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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맞이 손장난 실전 - 스피커통 만들기

fotomani 2013. 9. 22. 15:04

추석 연휴가 너무 깁니다.

피고용인이야 어차피 놀아도 나오는 월급이고 일해도 나오는 월급이니 기왕이면 많이 놀고 싶겠으나,

고용인의 입장은 가슴이 아프지요.

그러나 ‘휴식 뒤에 오히려 능률(실적)이 오른다’는 속설을 철석같이 믿기로 마음먹으며,

어차피 쉬는 거 기분 좋게 뭐 하나 남기자는 심정으로 추석 손장난을 시작합니다.


<첫째 날 . 수>

 

3층 다락방에 묵혀두었던 공구들을 마당으로 끌어내립니다.

같은 층에 창고가 있어도 귀찮은 일인데 일 삼층 간을 오르내리며,

힘이 들어 지네처럼 사람에게도 여러 개의 팔 다리가 있었으면 생각해봅니다.

운반은 한번에 했겠지만 아마 서로 사랑하기는 쉽지 않겠지요?

 

어제 최종도면을 준비해놓았지만

자투리를 이용해서 하는 작업이라 실전에선 수시로 치수가 바뀝니다. 내 마음이지요,

일단 재단을 합니다. 빌려온 슬라이딩 쏘의 소리가 이리 시끄러울 줄이야?

이웃집 눈치가 보이지만 그 집에서도 명절 준비하느라 ‘XX야~' 사람소리가 만만치 않으니

그 소리에 묻히겠지 위안 삼습니다.

판재 간 접합은 목심으로 하기로 하고 목심 들어갈 구멍들을 파는데 오랜만에 하는 일이라 좀 헷갈립니다.

어찌됐건 틀 5개를 짜고 나니 문자가 옵니다.

‘뭐해~?’, ‘작업 해~’, ‘으응, 오래 걸리겠구나~’, ‘아니 괜찮아~’

본가가 이 근방인 초딩친구가 명절 준비하러 오는 날이라 4명이 당구나 한판치자는 말입니다.

 

 

 

(같이 공부하던 대목 동료로부터 빌려온 슬라이딩 쏘. 소리가 엄청 시끄럽습니다.

하지만 이거 없었으면 되지도 않는 테이블쏘 만들어 놓느라 힘이 더 들었을 겁니다.)

 

(조인트 지니라는 목심 구멍 뚫는 디바이스. 저걸 고정해서 뚫으면

같은 위치, 같은 직경으로 뚫을 수 있습니다.

사선접합이 자신없으면 차라리 저게 낫습니다.)

 

 


<둘째 날. 목>

 

이웃에 좀 미안하긴 하지만 아침 8시가 조금 지나,

전후면 배플을 맞춰 넣기 위한 턱따기 작업을 한참하며 작업을 하고 있으려니

-속으로 명절 아침부터 시끄럽게 하는 게 미안하긴 하지만 머, 어제도 괜찮았으니...-

마당으로 작은 패트병 하나가 날라 와 꽂힙니다.

 ‘뭐 이따위가 다 있어?’ 당황하기도 하고 화도 나서 혼잣말로 ‘ㅆ’소리를 내며 그대로 작업을 하려다가,

아닙니다. 소행이야 괘씸하지만 나도 너무 했지요.

지나가던 제비가 목마를까봐 박씨 대신 물병 하나 던져 줬다 치고 옥상으로 철수했습니다.


‘쌔앵~’ 돌아가는 트리머로 턱따는 작업은

조금만 삐끗해도 기껏 만들어 놓은 틀을 먹어 들어가기 때문에 섬세함을 요구합니다.

가끔 하는 작업이니 먹어 들어가는 곳이 생길 수밖에 없지요.

덕분에 마음속으로 미리 정해놓았던 전 후면이 수시로 방향이 바뀝니다.

덜 파먹어 들어간 쪽이 전면이 되어야지요.

1밀리 정도의 유격으로 전면 배플을 끼워 넣어 보니 파 먹혀 들어간 틀과

직선 배플 간의 틈새가 완전 초짜 티를 내고 있습니다.

안되겠습니다. 내일 유격이 없게 꽉 맞춰 넣어야겠습니다.

“나, 밥 먹었는데.... 뭐해?”

어제도 만나 당구를 친 초딩 친구가 ‘또 놀잡니다.’

 

 

(어제 만들어 놓은 '백골' 통들)

 

 

(트리머로 전후 배플이 들어갈 턱따기를 합니다.)

 

 

(모서리도 둥글게 돌아간 내부 턱따기처럼 굴려줍니다.)


<셋째 날. 금>

 

 옥상은 아침인데도 덥습니다.

배플을 틈이 없이 맞추려고 일일이 치수를 재고 일일이 손으로 톱질을 해서 짜 맞추니 보기가 좀 나졌습니다.

뒷면은 떼기 좋게 헐렁하게 하고...

집에 온 사위와 식사를 하고 일찌감치 돌려보낸 후 스피커 유닛이 들어 갈 구멍을 땁니다.

큰 거는 트리머를 이용해서 예쁘게 모양을 내고 작은 것은 가려지니 대충 톱으로 잘라내고...

허허, 이거 난리 났습니다.

사운드바 형태로 만드는 풀레인지 통의 높이가 원래 예상했던 스피커 유닛이 들어가기에 모자랍니다.

부랴부랴 컴퓨터 앞에 앉아 확인해보니 풀레인지 유닛 2가지를 놓고 어느 걸로 할까 망설이고 있던 중,

순간적으로 작은 것으로 착각을 하고 통을 짰던 모양입니다.

할 수 없지요. 좀 사이즈가 작은 유닛을 택해야지요.

미리 사놓지 않은 게 다행이고, 그거라도 들어갈 자리가 되니 다행입니다.

이번엔 제가 문자 띄웁니다. ‘야~ 모하니?’

 

 

(틈없이 짜맞출려면 손으로 톱질해서 맞추는 게 더 정확합니다. 대신 똥고생하는 거지요.)

 

 

(전면 개구부는 붉은 패덕으로 입술처럼 굴려 멋을 냅니다. 아쭈~~우~)

 

 

(딸래미 가족이 온다하니 우선 여기까지 끝내고...)

 

 

(제가 만든 해물잡탕. 물게 해서 누룽지를 넣으면 해물 누룽지탕.

문제는 나밖에 건드리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집사람이 사위를 위해 만든 특선 육회)

 

 

(사돈댁에서 보내온 꽃게)

 

 

(다시 옥상으로.  오늘은 대충 구멍따기까지 합니다.)

 

 


<넷째 날. 토>

어제 자면서 딸에게서 온 문자를 못 본 모양입니다.

어제 키보드 위에 봉투를 놓고 갔다고요.

이제 막 개업을 해서 지들도 돈쓸 곳이 많을 텐데... 마음 씀씀이에 뭉클합니다.


유닛이 들어갈 구멍들을 마저 정리하고 뒷판을 만들어 나사못 박을 자리를 내고 사포질을 합니다.

제가 급한 편이라 끈기를 요하는 사포질과 도색에 좀 약합니다.

마감이 ‘고찔’과 ‘하찔’을 가름해주는 가장 표 나는 작업인데도 말이지요.

옥상작업은 가을인데도 열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한낮은 땡볕이라 일하기 힘든데 오늘은 도색작업이 들어가니 오히려 땡볕이 났겠지요.

그런데, 구름이 꼈습니다. 유닛이 잘 들어가는 지 맞춰보고

빗방울이 떨어질까 들여놨다 내놨다 하며 피니싱 오일 4회 칠해줍니다. 

그동안 어질러 놓았던 공구들도 대충 제 자리에 정리해놓고요.

 

어제 당구를 이기고도 맥주를 산 친구에게 미안하여 문자를 띄웁니다.

‘오늘 연휴 마지막 기념으로 당구 깨져줄 용의가 있슴’

그런데 오늘 손님이 온답니다. 발동이 걸렸으니 준비된 선수라도 불러야겠지요.

깨져줄려고 했더니 마음을 비운 탓인가? 제가 4전 완승했습니다.

 

 

(구멍을 마저 따고 앞뒤 배플까지 다 만들고 사포질을 다 끝낸 후 발가 벗겨서 도열을 시켰습니다.

목욕 시이~~작!) 

 

 

(피니싱 오일로 도색 4회 마치고)

 

 


<연휴 마지막 날. 일>

 

이제 자잘한 것들 마무리해야지요.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는 제가 손 뗀 지 오래인지라 만들 엄두도 못 내고

가지고 있던 싸구려 기성품을 달아 아순대로 그냥 들어봐야겠습니다.

‘그거 뭐 그리 오래 걸리냐’고 말하지만 키트를 조립하는 게 아니라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그 자리에서 해결해 나가는 작업이라 시간이 걸릴 수밖에요.

저도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예를 들어 2웨이 스피커는 아래 미드레인지, 위에 트위터 통이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연결하느냐 하는 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8미리 목심으로 연결한다고 정했지만, 목심을 위에 고정할 것인지 아래에 고정할 것인지?

사이에 전선이 빠져나갈 공간이 필요한데 그 간격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목심(회전축)의 위치는 어디로 정할 것인지? 그때그때 해결해야할 일들이 자잘하게 생깁니다.

이제 유닛을 통에 맞춰보고 수정할 곳 수정하고 네트워크 붙이고 연결하고

그것만도 서너 시간 정도 걸리네요.


누차 얘기하지만 목공작업은 계속해야 경험이 쌓이고 실수를 안 합니다.

안 해보다 하게 되니 예전에 시행착오 겪었던 일을 다시 겪게 되고 공구나 연장 날도 무뎌져 절단면이 뜯깁니다.

가급적 천천히 톱날을 밀어 뜯기는 걸 최소로 하지만 마음대로 되질 않습니다.

그래도 5일간 무의미하게 지나지 않고 완벽하진 않지만 뭘 하나 만들었으니 그걸로 만족해야지요.

 

 

(위 아래 통이 왼쪽처럼 똑바로 서있어야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으면 계속 마음에 걸리지요.

수직으로 구멍을 뚫기 위한 보조기구) 

 

 

(위 아래통이 들러붙어 있으면 그 아래로 전선이 눌리지요.

틈을 만들기 위해 플라스틱 자를 잘라 와셔를 만들어 끼웁니다.

목심은 아래만 목공풀로 고정 시키고 위는 그대로 끼웠습니다.)

 

 

(싸구려 네트워크도 집어넣고, 흡음제, 너도 들어가고...)

 

 

(요렇게 좌우로 많이 벌어지면 듣는 사람 쪽으로 고개도 살랑 돌리고,

고음은 지향성이 있어서요.)

 

 

(전에 만들었던 피어리스, 시어즈 유닛 조합 스피커와 사이좋게 한방!)


완성품을 가지고 내려와 들어보니 예전에 피어리스 830899와 시어스 H625로 만든 2웨이보다

저음과 음압이 준 듯한 느낌이나 명료해진 느낌입니다.

네트워크 튜닝도 하지 않은 스피커에서 이 정도면 그런대로 만족스럽습니다.

 

1호기 : http://yonseidc.com/bbs/view.php?id=gallery&page=2&sn1=&divpage=1&sn=off&ss=on&sc=on&keyword=스피커&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82

2호기 : http://blog.daum.net/_blog/hdn/ArticleContentsView.do?blogid=0DWnS&articleno=70048&looping=0&longOpen=

2호기 : http://blog.daum.net/_blog/hdn/ArticleContentsView.do?blogid=0DWnS&articleno=70033&looping=0&longOpen=

3호기 : http://blog.daum.net/_blog/hdn/ArticleContentsView.do?blogid=0DWnS&articleno=70056&looping=0&longO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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