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신이 강림하셨으니 어쩝니까?
1. 지름신이 강림할라 그럽니다.
여행을 하며 휴대성이 좋은 조그마한 컴퓨터가 하나 있으면
사진파일정리도 그때그때 하고
여행지에 대한 정보도 미리 저장해가지고 다니면 편리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그만 발동이 걸려버린 것은 후배 딸내미 인터넷 강의용 노트북을 골라 주면서였습니다.
(삼성에서 나오는 10인치 넷북입니다. 제 용도에 딱 맞는데 속도가 느립니다.)
마침 내방 인터넷 랜선이 불안정해서 끊기는 경우도 생기니
지름신이 강림하실 조건은 점점 익어만 갑니다.
인터넷이 안 되는 컴퓨터는 그야말로 워드프로세서 아니면 파일저장소 구실밖에 못하는
깡통이나 다름없습니다.
그 다음날은 랜선이 저절로 원상 복구되었으니 당장에 필요하진 않지만
한번 걸린 발동이 쉽게 사그러들 리가 없지요.
그러면서도 ‘열심히 일한 당신, 장난감을 가질 자격이 충분히 있다’라는
유사광고 문구가 자꾸 떠오르는 걸 웬일일까요?
2. 이젠 내손을 떠났습니다.
제가 카메라나 컴퓨터를 전투형으로 쓰는 편이라
제 책상 위의 컴퓨터는 아예 뚜껑이 열려있습니다.
통풍도 잘되고 하드를 뗐다 붙였다 하기 좋고. 어둠의 세계를 그리 많이 드나드는 편도 아닌데
세간에 무슨 바이러스 주의하라는 경고가 뜨면 영락없이 이상해져서
이미지로 백업해놓은 파일로 초기 세팅 상태를 복구하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니
그런 몰골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 불쌍한 내 컴퓨터~
(불쌍한 저의 데스크탑. Athron 듀얼코어, 그래픽은 온보드로, 노병은 살아 있다.)
카메라나 컴퓨터의 라이프 사이클은 너무 짧습니다.
그리고 컴퓨터 성능이 별로 안 좋았을 때는 고성능의 컴퓨터가 필요했지만
고작 문서작성, 웹 서핑, 사진파일 정리, 약간의 포토샵 정도면 일반 컴퓨터로도 충분합니다.
그래서 키덜트 장난감이 아작나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10-20만 원대 중고 ‘자그마한’ 노트북을 고르기로 했습니다.
노트북을 마지막으로 사용한 게 한참 되니 배워야 될 용어도 많습니다.
넷북, 울트라씬, 노트북. 제 용도에 맞추려면 넷북이나 울트라씬에서 구해야할 것 같습니다.
화면크기 10-12인치, CPU는 듀얼 코어 정도, 무게는 가벼우면 좋겠지만 1.5Kg 전후.
3. 장터에 매복해서 찜하기
그런데 장터를 뒤지다 보니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판매자들이 영등포구나 관악구 경기도 서부, 남부 지역에 많다는 겁니다.
디지털단지와 학교, 학원이 그 근방에 밀집되어 있어 그런가요?
판매자의 연령대가 대충 짐작되어 좀 덜 쪽팔리게 내 사무실에서 직거래하자니 쉽질 않습니다.
디자인이 제일 마음에 드는 에이서 1810tz는 강 너머 저 아래 쪽까지 내려오라 그러고,
MSI U230은 대학생인지 문자를 띄우면 하루쯤 있다가 11시쯤에 이제 일어났다고 문자가 옵니다.
속으로 이제 물 건너갔다 치부하고 포기하려는 순간 U230이 하나 올라옵니다.
그런데 거주지가 경기도 남부?
혹시나 해서 종로에서 거래할 수 있겠냐 그러니 내일 오후 2시에 오겠다는 겁니다.
(가로 2미터 정도로 프린트해도 A,B,C부분이 아래보다 더 나은 해상도를 가집니다.)
(A)
(B)
(C)
노트북이라고는 오래 전에 셀러론 바이오를 쓴 적이 있는데
올려놓은 보성차밭 사진처럼 파일 20여개를 붙이는데 작업하고
저장을 하려면 20여분 노트북이 정지돼버려 그동안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지만,
사용기에 보면 그 정도는 ‘깜’도 아니라니 한번 믿어보기로 하지요.
(작은 노트북이지만 자판이 넓직한 게 마음에 듭니다.)
요샌 화면 가로 세로 비율이 보통 16:9 이니
오래 전 4:3 비율 노트북을 쓰던 때와 달리 거의 같은 사이즈인데도 훨씬 크게 보입니다.
게다가 들어보니 1.6Kg의 무게라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
‘뭐? 여자들 핸드백 속에 넣고 다니기 좋다구?’
멀리까지 들고 온 걸 안 살 수도 없어 구입했지만
그 크기와 무게가 나의 어깨를 누릅니다.
4. 길들이기
허겁지겁 거래를 하고나서 U230 리뷰를 읽어보니 이게 웬일입니까?
CPU테스트에 싱글코어로 나옵니다.
‘어? 이게 아니었는데...’
순간 ‘강 너머 저 아래쪽까지 내려가서 1810tz를 구했어야 했나?’
크기와 무게에 덧씌워져 후회가 막급합니다.
그나저나 하드가 C 170기가, D 120기가로 잡혀 있어
평소 C드라이브는 60-70기가 정도로 잡아 썼던지라 그것도 맘에 들지 않습니다.
파티션을 새로 잡는데 DOS로 해야 하는지 다음날 판매자에게 전화를 하며
투정삼아 ‘싱글코어라 그래선지 좀 느리다’했더니 듀얼 코어랍니다.
U230 MV40는 싱글코어 U230 L335은 듀얼 코어랍니다.
그제서야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릴 뻔한 노트북이 조금씩 예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Win7 시스템 관리도구에서 190기가로 잡힌 C드라이브 크기를 줄입니다.)
해상도는 1366X768이 나오지만
나이가 나이인 만큼 보통은 1024X600으로 쓰고 필요할 때만 고해상도로 바꾸고,
C드라이브는 시스템 관리도구에서 볼륨축소로 90기가 정도로 만들고, 기본 프로그램을 깝니다.
복구용 이미지파일까지 만들어 놓으니 겉껍질 보호필름 ‘기스’가 눈에 거슬립니다.
가죽시트지로 옷을 입히니 볼만해졌습니다.
( 보기가 좀 나아졌습니다.)
5. 깡통을 생물로 만들기
이젠 인터넷을 연결해야 할 텐데
사무실에는 유선공유기 밖에 없으니 유무선공유기를 따로 구입해야 하나 하던 차,
‘두드려라, 문이 열릴 것이니..’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스크탑에 USB를 꽂으면
노트북과 무선으로 연결되는 ‘신기한 물건’이 있답니다.
정식 명칭은 USB 무선랜 어댑터입니다.
그림과 같이 인터넷이 가능한 데스크탑에 꽂으면
주위 스마트기기나 무선랜이 가능한 노트북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이 그림을 보고 그냥 사정없이 착각을 해버린거지요.)
(노트북에 USB무선랜 어댑터를 끼우니 공중으로 날라다니던 Wifi신호들을 잡습니다.)
그런데 이게 함정이 있습니다.
이 물건을 인터넷이 되는 데스크탑에 꽂을 경우 주변 Wifi를 잡을 수 있는 기기에서는 연결이 되는데
내 노트북은 Wifi 신호를 못 잡음으로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노트북에 꽂으면 주변에서 발생되는 Wifi 신호는 잡는데
대개는 보안설정이 되어 있으므로 사용을 할 수 없습니다.
저의 경우는 노트북에 꽂아 보안이 걸리지 않은 걸 하나 잡아서 사용을 하였습니다.
난 요새 노트북이 아이패드처럼 Wifi 신호를 잡는 ‘스마트’기기인 줄 알았지~
6. 이젠 뭘 하고 지내지?
이젠 작은 모니터를 보며 인터넷을 할 나이가 아니지요.
인터넷은 데스크탑에서 하고 진료실에 들리지 않게 음악이나 동영상 등을 보거나
여행할 때 꼭 필요하면 지참하는 정도로 만족해야겠지요.
시행착오를 많이 겪긴 했지만 이번에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편의성을 확인해보는 중인 Tag File/Folder Manager중 하나.
신진동횟집 폴더에 키워드로 1수, 막회, 삼성동, 생선회, 등등이 잡혀있습니다.
생선회에 대한 모든 사진을 찾으려면 '생선회'란 태그로 검색을 하면
자동으로 노량진 생선회, 가락동 생선회, 등등 '생선회' 태그가 붙은 사진이 모두 나오는 것이지요.)
다음엔 파일이나 폴더에 태그를 붙여서 사진을 쉽게 찾는 프로그램을 하나 구해야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여행을 가면 130509식으로 날짜와 장소를 붙여
폴더와 파일명을 붙이곤 했는데 (130509_제주, jeju_001),
제주에 가서 오름도 가고 회도 먹고 가족하고도 가니,
폴더나 파일명만 가지고는 일일이 다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기게 마련이지요.
그래서 이런 속성을 ‘제주, 고등어회, 항구식당, 동창’ 등으로 태그해 놓으면 ‘제주‘와 ’회‘라는 키워드로
2011년, 2013년 ‘제주에서 회 먹은 사진’을 한꺼번에 찾을 수 있게 되겠지요.
희망사항입니다.
(이젠 한동안 조용히 ET처럼 모니터 앞에 앉아 감상이나 해보도록 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