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밥으로 먹긴 너무 아쉽네.
"낮에 전화하신 분이세요? '외부인'이시네, 거봐, 내가 머랬어, 접때 오셨던 분이잖아."
종업원들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하긴 이렇게 골목 속에 자리잡고 있으니 단골이 아니면 '외부인' 취급 받을 만도 합니다.
벌써 두사람 와있습니다.
찾기 힘든 곳이라도 배 고프고 술 고프면 어떻게든 다 찾아오게 돼있습니다.
얼마 전 금요일 친구가 병원에 왔는데 마침 직원들과 점심을 먹는 날이라
방산시장 김치찌개 전문점 은주정으로 갔더니 벌써 너댓팀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리고 있자니 근무시간의 압박때문에 그 뒷골목으로 들어가보았는데 뭘하는 집인지 손님이 바글바글합니다.
기다리던 일행을 끌고 들어가 자리에 앉으니 옆자리에서는 커다란 전골냄비에 뭘 끓여가며 맛있게 먹습니다.
"저거 뭡니까?" 물어보니 오리백숙이랍니다.
얼핏 벽에 붙은 메뉴판을 보니 한마리에 2만 얼마 합니다.
한마리라 써있으니 당연히 그건 줄 알았지요.
'그거 괜찮네' 속으로 생각하며 "여기도 그거 하나 주~" 주문하였더니
백숙은 미리 주문해야 하는데 마침 곁자리 단체손님 것 중 하나가 남았답니다.
그게 바로 요렇게 생겼습니다.
먹어보니 장정 3사람이 충분히 먹을 양입니다. 더구나 나중에 찰밥을 넣어 죽을 해먹으니
밥으로만 먹기엔 너무나 아깝습니다.
나중에 계산을 하려보니 백숙은 5만원이랍니다.
'그러면 그렇지'
그러나 그 정도면 안주로 먹고 배채우기 까지 하는데 괜찮을 것 같아 이집에서 모임을 가져 본 것이지요.
그렇게 딱 한번 갔었는데 '접때 오셨던 분'을 기억하는 걸 보면
제가 한얼굴하는 모양이지요? 헐...
위에 얹혀진 것은 능이버섯이랍니다.
한점 뜯어 능이버섯과 함께 먹어 봅니다.
고기가 푹 익어 노인네들 보양식으로 좋을 듯 합니다.
드디어 찰밥이 나왔습니다.
고기를 다 먹고 밥을 넣습니다.
부추도 함께
정신없이 먹느라 거의 다 먹은 후에나 번쩍 생각나 사진을 찍습니다.
반찬으로 나온 간장에 절인 달래, 이거이 별미로군요.
이것도 얹어놓고 한번 먹어 봐야지요.
배가 많이 고팠었는지 술이 별로 팔리지 않습니다.
일곱명이 4병이라면 아무리 나이를 생각하더라도 역전의 용사들이 좀 그렇지요?
2차는 생략하기로 하고 한마리를 시켜야 된다는 생오리구이를 우겨서 반마리만 시킵니다.
아마 '접때 그분'인 제 얼굴을 보고 선선히 주는 모양입니다.
생오리구이와 함께 먹으라고 멸치젓깔을 줍니다.
야채도 푸짐하게...
자~ 알 구워졌습니다.
염분섭취를 줄이기 위해 멸치는 아주 쬐~끔만 올리고 한점 먹습니다.
오호~ 멸치젓깔과 오리고기와의 궁합이 이럴 줄이야~
마치 삼겹살과 잘 익은 파김치에 견줄만 합니다.
늦게 도착한 옆 테이블에서도 죽을 다 먹었으니 이번엔 양념오리로 '반'마리만...
"그거 보세요. 사람이 몇인데... 한 마리 다 드신다니까~ "
볼멘 소리도 못하고 아줌마가 웃습니다.
겨우 각일병을 채웁니다.
겨우 고거 먹고도 몸이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전화가 옵니다.
"여기 장안집인데요~ 제가 아까 계산을 잘 못했어요~ ㅜㅜ"
아줌마가 무슨 죄인가요? 한 얼굴하는 저때문에 헷갈린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