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섬역(서울숲) 돼지갈비골목
제가 ‘진짜’ 돼지갈비에 집착하는 이유는 초짜 대학생이었을 때
국도를 혼자 걷고 있는 나를 불쌍히 여겼는지 낯모르는 젊은 아저씨가 나를 데리고
제주 선창가 대포집으로 데리고 가 사준 돼지 갈비에 대한 추억이
너무 짙게 배어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드럼통 연탄불 위에 걸려있는 석쇠에
커다랗고 투박하게 저민 돼지갈비를 올려놓고 노릇노릇 구워지면
- 아마 그때는 가위를 쓰지 않았는지 잘라먹었던 기억이 없습니다 -
기름이 안 묻도록 사각으로 잘라놓은 싸구려 포장지로 갈비를 잡고 뜯어먹었는데 너무 맛이 있어
‘돼지갈비도 이렇게 맛있는데 소갈비면 얼마나 더 맛있는 걸까?’ 궁금했던 적이 있어 그럴 겁니다.
그만큼 고기가 흔하지 않았던 때 이야기지요.
갈비라면 원래 소갈비살을 이용해 만드는 음식을 이르지만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 비싼 소 대신 돼지로 대체한 것이 서민이 즐겨먹는 돼지갈비입니다.
그래서 돼지갈비집이 장사꾼과 노동자들이 오고갔던 마포나루에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대포집-돼지갈비-서민이 많은 곳’이란 상관관계가 설득력을 가지는 것이지요.
제대로 된 돼지갈비를 이제 거의 볼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엔하위키 미러>에 그럴듯한 해석이 있습니다.
‘삼겹살의 인기열풍이 불기 전까지는 (갈비가) 돼지고기 요리하면 누구나 먼저 떠올리던 인기메뉴였으나
현재는 삼겹살에 밀리는 감이 있다.
삼겹살이 너무 인기 있기 때문에 돼지를 도축하고 부위별로 해체할 때,
삼겹살로 사용될 부위를 과다하게 늘리고자 한 나머지 갈비뼈에 살이 남지 않아
진짜 돼지갈비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그래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돼지갈비는 갈비뼈에 넓적다리살, 목살등의
다른 부위를 식용접착제로 붙여서 왕갈비라고 판매하고 있다.’
그래서 갈비+목살이나, 1-5번까지 갈비가 아닌 살점이 별로 없는 등갈비가
갈비로 행세를 하고 있었네요. 말하자면 돼지갈비 맛 돼지고기에
갈비뼈가 곁다리로 나오는 주객전도된 그런 돼지갈비를 먹고 있었던 겁니다.
<등갈비>, <진짜 돼지갈비> 등을 포스팅하면서도 옛날 먹던 돼지갈비에 가장 근접한 것이
어디엔가 분명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앙금처럼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다가,
언뜻 성수동 정확히는 뚝섬역 근방에 숯불돼지갈비 골목이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 이거 정말 그럴듯합니다.
옛날 뚝섬 경마장부근 -지금도 스크린 경마를 하는 마사회 건물 주변엔 음식점들이 많습니다. -은
서울에서 빠지지 않았던 공장지대이기도 하며,
서민들이 많이 살았던 동네여서 위의 조건에 딱 들어맞습니다.
기대감이 부풀어 오릅니다. 이번 고등모임은 그래서 바로 거기로 할 겁니다.
장사가 얼마나 잘되는지 '
지난해 여름휴가를 가질 못해 2월 중에 그 골목 돼지갈비 집 6곳 중 4곳이 휴가 중이랍니다.
'휴가도 가질 못할 정도에 30분 이상 기다리는 건 예사라는 둥 험한 얘기가 많아
예약을 안 하고 그냥 가려다가 혹시나 하고 예약을 했더니 걱정 말고 오랍니다.
물론 제일 큰집은 아니지요.
겨울이니만큼 길거리에 테이블 펼쳐놓은 곳은 없고 쉬는 곳이 많아 동네가 어둡습니다.
예약했던 <늘봄숯불갈비>는 이웃한 점포를 넓혀 쓰며 손님을 받습니다.
사장님이하 4명 정도 되는 아줌마들이 서빙을 하고 있습니다.
벽에 붙여놓은 메뉴판에는 1인분 3백 그램 1만원이니 양이 꽤 됩니다.
접시에 산처럼 쌓아 가져온 양념갈비는 뼈와 살이 일단 한 덩어리로 붙어있고
고기의 질감이 갈비살에 틀림없습니다.
요즘 관심을 가지고 보니 갈비살은 다른 부위보다 탄력이 있어 양념이 밴다해도 탱글한 느낌을 줍니다.
얼마 전 마포 최대포집에서 먹었던 돼지갈비가 그런 느낌에 가까웠습니다.
양념은 불고기 양념에 가깝고, 마늘 다진 것 같은 입자가 많이 보입니다.
그리 자극적이지 않은 그러나 달싸한 양념에 색깔이 그리 짙지도 않아 마음에 듭니다.
나이가 든 아줌마들에 새로 들어온 아줌마 들이라, 주문이나 리필은 불친절한 게 아니라
조직적으로 싹싹한 대응을 하지 못하니 두세 번 소리쳐야 하는 건 예사입니다.
강남의 깔끔한 음식점이 아니라 대포집, 실비집이 돼서 그러려니 하면 그것도 안주거리가 됩니다.
대신 따로 얘기하질 않아도 파절이 넉넉하게 갖다 주니 그걸로 보상받았다 칩니다.
오늘 맛있게 먹었습니다.
가만 보니 이 골목 갈비집들이 짬짜미하지 않고 밑반찬이나 가격책정이 조금씩 다른 것 같습니다.
다음에 서울숲 산책 나왔다 다시 들러봐야겠습니다.
***어제 제일 추운 날 서울 숲을 산책하고 낮에 가본 결과 문을 연 곳은 한곳도
없었습니다. 휴일이라 그런 건지 원래 오후 5시 30분부터
영업을 하는 것인지 아직 확인을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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