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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전골의 변신은 죄가 아닙니다.

fotomani 2013. 4. 18. 09:15

 

 

항구에 접안하는 배는 엔진 회전수가 떨어져도 배는 도크를 향애 서서히 밀려가게 마련입니다.

저녁약속이 취소되었다고 이미 발동 걸려버린 갈증이 가라앉을 리 없지요.쩝.

아순대로 후배에게 문자를 넣었더니

어제 양평까지 자전거를 타서 탈수가 되어 국물이 먹고 싶답니다.

ㅇㅋ했다고 후배님이 아무 때나 나오는 그런 쉬운 상대는 절.대.로. 아닙니다.

절묘하게 타이밍이 맞아 떨어진거지요.

 

 

후배님이 감자탕을 엄청 좋아하는 걸 알긴하지만 '온리 감자탕'은 좀 지루합니다.

딴데 눈판다고 안주거리 정도에 지조, 절개, 의리를 갖다 붙이지는 않겠지요.

"삼오집에서 곱창전골 먹자."

삼오집은 제가 곱창구이를 먹으러 가끔 가는 집입니다.

 

 

두리번거리는 걸 보고 "먼저 온 손님이 기다리시는 것 같은데"하며

안내해주는 테이블에는 전부 혼자앉아있는 영감님들 뿐입니다.

"아줌마~ 나 그렇게 봤어? 나 절머~"

남들 다 알고 나만 모르는것은 남녀관계뿐만이 아닙니다.

 

메뉴판에는 대중소가 있는데 아줌마에게 물으니

둘이서 잡술려면 소짜를 들어도 충분하답니다.

속으론 그래도 중자 정도는 먹어줘야 하지 않겠나 했는데 의욉니다.

'머, 모자라면 간천엽을 하나 더 시켜먹지요.'

 

 

국물을 한술 뜬 후배는 '어흐~국물 존네~' 하는데 약간 조미료맛이 납니다.

실비집에서 조미료 운운하면 촌스럽지요.

 

 

곱창전골의 곱창은 당연히 구이보다는 양이 적고 질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바닥에 푸짐하게 콩나물과 두부를 깔아

곱창 양이 적은데서 오는 섭섭함을 달래줍니다.

뭐니머니해도 곱창전골의 진수는 푹 끓으면서 맛이 깊어지는 국물에 있지요.

 

 

그럭저럭 거의 마지막 건데기까지 건져 먹었습니다.

오늘 술은 조금만하고 배채우는데 주력합니다.

 

 

밥을 볶아준다고도 하는데 그건 국물이 별로 필요 없으니 나중에라도 먹을 수 있을겁니다.

라면사리가 국물을 많이 잡아먹으니 짜지지 않게 육수 대신 맹물을 보충합니다. 

팔팔 끓을 때 라면사리 하나 풍덩 집어 넣습니다.

 

 

후배는 어제 에너지를 너무 방출했는지 라면을 다 건져 먹고도 좀 아쉬운 표정입니다.

말은 안하지만 이심전심 국물이 아깝다는데 동의합니다.

"여기 볶음밥 하나!"

"그런데 우린 죽처럼 먹을테니 국물 떠내지 말고 그냥 밥을 붜요."

"그람 짤틴디~"

밥과 다진 김치, 잘게 자른 김이 들어갑니다.

 

 

라면 끓일 때 물을 부어넣어 생각보다 그리 짜진않습니다.

그래도 오늘 밤 물은 좀 키겠지요.  완존 개밥입니다.

혹시라도  나중에 동석한 사람에게 '맛있어, 이 밥 좀 먹어 봐~'한다면

'더럽게 어떻게 개밥을 먹냐'는 소리가 당연히 나오겠지요.

이래서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란 소리가 나오는겁니다.

 

 

맛있기만 합니다.

 

 

마지막까지 안주 삼아 싹싹. 그래봤자 각 일병입니다.

 

 

배가 부르니 이제야 주위를 살펴 볼 여유가 생깁니다.

세상사가 다 그런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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