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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편이 뭐꼬? - <저피수정회>를 아십니까?

fotomani 2014. 8. 13. 08:47


전 가끔 오향장육을 만들어 먹습니다.  아드님께서 섭섭치 말라고 가끔 칭찬해주고

비록 다른 식구들은 입에도 대지 않는 처지이지만.

오향장육을 만들다 보니 돼지 껍데기로 우족편처럼 만들어 

심심할 때 반찬 삼아 안주 삼아 먹어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자고로 창의성 있는 사람들이 음식도 잘하는 벱입니다.



음식이 완성되면 이름을 뭐라 붙일가 고민하다가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이런,

옛날에도 이런 게 있었습니다.


'저피수정회 [豬皮水晶膾]

돼지가죽을 얇게 썰어 푹 끓여서 체에 밭인 뒤 묵처럼 굳으면 썰어 초장에 찍어 먹는 술안주 

돼지껍질을 고아서 묵처럼 엉기게 한 족편의 일종으로 회처럼 초장을 찍어먹는다.

규합총서와 증보산림경제에는 돼지가죽수정회법 부인필지에 돼지가죽수정회로 되어 있다

증보산림경제에서는 후추와 함께 귤껍질을 넣어 돼지고기의 냄새를 없애는 것이 특이하다.'


내가 처음 고안한 창작요리인 줄 알았더니... 밉다, 미워...

하여간 사람들은 입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지고 못하는 짓이 없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우족편조차 쉽게 볼 수 없으니 '저피 혹은 돼지껍데기 수정회라고

길고도 엄청난 이름을 붙이는 것보다 '거 음식 한번 꺼벙하다.'

혹은 껍데기의 꺼를 써서 '꺼편'이라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이름이야 우찌 됐든 함 만들어 보기로 하였습니다.

요즘은 돼지 껍데기 찾는 사람들이 많아 정육점에선 껍데기를 롤로 말아 팝니다. 값도 무척 싸지요.

쌩 돼지 껍데기는 질겨서 한번 끓여 익힌 다음 손질하는 게 편합니다.

껍데기를 손질하기 좋은 크기로 자른 후 껍데기에 붙은 비계를 말끔히 발라냅니다.



그런 다음 냄비에 넣고 청양고추, 양파, 마늘, 어? 냉장고에 다진 마늘밖에 없네--

아쉰대로 그거라도 집어넣고, 생강도 넣고... 냉장고에 쓸만한 건 모조리 쓸어 담습니다.

아무리 냉장고 청소한다고 케찹을 집어 넣을 사람은 없겠지요?



아차 대파, 오향(보통은 팔각과 계피 정도), 통후추를 빼먹었구나. 부랴부랴 또 집어 넣습니다.



펄펄 끓은 후 건데기를 체에 거르고 돼지껍데기와 국물을 넣고 간장으로 간을 봅니다.

거의 졸아갈 무렵 설탕을 넣습니다. 미리 넣으면 냄비 벽이 더러워지지요.

다진 마늘을 넣었더니 건더기가 좀 보입니다.



국물이 자작하게 되면 반찬통에 비닐주머니를 넣고 만들어진 껍데기를 넣습니다.

비닐주머니 왜 까냐구요?  제가 설거지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지요.

삶의 지혜와 눈치는 MB한테만 있는 게 아닙니다.

상온에 그냥 놓아두어도 굳는데, 그걸 못 참고 하나 둘씩 꺼내 먹게 됩니다.



사진 찍을 때 집사람 눈에 띄면 '꼴값 떨고 있네' 소리 들을까봐 

부랴부랴 대파만 썰어 곁들여 놓았지만

대파를 살짝 데쳐 일본된장(미소)과 버무리거나, 초간장에 다진 마늘, 채썬 대파를 넣어

함께 들면 궁합이 잘 맞습니다.



야밤에 컴퓨터 켜놓고 혼자서 혹시 뭐하고 있을 때도 안성맞춤이고



'꺼편'은 저피 수정회란 이름에 걸맞게 수정처럼 호박빛으로 영롱합니다.

맛이요?  최고지요.  더구나 피부미용에 좋다는 젤라틴 덩어린데...

다음에는 살코기도 좀 들어간 돼지족편이나 우족편에 한번 도전해보아야겠습니다.

실고추와 지단? 당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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