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홀려 찾은 부안 직소폭포
직소폭포를 안 것은 바로 며칠 전 신문기사를 보고 난 후입니다.
남들 다 안다는 직소폭포를 그 흔한 이름의 직소폭포인 줄 알고 있다가 산벚꽃이 연록색
숲속에 단풍처럼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그 계곡 사진에 반하여 이렇게 찾게 된 것이지요.
<춘변산추내장>이라나요?
부안삼절(扶安三絶). 매창 이계생(1573~1609)과 촌은 유희경(1545~1636), 28세의
차이에도 사랑이 가능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품는다면 속물근성 맞지요?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하는가
천 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
마침 엊그제 비가 왔습니다. 외국의 거창한 폭포를 접한 분들께 겨우
비가 와야 그야말로 폭포수를 보여주는 그런 폭포야 '애개~'겠지만
초입부터 애기 단풍과 수락석출의 아기자기한 지형은 단순한 비아냥거리가 아닙니다.
부정하고 싶어도 우리 뿌리가 바로 거기에 있는 걸요.
남들은 벌써 다 와봤다는 이곳을 나는 왜 이제야 알았을까?
비록 웅장하지 않으나 범접하지 못할 귀티와 순결함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흔히 보지 못하는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드디어 시야가 터지며 이런 산골에 이런 호수가? 부농담이란 저수지입니다.
오른쪽 기슭을 자세히 보시면 산책로가 보입니다.
바로 윗사진을 찍은 곳이 바로 저 바위 위 전망대입니다.
희끗희끗 사람이 보이지요?
보기만 해도 마음이 절로 편안해지는, 시간이 허락된다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계속 바라만 보고 싶습니다.
드디어 직소폭포가 나옵니다.
커다란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물. 높이 대략 30 미터랍니다. 직관적으로 여근곡에
틀림없습니다. 이 정도면 사랑과 풍요에 관한 전설 하나쯤 있게 마련인데...
요즘엔 없는 얘기도 만들어 스토리텔링의 여행을 강조하게 마련입니다.
꼭 나쁘게 볼 필요 없지요. 여행이 바로 셀프 힐링 아닙니까?
폭포수는 소을 이루고 그 아래 암반을 흘러 내리며 또 작은 폭포를 만듭니다.
요즘은 이렇게 전망대를 만들어 놓아 이국적인 풍경도 연출하고요.
십수년 전 진도 부속섬 조도에 서남해 다도해를 볼 수 있는 전망대를 이렇게 만들어 놓아
그 풍경에 홀려 부나비처럼 조도까지 들어갔다 아입니꺼?
직소폭포 입구에 탐방로가 그려진 표지판이 있는데 아무리 보아도 관음봉이니 세봉 등
봉우리 이름은 보여도 능가산이니 변산이니 하는 산 이름은 보이질 않습니다.
<한국의 산하>에 들어가보니 능가산은 따로 없고 변산을 능가산, 영주산, 봉래산이라
불렀다고 하네요. 그래서 입구에 봉래구곡이라는 사진이 붙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근처 친구에게 빌붙어 게살무침을 얻어 먹었습니다.
나도 식당에서 꺼내기엔 약간 과한 술을 깠으니 입만 가지고 다닌다 흉보지 마십시오.
1인분에 두세마리 분 게살이 들어간다는군요.
밑반찬으로 나온 푸짐한 해물이 맘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