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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보다 젯밥 - 양평5일장

fotomani 2010. 10. 25. 10:28

 

지난 태풍에 쓰러진 느티나무를 잘라내다 전기톱이 망가져

중도에 방치되었던 것을 어제(10월23일) 친구들의 도움으로 마저 잘라내었다.

물먹은 나무라 무게가 상당하여 애시당초 혼자 힘으로는 될 일도 아니었다.

땔목으로 쓰자니 아깝고 말려 제재하자니 '깜'도 되질 않고 시간되면 소품이나 만들까?

 

 

그러나 친구들과 나무 자르는 일보다는 오랫만에 나온 김에 동쪽 바다까지 가서

회가 한접시 먹고 오고 싶었지만 웬 단풍놀이 차가 그리 많은 지

길에서 시간을 다 보내 마침 장날인 양평장을 둘러본다.

비디오 카메라로 열심히 촬영하고 있는 처녀도 보인다.

 

 

시골 장날이라야 예전처럼 시골 할머니들이 손주 사탕값 마련하려고

마을이야기를 덤으로 묻혀와 채마밭이나 뒷산에서 따온 나물이나 약초를 파는 건 쉽게 볼 수 없고

전문 상인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왠지 뭔가 건져 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쉽게 버릴 수 없는게 시골장날이다.

전철이 개통되면서 출퇴근하기에는 다소 먼 감은 있지만

출근가능한 수도권역으로 편입되서인지 장의 규모가 예전보다 크고 풍성해졌다.

 

 

장이 서는 곳에서는 항상 볼 수 있는 돼지족발.

대개 아침 일찍나와 준비해온 약초국물을 끓이고 삶기 시작해서 점심무렵이면

돼지족발 색깔도 그럴 듯 해지고 김도 펄펄 나며 구수한 냄새로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데

마트에서 파는 시시한 족발보다 차라리 이 족발이 훨씬 맛이 있다.

 

 

아마 공급 받아 파는듯한 닭발, 뼈없는 닭발, 돼지껍데기,

요즘은 매워도 너무 매워 미련 두지않고 지나친다.

차라리 간장닭발이나 닭똥집 소금구이쯤 되면 기웃거려 볼텐데...

 

 

동그랑땡, 별로 기대하지 않고 사먹어 보았는데

값싸면서도 돼지고기가 풍부하게 들어 간 소시지의 쫀득한 맛이 난다.

 

 

즉석에서 튀겨주는 도넛.

그러고 보니 동그랑땡에 도넛에, 세월이 흐르니 시장 먹을거리에도 변화가 생긴다.

솥대용으로 쓰는 알루미늄 함지박에서 초보 장사꾼의 냄새가 나지만 아니 깨끗하니 웰빙 장꾼이라고 해야하나?

어찌됐건 꼬맹이들에겐 인기 만점일 듯.

 

 

 

양평장날하면 버섯이 먼저 떠오르는데 이곳에 버섯이 많아서가 아니고

그 옛날 시장초입에서 뒷산에서 따가지고 온 싸리버섯을 파는 꼬부랑 할머니가 아직도 생각나기 때문이다.

할머니에게 샀던 짙은 갈색의 싸리버섯은 향도 좋아 송이버섯 저리가라일 정도였는데...

정말 송이가 풍년인지 비록 퍼졌지만 이런 장날에 쉽게 볼 수 없는 송이, 능이버섯까지

늘어놓고 팔고 있다.

 

 

 

올 추석에는 날씨가 좋지 않아 퍼렇고 아무 맛도 없는 대추뿐이었는데

이제야 제 색깔과 맛을 찾았다.

 

 

이제는 장판에서 닭냄새도 피우지 않고 닭털 뽑는 기계도 사라지고

도계장에서 받아다 파는 닭뿐이지만

볶음용으로 퍽퍽 칼질을 해주고 있는 떡판도마가 있어 시장분위기를 띄워준다.

 

 

장날 빠질 수 없는 즉석과자

파래가 맛이 있어 가운데 밋밋한 쪽부터 뜯어먹고

맛있는 파래부분은 아껴가며 먹던 꾀재재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웨이퍼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몰랐던 때에  졸깃거리는 당분을 제공해주었던 가.자.

 

 

남한강에서 잡았다는 말은 신뢰가 가진 않지만

차라리 삶아 팔았다면 한 사발 샀을 알이 굵은 다슬기.

 

 

"떨이로 좀 더 드릴께 들여 가~"

 

 

식당에 가서 땀흘린 친구들 저녁을 대접하려고 했는데

결국 여기서 낚이고 만다.

오징어 칼집 내놓은 것 같은 것은 돼지 횡경막인데 주인은 이걸 '도래창'이라고 하였다.

생전 처음 보는 것인데 안먹어 볼 수 있나?

아까 동그랑땡을 곁들여 막걸리 한잔 걸친다.

 

 

장날구경의 진수는 퍼질러 앉아먹는 노점과 막걸리에 있지 않은가?

 

 

양평장에서 도래창이란 희한한 먹을거리를 건졌지만

지역 장마다 독특한 먹을거리가 있는데 익산장(여산장)의 똥짜장,

장날과 장 전날만 여는 삽교 한일식당의 소머리국밥,

언제나 먹을 수 있는 금산장의 콩가루가 덮혀 나오는 원조삼계탕,

봉평 막국수와 올챙이국수 들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장터 먹을거리이다.

 

 

아직도 장날 막걸리는 예전과 다름없이 시큼털털하지만

새까만 눈을 가진  그을리고 주름진 얼굴의 할머니들은 세월의 뒤안길로 묻혀져 버리고 보이질 않는다.

투박스러운 따뜻함이 그리워 장마당을 찾았지만

어쩌겠는가?

소년이었던 내가 벌써 중년에 들어서 버린 걸...

장터의 번잡스러움 속에서 살뜰한 누나가 시집가고 남겨놓은 퀭한 빈자리에 나만 홀로 서있다.

'엉아덜아, 오늘 도래창 괜찮았어? 막걸리 한사발 더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