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발톱과 새우젓(낙산공원)
몇주 전 일요일 질코니아(ZrO2-Zirconium Oxide)에 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통상적으로 어금니 보철물을 금합금으로 해왔습니다만
금을 대체할 수 있는 재료로써의 가능성을 뛰어 넘어
심미성, 기능성, 내구성에서 뛰어난 가능성을 지닌 보철물로 여겨지고
CAD, CAM으로 형태를 복제하고 만들어 내니 적합도는 말할 것 없지요.
웰빙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허접한 대학병원 구내식당 밥을 먹고
같이 수강했던 후배에게 이태원-장충동 코스와 명동산책 중 어느 걸 택할래 물었더니
입맛을 쩝쩝 다시며 이태원-장충동 코스를 택합니다.
당연히 족발집이 몰려있는 동네를 떠올린 것이지요.
저마다 원조라네요.
저는 저 2 할머니집 사이 공목에 잇는 평안도 족발집을 잘 가지만
대개 그맛이 그맛입니다.
어정쩡한 시간 4시 조금 넘은 시간인데도 식당에는
등산을 마친 사람, 가족들이 눈에 띕니다.
대중소 중 소자 하나 시키니 쏘주 하나와 그저 그런 밑반찬이 깔립니다.
이북식 동치미라고 보기에는 ...
둘이서 소짜 시키길 잘했습니다.
두사람이 중짜 시켜 다 못먹고 싸가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후배는 '맛있다'를 연발하며 쏘주잔을 낼름낼름 비웁니다.
피부에 좋다는 콜라젠도 쫄깃쫄깃하니 잘 발라 먹을 수 있겠습니다.
제가 족발을 먹으면 발톱부터 먼저 찾는 묘한 버릇이 있습니다.
우리 어릴 때야 점심반찬하면 밑바닥에는 새우젓이 잔뜩인 계란찜,
계란말이, 멸치볶음등이 주종이었지요.
누가 지은 동화인지는 모르겠는데 '왕대포집' 아들이 점심반찬으로
삶은 돼지발톱을 넣어가는 얘기가 있는 동화가 있었습니다.
그 옛날 왕대포집 진열장,
진열장이래야 길쪽으로 한자쯤 비죽 내밀어 유리창이 달린 나무판자 쇼케이스를 만들고
거기에 빨간 '뼁끼'로 왕대포라 적어 놓은 것이지요.
하여간 며칠 동안 그 진열장에서 팔리지 않고 말라 비틀어진 그 복발을
반찬으로 넣어 준겁니다.
그 발톱을 새우젓에 찍어 먹는 걸 얼마나 적나라하게 표현했던지...
그 당시엔 재건(再建) 바람이 불 때이니 풍족하지 못했지요.
미술시간에 도화지, 색종이, 풀, 가위를 준비해오라면
엿장수 가위와 밥풀을 가져오는 아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때니까요.
어린 나이에도 그걸보면 가슴이 뭉클해지곤 했습니다.
한동안 노닥거리다 족발집을 나옵니다.
제가 아침에 운동하고 건너 편을 바라보면 낙산이 보입니다.
저 위에 정자가 보이지요?
TV에서 장소 섭외하는 PD가 손쉽게 서울야경을 감상하기 가장 좋은 곳이라고
적극 추천하는 곳입니다.
아직 밤은 되지 않았지만 정자에서 보이는 경치가 그럴 듯 합니다.
성벽이 허물어지고 달동네가 됐던 곳을 재정비하니 아직도 많은 주택들이 성벽과 붙어있습니다.
그러니 이 꼭대기에도 버스와 승용차가 올라올 수밖에 없지요.
저 꼬마 숙녀들은 성벽 위에서 무얼하고 있는 것일까요?
성밖으로 나와 혜화문 쪽으로 내려갑니다.
전형적인 달동네 가로등이지요.
저 가로등 아니 보안등이 소재로 들어간 소설도 수를 셀 수 없을겁니다.
이제 혜화문, 다 내려왔습니다.
'우리 사우나나 한판할까?'
'형! 그러지 말구 우리 입가심 딱 한잔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