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니 좋긴 좋네~
주중에 만나 아무 생각없이 말이 나온 게 잘못이었습니다.
"너 일요일날 뭐해?"
"왜? 산에 갈라구?"
"그래, 불암산이나 한번 가볼까?"
일요일에 지붕으로 올라가 배수구 뚫고 물받이 청소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금요일에 비온다는 일기예보에 덜컥 약속을 하고야 만 것 입니다.
온다는 비는 오질 않고 할 수없이 일요일 아침 일찍 지붕으로 올라가 낙엽으로 막힌 배수구와
물받이를 청소합니다.
약속한 당고개역으로가 올라갈 불암산쪽을 향해 한방 날려봅니다.
산에 올라갈 때 남들도 관자놀이 부근에서 맥동이 증기기관차 엔진처럼 칙칙폭폭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에 깜짝놀라 산에 가는 것을 포기한 지 한 7년여 됩니다.
그러던 것을 지난주부터 얕은 산을 시험적으로 올라가보기로 한 것이지요.
아직도 칙칙폭폭하는 지 보려고요.
다행히 지난 주 아차산은 괜찮아서 조금 더 높은 불암산을 올라가보기로 합니다.
불암산 초입으로 가다보니 좀 욕심이 생깁니다.
올라가다 힘들면 내려올 생각을 하고 발길을 돌려 수락산으로 향합니다.
저런 계단을 보면 확실히 상계동도 해방촌 이태원 못지않게 달동네입니다.
등산로 초입에 붙어있는 등산로 안내판은 그림만 봐도 숨이 찹니다.
길옆의 용굴암인데 문루 양옆에 세워진 잔나비 석상이 귀엽습니다.
전등사 원숭이 (혹은 술집 주모라고도 함)는 목수의 돈을 훔쳐 달아나 추녀를 들고 있지만
이 잔나비는 무엇이 부끄러워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것일까요?
후배가 나에게 생일선물로 준 금한돈 용조각 핸드폰걸이가 생각납니다.
원숭이띠인 후배에게 이 원숭이를 모델삼아 같은 핸드폰걸이를 선물해야겠습니다.
이젠 남들처럼 바위를 타고 지나기 겁이 납니다.
ㅎㄷㄷ ~ 어지러워~~~ 나 옆길로 돌아갈래~
대한민국의 산들은 대개 이런 커다란 화강암 바위가 있어 산의 규모는 작지만
아름다움을 더하는 것 같습니다.
힘은 들지만 올라오길 잘 했습니다.
깨끗한 바위와 소나무 그리고 넓게 펼쳐진 전경.
시원합니다.
"저 꼭대기 넘어가면 밥먹을데 없어, 여기서 먹고 가~"
정상 바로 아래에서는 싸가지고 온 도시락을 먹느라 마치 초등학교 소풍날 같습니다.
엉덩이를 바위에 걸치고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배낭 속에서 꾸역꾸역 뭐가 그리 나오는지 상상도 못하던 먹을거리들이 나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산에서 취사를 금지한 게 언제였던가 궁금합니다.
옛 기사를 찾아보니 산에서 취사금지 시킨 게 불과 20여년 전인 1990년이었군요.
1987년 기사를 보면 지난 8월 문을 연 국립공원 관리공단 북한산 동부관리소
-국립공원 지정이 이것밖에 안되었던가요? -소장의 말을 빌어
"휴일의 산은 거대한 식당입니다. 곳곳에서 고기 굽고 춤추고 술병이 깨지고...
당사자들에겐 행락일지 몰라도 우리들 눈에는 아수라장으로 보입니다."
그랬군요.
그러나 못내 아쉬웠던 사람들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참 서민이 모처럼 휴일을 맞아 가족을 동반하고 아니면 친한 벗들과 함께 혜택받은 자연 속에서
입에 맞는 음식에 흥취를 돋우는 두세잔의 약주 그리고 친밀한 담소를 나누면서 즐기려는 것은
국민의 소박한 행복추구권이다...."
에전엔 없었던 계단도 있고..
이 어린 꼬마도 올라왔군요. 존경스럽습니다.
장암쪽으로 내려가는 길목으론 사람들이 끊임없이 올라와서 한참을 기다립니다.
내려오는 길목엔 참새를 기다리는 방아간이 많습니다.
참새가 그냥 지나칠 수 없지요.
아니 빼았긴 행복추구권을 여기에서 찾아볼랍니다.
두부김치에 정말로 가안단히 막걸리에 맥주를 섞어 만든 맥커리로 목을 축입니다.
근처 사우나나 가서 냉온탕 열처리에 물안마나 하고 들어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