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속풀이 한번 깜찍하네
제가 음식점을 올려놓으니 어떤 분께서 말씀하십니다.
나는 그렇게 전국을 돌아 다녀도 맛집 대여섯군 데밖에 모르는데
넌 왜 그렇게 매일 올려 놓느냐고요,
그게 다 진짜 맛집이냐는 거지요. 쩝...
사실 그렇습니다.
후배가 병원으로 놀러와서 뭐 먹고 싶냐고 물었더니
제가 한번 올려 놓았던 고등어 구이가 먹고 싶답니다.
저녁때 술자리에선 '이건 아닌데'하며 시켰더니 아니나 다를까 젓가락이 별로 가질 않습니다.
안주로 삼겹살도 껄껄한데 고등어가 아무리 맛있더라도 상승작용 일으킬 리 없지요.
점심밥으로 먹는다든가 아마 안주가 없을 때 고등어 구이 하나 달랑 놓고 먹는다면
그건 괜찮을 지 모릅니다.
저의 병원 골목에 있는 생삼겹살 집입니다.
생삼겹이라고 겉에 써붙여 놓고 막상 들어가면 해동된 삼겹살을 내놓는 집들도 많지요.
낮에 점심 먹으러 나왔다가 멍게비빔밥이라 써붙인 것을 보고 들어 갔었습니다.
서울에서 맛보기 힘든거라 감지덕지 '그저 그런' 멍게 비빔밥을 먹는데
곁눈질 해보니 옆에서 먹는 삼겹살이 그렇게 맛나 보이는겁니다.
'그래 저녁 때 한번 와보자.'
저녁에 겨우 불러 낸 사람이 술을 한잔도 못하는 친구입니다.
저녁 때 밥만 먹으면서 맹숭맹숭 이야기한다는게 술꾼에겐 고역이지요.
그래서 술 안먹는 친구에겐 '칠성'쏘주와 함께 '클라스'는 냅두고 쏘주잔을 갖다 달라 합니다.
돼지고기 값이 너무 올라 이제는 웬만한 수입 쇠고기 뺨칩니다..
모조리 살처분해놓고 뒤늦게 시내버스에선
'익혀 먹으면 괜찮으니 안심하시라'는 안내방송이 흘러 나왔었지요?
웃고 지나쳐 버리기엔 너무나 한심한 현실입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소동 속에서 메뉴판에 칠레산이라 적혀있는 삼겹살도 덩달아 올라서
왜 그러냐 물으니 천연덕스럽게 '수입'이라서 비싸답니다.
이 아줌마도 누굴 닮아가는 모양입니다.
자~ 그럼 이집 고기는 어떤가요?
눈으로만 봐도 육질이 괜찮습니다. 비계가 적은 곳은 잘 손질된 껍데기가 온전히 붙어 있으니 금상첨홥니다.
오~ 그거 김치 한번 시원스레 내옵니다.
부부가 하는 이집은 처음엔 좀 퉁명스러운 것 같아 말 붙이기 힘들더니
몇번 가니 나름대로 싹싹합니다.
기름이 빠지며 노릇노릇하게 익기 시작합니다.
삼겹살로 유명한 다동의 음식점에선 좀 얇게 썰어 쎈불에 기름 쫘악 빼고 바삭하니 구어 먹더군요.
그야 입맛 나름이지요. 제 각각 개성대로 먹는겁니다.
저녁땐 자리가 좁아 바글거립니다.
느끼한 삼겹에는 파와 마늘이 왔다지요.
너무 많이 잡숴서 지하철 옆자리 손님께 민폐 끼치지 않도록
좀 느즈막히 입냄새 없애는 껌 한통 사들고 단물 빠지면 계속 새걸 씹으면서 귀가 하십시오.
그렇다고 또 늦게 들어왔다고 야단맞는 건 제가 책임지진 않습니다.
그새 다 먹고 갈매기살을 시킵니다.
갈매기살은 주문 받고 그 자리에서 다듬는지 좀 시간이 걸려야 나옵니다.
경험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생고기를 썬다는게 칼날이 살았어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르신'들은 분비물이 적어 식도가 깔깔하니 국물이 있어야 안주가 넘어 갑니다.
저희는 새파란데도 버르장머리 없이 김치찌개를 하나 시켜 철판 위에 올려놓고 끓여가며 먹습니다.
조금 후에는 밥을 집어넣어 개밥 될겁니다.
주인장의 서비스입니다. 거의 완탕 같은 수제비인데 속풀이로 그만입니다.
무뚝뚝한 주인장 봐서는 도저히 이런 거 상상도 안돼는데...
이런 걸 보고 뭐라죠? 아! 그런 말이 있었지~
깜찍하네~
이런 건 김치를 잘라 넣고 먹어야 제 맛이지요.
크게 별맛이 있는건 아니지만 술먹고 까칠한 목으로 부들부들 자알 넘어 갑니다.
자아~ 그럼 이런 집은 어떤가요?
맛집이라기 보다는 생고기 제대로 나오고 김치 싱싱하고 깜찍한 속풀이 완탕이 나오는
그런대로 실망 않고 먹을만한 집이다 그말이지요.
오복 02-763-1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