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 살어리랐다.-참우리건축협동조합
벌써 20년도 더 된 대목반 동기께 한번 얼굴이나 보게 모임 주선하라 했더니,
참우리건축협동조합이란 사무실 개소식을 한다고 그때 얼굴을 보잡니다.
일생에 자기 마음먹은 대로 집을 하나 짓는다면 그 사람은 몇 % 되지 않는 행운아일 겁니다.
그만큼 자기가 원하는 집을 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현영조라는 사람이 쓴 <집짓는 이야기 요철요>에 보면 ‘부동산의 팔자(?)는 여성의 팔자와 같다.
어떤 임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부동산의 모양(경제성)이 달라진다’
이 책이 90년대 후반에 나와서 망정이지 요새 나왔으면 아마 욕을 바가지로 얻어맞을 지도 모르겠지만,
최종적으로 나에게 들어오는 집(부동산)을 마음에 들게 만든다는 것이
돈만으로도 안 되고 또 아이디어만 있다 해서 되는 것도 아니라는 뜻일 겁니다.
(한옥이라고 옛날 방식으로만 이루어지는 건 아닙니다. 위와 같이 컴퓨터로 캐드로 도면은 물론
기획부터 현장사진까지 찍어 건축과정에서 생기는 모든 작업의 수정 보완 회의에까지 이용됩니다.)
더군다나 한옥은 우리의 전통가옥이면서도 불편함이 없도록 만들려면
한옥과 현대생활양식에 대한 고려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대형냉장고, 대형모니터, 주방기기, 거실집기, 침대, 컴퓨터, 책상들을
옛 방식으로 지은 집에 들여 놓으려면 당장 공간이 부족하겠고,
벽이 얇아 단열과 차음에 문제가 생기는 등 얼추 짐작되는 불편만도 한두 가지가 아닐 겁니다.
그래서 경험이 필요한 것이지요.
요즘 새로 짓는 대형건물들을 보면 박스형의 건물은 보기 힘듭니다.
외관이 사는데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내적충실만큼이나 디자인이 중요해지는 게 추세입니다.
그만큼 돈이 더 들더라도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천편일률적인 서양식 주택보다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겁니다.
그러나 아직도 서양식 주택에 비해 그 수가 많질 않아 실제 한옥에서의 삶의 질은 발전 과정 중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한옥의 장인들이 함께 하는 참우리건축협동조합과 건축가 집단 어반디테일이
여기 혜화동 한옥에서 그 시작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오랫동안 수많은 인간을 품어온 이 땅의 집, 한옥은 정성으로 지은 우리의 주거입니다.
환경과 생활방식의 변화 속에서도 한옥이 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사람이 짓는 집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참우리건축은 사람의 힘을 믿고 인간이 지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집을 짓기 위한 능력 있는 장인들의 모임입니다.
또한 어반디테일은 건축을 바탕으로 삶의 기본에 충실한 계획과 시도를 다양하게 해보고자 합니다.
집은 생명의 그릇입니다. 저희들은 그 생명의 터전을 만들고 가꾸는 일에 정성을 다할 것입니다.‘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도 전통한옥을 해오던 사람들과 현대건축을 전공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
‘사람이 편하게 살 수 있는 제대로 된 한옥’을 만들고자 하는 것일 겁니다.
‘한옥을 만드는 게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협동조합 형식으로
석공, 와공, 대목, 인테리어목공, 실내디자이너, 건축사 등 전 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조합의 주인이자 한마음으로‘ 잘 모였습니다.
정성 들인 한옥을 적정한 가격에 공급하면서도 각 공정별 장인의 능력을 전수하고,
재료의 품질을 개발하며 지어진 집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까지
한 사람의 생애를 넘어서는 집의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는 것이지요.
(한옥의 장점 중 하나는 현장에서는 터작업 만하고 도면에 따라 목작업을 공장에서 일괄적으로 마친 후
현장에서는 조립작업만 하면된다는 것입니다.
소음 등으로 인한 이웃과의 마찰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우리가 좀 더 살기 좋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한옥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참우리건축협동조합. 정태도님의 책)
(국회의사당 영빈관 현장)
(문경 이모씨 댁 현장)
(가회동 이영혜씨 댁. 한옥이 현대주생활에 얼만큼 적용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