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낚시가 이렇게 재밌능겨?
“어디야?”
“배 타고 낚시하고 있어.”
“언제 나두 한번 가자.”
그러던 게 차일피일 미루다 지난 토요일(11월 20일) 겨우 성사되었습니다.
그나마 낚시를 가게 된 이유는 무얼 낚아 보겠다는 것보다
지리멸렬한 생활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픈 욕망 때문이었는지 모릅니다.
“뭐 먹을래?”
“우렁쌈밥”
인터넷 상에 맛있게 생긴 우렁쌈장 사진을 올려놓은 집에 전화거니 밥이 다 떨어져 오늘 장사 끝이랍니다.
회는 내일 배에서 잡아먹고 삼겹살이나 먹어 볼까?
잘못 들어왔나 싶었던 삼겹살집은 생고기를 주어서 육질이 좋습니다.
친구는 이 동네 삼겹살집은 모두 얼리지 않은 고기를 준다고 자랑하는데
반찬으로 생각지도 않은 우렁무침이 나와 기어코 우렁각시와 수줍은 상견례를 합니다.
그런데 이 우렁무침이 맛이 있어 한접시 더 달랩니다.
그 까닭은 무침에 들어간 오이 때문이었는데
오이를 살짝 절여 우렁과 함께 무쳐서 오이의 꼬들한 질감이 너무 좋습니다.
한 20년 전쯤 한번 먹어보고 그 맛을 잊지 않고 있던 터인데 우연찮게 맛을 보게 되어 횡재한 기분입니다.
8시 40분에 마량포구에 도착해 낚시방에서
미끼며 바늘, 추 등을 구입합니다.
우리가 타고 나갈 배를 끌어 당기고 있는데
저 퍼렇게 우레탄 코팅해놓은 곳은 미끄러우니 주의해야 합니다.
길이 10여미터 폭 2미터 남짓한 작은 배입니다
구조를 보니 여자가 동승해서는 안 될 것 같지요?
7시쯤 드디어 배는 디젤의 시끄러운 소리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힘차게 내해로 나갑니다.
말은 안하지만 대어를 낚겠다는 일념으로,
뭐, 기대야 어떻게 하든 누가 뭐라겠습니까?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 어선
임해발전소와 부표
친구는 채비에 바쁩니다.
바늘이며 미끼통을 꺼내놓은 것을 보니 오래 전 민물낚시하던 구징구질한 추억이 새삼 떠오릅니다.
'아~ 낚시란게 이랬었지'
요즈음 릴낚시는 배터리를 연결해 줄감는 것은 낚시에 달린 모터로 해결을 하니 편합니다.
나야 뭐, 낚시를 좋아 한다기보다 쏘주 까먹는 재미를 즐기는 편이어서
멍텅구리 낚시 하나 던져놓고 잊을 만하면 건져서 옆구리 꿰서 낚이는 놈, 아가미 꿴 눈먼 놈들을 주워 담는 편이지만
친구와 동승한 낚시꾼은 채는 폼부터 남다릅니다.
떠오르는 해를 등지고 포인트로 갑니다.
사실 오늘은 물때가 제일 안 좋은 날이라 낚시하기엔 안 좋고
낚시배들도 별로 볼 수 없지만 저야 바다에 나온 것만으로도 가슴이 다 시원합니다.
자칭 꾼인 친구가 먼저 한수 낚고
초보 아저씨도 작은 놈으로 하나 잡아내고
고스톱을 잘 치시는 선장님은 1타2매 하고
그럭저럭 아침 2시간여 잡은 고기들이 이 정도입니다.
바다낚시도 민물낚시 같은지 해가 중천에 떠오르자 입질이 전혀 없습니다.
선장님이 고물에서 뭔가 꼬물꼬물 하더니
회와 초고추장을 가지고 옵니다.
주거니 받커니 회가 입안에서 녹습니다요. 녹아~
낚시할 때는 조용하던 내가 진정 술꾼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때입니다.
안 들어갈 것 같은 라면을 국물까지 깨끗히 다 먹고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해서 싸리비로 잘 쓸어놓은
시골집 진흙 안마당 같은데
고기들은 모여서 데모하러 갔는지 전혀 입질이 없으니
에라! 채비를 바꾸고 쭈꾸미나 한번 낚아 봐?
억! 넣자마자 쭈꾸미 부부가 올라 옵니다.
충청도 아지매가 얘기하던 쌀알이 연상됩니다.
나도 잡았다!
기념사진 한장!
잘 잡히진 않아도 태양과 바다와 바람에
머리 속이 개운해지는 것 같습니다.
밤에 서천 어시장에 들러 우럭젓국 해먹을 마른 우럭을 몇 마리 사갖고 서울로!
"한번 멕여줘야 우럭젓국인지 머신지 끓여주지!"
며칠 전 신문에서 보고 혼자 다 아는 체 하던
마눌님의 호통입니다.
http://blog.daum.net/fotomani?t__nil_loginbox=blog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