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순대국-굴뚝집
제가 수유시장에 가끔 간다는 걸 몇 번 알려드렸지요?
하루는 <대중집>이라는 식당에서 편육을 사는데 그 옆 <굴뚝집>에서 순대국 포장을
주문하던 아줌마가 '이 집 순대국에 맛 들이면 다른 집 거 못먹어요'합니다.
대개 그런 말은 낚시꾼 말처럼 뻥이 있어 신뢰감이 떨어지는데도 호기심은 자극됩니다.
하긴 순대국에서 날고 뛰어야 순대국 아니겠습니까? 순대국을 궁중음식이라고
할 수야 없지요. 갖은 뼈를 고아 국물 내고 거기에 쓸만한 고기 덩이는 없고
내장이며 젯상에 쓰던 머릿고기등 온갖 잡고기를 한데 넣고 끓이는
그야말로 무지렁이가 먹는 음석인데 지가 달라봐야 얼마나 다르다고?
그래도 어느 날 퇴근하다 그 집을 들릅니다. 창문 안쪽에는 소쿠리에 내장과
머리고기를 담아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뚝배기나 접시에 썰어서 담아냅니다.
저 팔 근육 좋은 아저씨가 사실은 구부정한 70이 넘은 노인네 사장님입니다.
'특은 뭐고 보통은 뭡니까?' 고기의 양이 다르답니다. 순대국 보통 하나 시킵니다.
들깨가 푸짐하게 들어간 순대국이 나왔습니다.
들깨를 거두고 젓가락으로 술안주겸 건건이를 집어 먹는데, 한 병을 다 비웠는데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아껴먹지 않아도 되는 반가운 현상입니다.
거기에 이 집 순대국 끓이는 냄새는 잘 끓이는 설렁탕처럼 깊은 냄새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온갖 잡뼈에 머릿고기와 뼈도 들어가서 그럴까요?
이렇게 국물 냄새와 맛이 괜찮은 순대국으로 광장시장 <종로식당>이 있긴 하지만
양은 여길 따라오기 힘들겠습니다.
그럼 이게 얼말까요? 보통이 이러면 특은 얼마나 더 얹어 주겠다고?
곁에서 새끼보를 시켜 맛있게 먹는 걸 보며 다음엔 저걸 한번 먹어봐야겠다 벼릅니다.
얼마 뒤 쉬는 날, 친구들을 꼬여서 다시 들릅니다. 모양은 좀 거시기하지만 기름끼 없고
보들보들 담백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맛이 있는 건 아닙니다.
내친 김에 편육도 시킵니다. 여기 편육들은 다 공장표일텐데 제 단골집보다 맛이 덜합니다.
왜 그럴까요? 아-- 새우젓 맛이 다릅니다.
짜지 않도록 설탕과 물로 간을 보는데도 옆집 맛이 안납니다. 미원을 조금 넣어야 되나?
그렇다고 편육 따로 옆집에서 먹고 올 수도 없고.
여하튼 이집은 밥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순대국, 오로지 순대국이로구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