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똑닥이를 사랑해 BoA요.
저에게 똑닥이는 제 가방 안주인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기록과 보관을 잘해서
오래 된 빵집 다락에서 켜켜이 먼지가 쌓인 초창기 간판을 들고 나온다던가
박물관에서 복원하면서 버린 백제 칠지도 녹을 소중하게 보관한다든가 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오지만
우리나라에선 통치 기록물이 폐기되고 있는 거 아닌가하는 의혹성 기사가 나와도
눈 하나 깜짝 안하니 우리나라 사람덜, 증말 화통합니다.
저라도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잊어 버릴까봐 기록을 해야하는데,
그게 익숙칠 않으니 찍기라도 해서 기록을 남겨야지요.
그래서 '이제 찍습니다. 하나아~ 두우울~ 셋!'이 아니라
'찍었어? 언제 찍었어', '아저씨, 여기서 찍으면 안돼요.' 소리가 나오게 분주하게 눌러댑니다.
그게 내 똑닥이의 임무입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제가 가지고 있던 FX33 똑닥이가 고장나서 수리를 보낸 후 받아보니
렌즈 작동시 기계적으로 매끄럽게 작동이 되질 않습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ZS10을 들였었지요.
한동안 잘 쓰다가 초딩친구와 술을 먹다 갑자기 "야 카메라 쓸만한 거 어디서 구할 수 없니?"하고 묻습니다.
내일 마누라랑 해외여행을 가는데 나더러 하루 전에 물으면 어떻게 하라는겁니까?
'그거 나한테 달라'는 얘기로 알아들어야 하나요?
결국 즐거운 마음으로 '강탈'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이럴 땐 정떼기 작업을 해야합니다.
'그래, 그거 접사때 초점이 버벅였어, 왜 그리 무겁구 컸지?'
다시 수리한 옛 카메라를 들고 다니다 며칠전 길가에 벚꽃이 핀 걸보고
가방에서 똑닥이를 꺼내 찍으려니 아뿔사!
그동안 이 똑닥이의 치명적인 약점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가지고 다닐 때 버튼을 디스플레이로 해놓고 다녀야 가방 안에서 흔들리다 on상태로 되어도
액정만 켜졌다 꺼져버리는데 그만 촬영모드로 된 상태에서 on으로 된 모양입니다.
렌즈는 나오다 만 상태에서 꼼짝도 안합니다. 에고, 에고.
저녁 때 집에 들어가 새배터리를 넣고 나면 다시 부활할 것 같기도 한데
지난 번 친구에게 똑닥이를 강탈 당한 건도 있고 해서
지름신이 이때다 싶어 나를 마구마구 유혹하기 시작합니다.
'너무 오래 돼서 어차피 쓰다보면 고장 날거잖아?
이참에 미리 하나 구해놓고 그걸로 쓰고 이건 비상용으로 놔두고...'
지름신의 유혹은 그렇게 집요하고 촉촉하고 감미롭습니다.
ZS10을 가지고 다니면서 부담스러웠던 게 크기와 무게였습니다.
그와 거의 비슷한 스펙이면서 크기가 작고 가벼운 게 FX68이나 FX580이었습니다.
물론 광학줌은 크게 떨어지지만 전 가지고 다니면서 주로 접사를 하므로
아쉽긴 하지만 그게 꼭 필요한 기능은 아닙니다.
일단 2개의 기종으로 정하고 중고시장을 기웃거려 봅니다.
마침 제 근무처 근방에서 직거래하자는 게시물이 4월1일에 올라온 게 있습니다.
문자를 넣어보니 OK.
그래서 제 손에 들어오게 된 FX580입니다.
가로와 높이는 ZS10과 비슷한데 깊이는 2/3로 맘에 듭니다.
주둥이도 가무잡짭한 게 그런대로.
액정은 ZS10처럼 3인치 터치스크린으로 시원합니다.
온오프 스위치가 약간 저항이 있어 가방 속에서 제멋대로 on상태가 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아랫 쪽에서는 웃겨주는 센스도 지니고 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 일본제' ㅋㅋㅋ
접사를 해봅니다. 보정하지 않고 사이즈만 줄인겁니다.
초점부분 크롭. 이 정도면 양호합니다.
가방에 넣고 다닐 때 넣는 케이스. 불편하긴 하지만 센서로 먼지가 들어 가는 걸 방지하는 용도로.
혹은 충격방지용으로. 벨트에 맬 수 있도록 밴드가 없는 게 흠입니다.
평소 스냅을 많이 찍는 사람이 무거운 DSLR카메라를 항상 휴대를 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휴대성이 좋은 똑닥이로
여행을 가거나 할 때는 똑닥이와 다른 카메라를 같이 가지고 다닙니다.
추가로 치과기공소와 소통에도 이용할 수 있는데 위와 같이 shade guide를 형광등 아래든 백열등 아래든
똑 같은 조건 하에서 찍으면 shade를 정하는데 훨씬 편해질 수 있습니다.
105미리 마크로렌즈에 링플래시니 거창하게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카메라는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편하게 이용하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