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갤러리

옛맛 소불고기

fotomani 2013. 10. 7. 10:17

1935년 동아일보 55일자 기사를 보면,

평양 모란대에서 주객들의 고기 굽는 연기로 소나무가 시들고 그 냄새는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어

불고기 옥외영업을 금지키로 하였다는 기사가 나옵니다.

 

이 기사를 보며 칠팔십 년대 북한산이나 도봉산 계곡이 생각나 실소를 금할 수 없었는데

그만큼 고기 굽는 풍습은 역사가 길고 평양냉면집에는 꼭 불고기가 있는 걸로 보아

이북사람들이 좋아하던 음식이었나 봅니다.

그러나 요즈음 먹는 뚝배기 고기, 줄여서 뚝불,

이게 언제부터 불고기 자리를 꿰차고 앉았는지 모르지만

 이북사람이 운영한다는 냉면집에도 이 메뉴가 있으니 그 뻔뻔스러움에는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불고기라면 불맛이 있어야지 끓여 내오는 전골을 불고기라니?

 

 

 

불고기는 우선 불판을 제대로 갖추어야지요.

가운데가 솥뚜껑처럼 봉싯 솟아오르고 구멍을 뚫어 파란 불길이 그 사이로 빠질 수 있게 만든 불판이라야

 불고기의 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거기에 고기가 익으며 불판 가장자리 우묵하게 패인 곳으로 육즙이 육수로 흘러내려와 끓을 때

여기에 평양냉면 사리를 넣어 먹어야 불고기를 제대로 먹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고등 월례회에 이 비슷한 불고기를 먹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이런 저의 생각을 읽었는지 가게 이름도 '옛맛' 서울불고기입니다.

비록 평양냉면은 없지만 그런 불판에 음식 값도 저렴하니 모임장소로는 그만입니다.

음식점으로 가면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동네이니

또 우리와 스타일이 전혀 맞지 않으면 어떨까 걱정이 됐지만

그런대로 함께 뒤섞여 줄만한 분위기입니다.

이 정도면 주객전도에 주제파악을 못해도 한참 못하는 거지만, 뭐 제 멋에 사는 거니깐...

 

 

두 사람이 먼저 가게 되어 간단히 육회와 맥주를 시킵니다.

차가운 돌판 위에 날계란을 얹은 육회가 채 썬 배와 젊은 사람 취향에 맞게 치즈조각까지 곁들여 줍니다.

양으로 비교를 해도 싸다는 종로5가 육회 골목 정도의 양이니 사람이 꼬이게 생겼습니다.

 

 

불판에 1인분 3백그램짜리 불고기 2인분을 올려놓으니 수북합니다.

야채와 함께 단 무게이긴 하겠지만 불만족스럽지 않습니다. 팽이버섯, 양파, 채 썬 대파.

나이는 속일 수 없습니다. 고기가 익으며 육즙이 흘러내려 육수와 함께 끓으니 앞에 앉은 친구가 입맛을 다시며

 여기에 밥 말아 먹으면 좋은데합니다.

냉면 사리 대신 아쉬운 대로 리필해주는 당면까지 끓여먹고

 그냥 지나치면 섭섭할까봐 밥까지 말아먹고서야 음식점을 나섭니다.

 

 

 

기분 좋게 취기가 오르니 젊은이로 가득한 관철동 바닥이 내 집 마당입니다.

이젠 단골집이 된 마당호프로 향합니다.

종로 2가 값비싼 땅에서 천 원짜리 노가리가 있는 집입니다.

천원짜리라 딱딱하겠다구요? 천만의 말씀, 그래도 술꾼들인데 그 정도 맛을 모르겠습니까?

일단 노가리를 시키고 요새 맛들인 닭 날개 튀김을 곁들여 호프로 마감을 합니다.

 

 

 

홈페이지로 가기

http://blog.daum.net/fotom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