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구술국이 모야?
돼지고기로 국물 있는 음식을 만든다면 제일 잘 맞는 것이 김치찌개가 아닐까 합니다.
김치의 시큼하고도 숙성된 매운 맛이 돼지고기의 느끼한 맛과 기름진 맛을 걸러주기 때문일 것인데
그래서 건강을 위해 비개를 떼고 고기만으로 조리를 하지만
역시 돼지고기의 맛은 역시 비개와 껍질이 들어가야 제 맛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어렸을 때 귀여움을 많이 받아서인지 돼지 뼈로 국물을 낸 떡국을 처음 먹어본 게
중학교때 학원 근처 뒷골목에 있는 분식집에서 떡국을 먹어 봤을 때였습니다.
처음 접해보는 맛이라 좀 이상하기는 했어도 먹을 만은 했지요.
집에서는 비지에 삼겹살과 김치를 넣어 먹어 보기는 했지만
비지가 들어 간 음식은 아이들 음식이라기보다는 어른들 음식이어서
그걸 맛있게 들고 있는 어른들을 보면 신기하기조차 하였습니다.
저희는 토요일 점심을 거르고 1시까지 진료를 하지만
조금 잔무를 처리하다보면 금방 2시가 넘어가게 됩니다.
정식으로 밥을 먹자니 저녁이 걸리고 버스 타러가는 길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게 있으면 간단히 배나 채우자 하는 생각으로
동대문 종합시장 앞 먹자골목을 지나가는데
골목에서 골목으로 꺽어져 콩비지라 커다랗게 간판을 달아놓은 집이 보입니다.
그런데 막상 나의 흥미를 끈 것은 골목에 세워놓은 입간판에 써놓은 따구비지와 삶은 돼지고기였습니다.
요샌 별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이름들도 잘 붙여 놓는데
사실 돼지고기 삶은 것이야 돼지고기 삶은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니겠지만
보쌈이나 편육도 아니고 ‘삶은 돼지고기’가 뭡니까?
자리에 앉으니 주문을 받습니다.
메뉴판에는 비지가 주종인듯 김치비지, 김치따구비지, 비지술국, 따구술국 등 술꾼의 입맛을 자극하는 음식이 꽤 있습니다.
‘따구술국!’
‘술 하시게요?’
“술? 주면 좋지?‘
반찬은 그저 그렇습니다만 느끼한 비지를 먹기 좋게 약간 신듯한 열무와 배추김치, 무채와 동치미가 있습니다.
이윽고 나오는 따구술국, 역시 ‘뼉따구’가 많이 들어 있습니다.
하나 건져 작은 접시에 덜어놓고 헤쳐보니 감자국 뼈다귀처럼 잘 흐드러집니다.
양념장에 절은 파와 풋고추 조각을 올려놓고 먹어봅니다.
느끼함은 별로 없고 100프로 단백질이라는 것을 강조하듯 부들부들 잘도 넘어갑니다.
비지와 국물을 한숟깔 퍼서 넣으니 이거 진국입니다.
비지와 뼈국물이 따로 놀지 않고 착 감겨옵니다.
무채를 하나 더 달래서 양념장과 함께 한그릇을 다 비웁니다.
다음에는 떡국을 한번 먹어보며 옛 추억에 한번 젖어봐야겠습니다.
식대를 지불하는데 뒤쪽의 ‘두탕선감(豆湯善鑑)’이라는 글이 눈에 띕니다.
'콩비지의 좋은 본이 되어라' 쯤이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