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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파가 사랑한 고기

fotomani 2016. 3. 8. 08:26


동파육의 유래는 여러가지 있으나 대개 소동파와 관련있습니다.

미식가이기도 한 소동파는 '약한 불과 적은 물로 오랫동안 푹 삶아야제대로 된 맛이 나온다.'

라는 레시피를 싯구에도 넣었을 만큼 동포러우(동파육)을 즐겼다고 합니다.



전 소동파는 아니지만 남이 맛있게 먹는 요리를 '저거 어떻게 안주거리가 안될까?'

궁리해보는 정도는 됩니다. 

자, 정육점으로 가서 가급적 비계가 적은 놈으로 고릅니다.



색감을 내느라 한번 삶은 고기를 프라이팬에서 설탕이 노릇해질 때 고기를 넣고

갈색 설탕물을 입힙니다. (캐러멜라이징)

동파육은 부드러워서 나중에 자를 때 짖뭉개질까봐 미리 어느 정도 

칼집을 내놓았습니다.



다시 각종 양념과 향신료를 넣고 삶습니다.



푹 삶아졌지요?



비주얼은 좋은데 이거 웬 일입니까? 보들보들 젤리나 푸딩처럼 흔들흔들해야 할 

동파육이 꾸둘꾸둘합니다. 뭐가 잘못됐을까?

캐러멜라이징 시킬 때 프라이팬에서 불을 많이 먹었던가 압력솥으로 해서 육질이 굳었던가.

색감을 위해 일차 삶은 고기에 캐러멜을 입혀 튀기거나 설탕을 프라이팬에 녹여

설탕옷 입히는 건 역시 고수나 할 일입니다. 느긋하게 시간을 들여 졸여 줘야 하는데

쫓기듯 압력솥에 했으니... 소동파의 레시피에 귀를 기울여야 되는 건데~

제겐 아무 거나 안주거리가 되니 먹어줄 만은 한데 그렇다고 동파육이 되는 건 아닙니다.



다음 날, 서울 7코스를 돌면서 어떻게 하면 부들부들 동파육을 만들어 볼까나 궁리를 하다

결국 삼겹살을 다시 삽니다. 아예 '부들부들'을 위해서 비계가 많은 놈으로 사려다

'아서라 포크 밸리가 아니라 휴먼 밸리(belly)가 되긋다~'

비계가 적은 놈으로 삽니다. 

마늘, 대파, 양파, 생강, 팔각, 중국산 홍고추, 홍산초, 청산초, 계피가루 조금, 통후추.

캐러멜라이징은 건너뛰어서 노두유로 색깔내고 진간장 4 스푼, 설탕 조금.



일차 삶은 물을 버리고 위 양념을 넣고 푸욱 끓입니다.  일단 끓으면 중불로.

전 중불에 2시간여 삶아 냈습니다.

젓가락으로 건들여 보니 '부들부들'에 거의 근접했습니다. 껍데기는 야들거리고

살코기도 물렀습니다.  체에 육수를 거르고 고기도 일단 건져놓고, 

육수 조금에 전분을 풀어 점도를 맞춰 소스를 만듭니다. 



네에, 이제야 동파육으로써 육질을 비스무리 갖췄습니다.

마치 달콤한 젤리 코팅을 얹은 카스테라 같습니다.



입에 넣으니 남아 있는 게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아 아까울 정도입니다.

'어제 것보다 훨 야들해서 입안에 드가자마자 살살 녹으니 빨리 갖다 먹으라 전해라'

돼지고기 요리는 동파육 외에도 비슷한 조리법으로 모가(毛家) 홍소육이 있는데

毛는 마오를 이름입니다. 저도 하나 맹글어 도근(덕은)육이라 칭해볼까요?

이름값이 아직 그렇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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