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이면 끓일수록 우정이 우러나는 안주
고등 동창들과의 모임을 위해 오랜만에 국일관 골목의 종로설렁탕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원래 집, 그 바로 곁에 또 하나의 종로 설렁탕,
그리고 몇 집 건너 또 종로 설렁탕, 무려 3군데서 영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욕심이 많은거야? 서비스 차원인거야?'
이 집은 제가 설렁탕을 먹기 위해 가끔 가던 곳인데 (http://blog.daum.net/fotomani/70336)
소위 가성비가 좋은 곳입니다. 설렁탕(특)은 푸짐해서 반주하기 딱 좋다는 뜻이지요.
원래 집에 예약을 했더니 몇 집 건너 깨끗한 집에 자리를 마련해놓았습니다. 굳, 굳.
이 정도면 '빠고다 공원' 티가 덜 나지요?
이 집 전골 메뉴로는 모듬수육전골, 꼬리수육전골, 우족수육전골 등 3가지가 있는데,
크기에 따라 비싸면 5만원 전후 싸면 4만원 전후에 비록 수입육이지만
푸짐하게 들어가니 나중에 사지가 비틀어질 지언정, 우리처럼 연식이 된 사람들은
크게 괘념치 않는 듯 보입니다. 하긴 일본 관광도 가니...
제가 일본식 쇠고기 전골인 스키야끼나 샤브샤브는 정성이 들어가 있질 않은 듯해서
잘 먹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 수육전골 만큼은 고기가 두툼하고 푸짐해서
생색만 내는듯한 깍쟁이 기분이 별로 나질 않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목이 깔깔해서 구워먹는 거 싫어할 때도 되었지요.
수육은 익혀서 나오긴 하지만 팔팔 끓을 때까지 채소를 스을슬 건져 듭니다.
전골이 끓기 시작하니 가위가 슬쩍 나타나 고기를 사정없이 솎닥질해댑니다.
가위는 이제 정식으로 테이블 식기의 하나로 등록해도 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좀 흉칙하고 섬뜩한 상상이 들긴 하지만...
전골에는 많은 반찬이 필요없습니다. 건건이가 없어지면 건더기를 보충하면 되고
육수가 모자라면 국물을 보충하고 사람이 더 오면 두개 다 넣어 끓이면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변함없는 우정이 우러나니
비오는 날 둘러앉아 김 올리며 끓이면서 술 한잔하기 딱 좋은 음식입니다.
큰 거 하나로 4명이 약간 모자란 듯한데 고기 한 접시 더 시키고 국수를 시켜
겉절이 배추김치와 함께 들면 다음 날 아침까지 속이 든드은합니다.
<종로 설렁탕 02-2271-3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