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같은 후배님들과 함께 아구를
선배 같은 후배님들께서 마포까지 오라십니다. 아구 수육 잘하는 집이 있답니다.
그런데 아구가 맞는가요? 아귀가 맞는가요? 아귀(표준말)=아구=물텀벙이=아뀌랍니다.
여하튼 6시 30분에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놓겠답니다.
수육이라니 오래 전 부산에서 아구회를 먹은 적이 있는데 불현듯 그 생각이 납니다.
밑반찬들이 몇 가지 깔리고 아구 주둥이를 고아 만든 편육이 맛보기로 나옵니다.
대리석 문양이나 모자이크 같습니다. 뽀얀 게 젤라틴이 좀 부족한 듯 하지요?
이건 제가 만들었던 소힘줄 편육인데 편육은 이처럼 투명한 젤라틴 성분이 많아야
탄성이 있고 식감이 좋지요.
어찌됐건 맛만 좋으면 됩니다.
이거 찍어먹는 장은 밍밍하지 않은 다른 걸 줬으면 더 좋을 듯했는데...
호박전입니다. 호박을 갈아 밀가루 반죽을 했나요? 새로운 맛입니다.
지름 30 cm 정도 되는 접시에 드디어 기다리던 수육이 나왔습니다.
콩나물과 미더덕이 잔뜩 들어간 찜과 달리 담백해보입니다.
아구 간이 대체 얼마나 큰 건지? 이거 간땡이 부은 놈 아닙니까?
우선 커다란 간을 나누어 줍니다. 홍어애만큼 부드럽진 않지만 간이야 간이지 어딜 갑니까?
역시 부드럽고 깊이있는 풍부한 맛을 뿜어 줍니다.
요 위에 올려놓은 것은 위장인 것 같은데 쫀득쫀득합니다.
이건 뭘까요? 식돌까요?
아구 살이 다른 생선들처럼 결 따라 쉽게 흐뜨러지질 않지요.
눈으로만 봐도 등뼈에 붙은 살이 탱글탱글할 것 같습니다.
음식이 식으니 나머지를 뚝배기에 넣어 다시 끓여줍니다.
왠지 모르게 이게 더 먹음직해 보이는군요.
선배같은 후배님들입니다. 이집 실내 깔끔하지요?
아구 맛이야 굴비나 고등어처럼 살 맛보다는 씹히는 맛이 더하지요.
불교에서 말하는 지옥 가운데 하나가 아귀계랍니다. 생전에 먹을 것과 관련해 죄를 짓거나
동물을 학대하거나 스님을 모독한 사람은 다 이곳에 떨어져 아귀가 된답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지요. ㅋ
다음 주 고등 모임 1수인데 이거 한번 더 먹어 볼까요?
술하면 한가닥하시는 후배님들이라 밥은 그만 두고 공덕시장 전집으로 갑니다.
5호선 타고 동대문역사박물관역에 내려 4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그만
광나루역까지 갔습니다. 아구에 홀려서 잠시 지옥에 떨어졌었나요?
다음엔 고등모임의 아구수육과 회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