 1,000?
잘 모르는 곳에서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법은 곁에서 맛있게 먹는 걸 시키는 것이다.
'저걸로 주세요.'
양념 맛이 그리 강하지 않은 묵은지, 그런대로 때깔이 그럴 듯하다.
오~ 차돌백이 2인분. 이거 혹시 돼지고기에서 나온 거 아니야?
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듯이 다시 쳐다본 메뉴판에는 소.차.돌,박,이,라고 분명히 적혀있다.
양이 괜찮다 아니 가격에 비해 너무 많다.
요새는 차돌백이를 대패로 밀듯이 얇게 저며서 먹지만, 지금처럼 고기를 밥처럼 먹지 않았던 오래 전에는
약간 두툼하게 썰어 김치찌개에 넣어 푹 끓이면 찌개국물이 배어들어 야들야들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자글자글 익기 시작하는 차돌백이
차돌백이 기름이 오골쪼골해지며 기름이 흘러 아래쪽 묵은지와 마늘을 익힌다
이집 파절이는 색감이 좋다. 파, 콩나물, 부추가 들어 가는데 비율은 그때그때 다르고 즉석에서 무쳐나온다.
양념 맛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차돌백이와 잘 어울려
이것과 함께 먹으면 속에서 고기의 지방을 분해해 버릴 것 같은 믿음(?)을 준다.
깻잎 위에 올라 간 차돌백이와 친구들
서경석 닮은 코큰 총각 사장님
직접 밥 한그릇을 볶아주는데
먹다 남은 차돌백이와 파절이도 '나도 끼어 주~'한다.
904-7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