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산책2- 그땐 그랬지~
그렇게 동대문역사관을 관람하고 근처 벼룩시장으로 향합니다.
(토요산책-1 : http://blog.daum.net/_blog/hdn/ArticleContentsView.do?blogid=0DWnS&articleno=70145&looping=0&longOpen=)
황학동 벼룩시장은 성동공고 뒷골목에서부터 동묘, 신설동 풍물시장까지
넓은 지역에 퍼져있습니다.
그 옛날에 이름을 날리던 올리버 타자기입니다.
특이하게 활자판이 동그랗게 배열되어 있지 않고 양옆으로 세워졌습니다.
회전축이 저렇게 있으면 어떻게 활자가 카본테이프를 찍힐까요?
저의 집에도 장인어른이 쓰시던 제니스라디오가 하나 있습니다.
일본식 주택을 보면 계단밑, 지붕밑 구석구석 뭘 처박아 놓을데가 많습니다.
심지어 법대를 마친 일본청년이 아버지 빵집을 대물려 경영을 한다며 다락방에서 선대에 썼던 가게 간판을
보여주며 자랑스러워 하는 것을 TV로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아파트가 들어오면서 쓸 것이든 못쓸 것이든 새 아파트로 이사 가기만 하면
이전에 쓰던 것은 아낌없이 모두 처분해버리지요.
하긴 아파트에 창고가 있을 리 없으니 무리는 아닙니다만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의 손 때 묻은, 희로애락이 스며든 물건들이 아무렇지 않게
오늘도 어디에선가 '처분'되고 있을겁니다.
언젠간 쓸 것 같아 사서 보관해두면 어디에 있는지 몰라 다시 사고
아까워서 어디에 처박아 두면 벼룩시장이 따로 없이 집안이 온통 고물천지가 돼니
허~ 그거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입니다.
그러나 그런거 걱정할 한가한 때가 아닙니다.
내가 바로 그 고물이 되는거 아닌가를 먼저 걱정해야지요.
어느 오디오마니아가 애지중지하던 물건이 나온 것 같습니다.
아마 살때는 집에 '얼마 안 줬어'했을테니까 가격이나 물어볼 걸 그랬나요?
오른쪽 위 진공관은 KT88 같기도 한데요.
조개탄 난로.
겨울에 함석 양동이 들고 한가득 타와서 불붙이면 운동장에 노오란 연기가 자욱하게 깔렸지요.
저 시민 케인 다운 좀 받으려고 눈에 불을 키고 찾아봐도 없더니만
바로 여기에 있네요.
혹 카수 현인이 아닌가하여 검색을 해보니 그분 맞네요.
'아하~~ 신라에 다다달 바바바아미여~~~'
알텍랜싱 모노모노인 모양입니다.
뒷쪽에는 커다란 스피커통이 있는데 15인치 우퍼콘지가 그냥 펄럭이더군요.
요샌 우리 그런거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풍물시장 앞에는 이렇게 조그마한 공원도 있고요.
칠레산 1865도 있네요.
구경하는데야 머라 그럴 사람 없겠지요.
차마 사진은 올리지 못하지만 색깔이 유치한 플라스틱 완구를 떠올리시면 거의 맞습니다.
옛날엔 미싱이 한 재산이었지요.
구두색깔과 접시색깔이 어찌 이리 절묘하게 매치가 됐을까요?
어릴 때 종로통으로 지나다 보면 문이 없는 담장에 싸여있는 기와집이 있어 궁금했었는데
정문은 큰길가가 아니라 남향으로 뒷골목 쪽에 있어 오늘에야 처음으로 들어가봅니다.
동묘는 동관왕묘의 줄임말로 관우를 기리기 위한 사당입니다.
왠지 가슴이 뜨끔합니다.
정전 본실 내부에는 관우, 장비, 우장군, 왕장군, 조자룡의 조각상이 있다고 합니다만
아쉽게도 문이 꽉 닫혀있어 내부를 볼 수 없습니다.
대신 안내지에 있는 사진으로 감상하지요.
정전의 정면은 전체가 살문으로 뒷면은 중심 1/3정도가 문으로 되어 있고
나머지는 이와같이 벽돌로 쌓고 퇴간에 둘러싸였습니다.
중국 냄새가 물씬 나네요.
지붕 형태로 보면 전실과 후실로 나뉘어진 듯 한데 하나의 건물입니다.
한건물이지만 지붕이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 않아 궁금합니다.
자세히 볼까요?
네~ 서로 떨어져 있네요.
이렇게 되면 비가 올 때 문제가 되겠습니다.
바깥 부분은 빗물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진다 해도 건물 내부쪽은 어떻게 마무리가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동행한 초딩 아자씨가 동대문까장 왔는데 양꼬치를 안먹고 가면 안된다며 성홥니다.
딱 열꼬치 1인분을 통마늘과 함께 먹습니다.
물론 피로도 풀어줘야겠지요.
먹었으니 걸어서 태워야지요? 다시 낙산으로 향합니다.
없을 때야 성곽이고 문화재고 신경쓰질 못하니 성벽에 붙어 달동네가 형성될 수밖에 없지요.
이제 살만해서 문화재 복원이니 보수니 눈을 뜨게 되니
이렇게 성곽을 따라 보상을 해주고 비좁은 도로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수원 화성도 이와 비슷한 분위기의 구간이 있습니다.
역시 낙산, 밤에 보는 성곽과 서울야경은 몇번을 보더라도 질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