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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식해

fotomani 2016. 6. 14. 08:16



지난 5월 말 광화문 광장에서 통일박람회가 열린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여러 행사를 하지만 그중에서도 제 흥미를 끈 것은 <남북음식 한마당>이라는 행사였습니다.

막상 행사장에 가보니 도대체 주장하는 게 무언지 영 알 길 없는 행사였습니다. 

저마다 생각하는 통일이 한결같진 않겠지만, 급조한 오일장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건 차치하고 행사장이라 할 것도 없는 부스 서너 개짜리  남북음식 행사장(?),

농마국수는 30명 단체 손님 걸 주문받아서 다 떨어졌다고 하질 않나, 두개 3천원에 팔던

 두부밥은 휘익 둘러보고 오니 3개에 5천원으로 인상, 게다가 단무지 한 조각도 없이

그것만 달랑 팔고 있습니다.

이거 다 세금으로 하는 행사일텐데 이렇게 성의없이 치뤄도 되나?

하긴 저 같은 무지렁이가 세계 평화에 대한 깊은 뜻을 어찌 알겠습니까?



농마국수는 녹말 면으로 만든 국수로 함흥냉면의 원조라 할 수 있습니다.

농마는 강원도나 함경도 고원지대에서 많이 나는 감자로 만든 녹말을 이르는 말인데 

이걸로 국수를 만들어 동치미국물에 말아 먹었다고 합니다.

또한 비빔국수인 회국수는 여기에 명태살이나 명태식해를 얹어 나오는데

명태회냉면은 지금도 강원도나 서울에서도 종종 볼 수 있지요.

함흥냉면의 모태격이라니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한번 먹어 보려다 겨우 30인분 주문에 

맥없이 품절이 되어 나의 기대를 허공으로 날려보냈습니다. 말이나 하지 말지, 그것 참!

아쉬움에 지난 번 포스팅 까르보나라에서 선보인 명태식해 만드는 썰을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어차피 식해를 만들려면 생선을 좀 말려야 합니다. 그래서 아예 코다리를 쓰겠습니다.

코다리를 먹기 좋게 썰고요. 누군 가시를 다 제거하라는데 그거 제거하려고 조물딱거리다간

살이 다 헤집니다. 그래서 발라 잡수실 때 조심하라는 경구 하나 붙이고 그냥 뼈 째로.



무채와 당근은 하루 절인 겁니다. 약간 두툼하게 썰어서 무의 질감이 좀 오래 가도록 하겠습니다.

코다리에 채썬 마늘, 다진 마늘, 홍고추도 좀 넣고 설탕도 좀 뿌릴까요?

밤이나 잣이나 대추가 있으면 더 존디~



찹쌀조밥을 고두밥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약간 진밥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찹쌀의 역할이 오묘합니다. 조는 쉽게 불 질 않는데 찹쌀밥이 엿기름에 

제 몸을 살라, 단맛과 윤기와 찰기를 남기고 아름답게 사라집니다.



엿기름과 고춧가루를 더 집어 넣고 소금을 약간씩 넣으며 간을 봅니다.



이틀 간 서늘한 곳에 두었더니, 가자미 식해와 달리 살에 쉽게 맛이 배이며

촉촉한 국물이 나고 기대 이상으로 비주얼이 좋습니다.

이건 며칠 더 삭힌 겁니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금방 부친 두부와 함께 하니 안주나 밥으로 좋습니다.

물론 파 송송 썬 양념장도 있어야지요. 비나 주룩주룩 와주지~



명태회냉면처럼 김치말이 메밀국수에 고명으로 얹어 보았는데 이건 좀 별로네요.

제 입맛엔 국수 따로 식해 따로 먹는 게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전에 먹었던 명태회냉면의 그저그런 인상이 아직도

남아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명태식해 만들면서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새콤달콤하게 삭으며 앞으로 자주 해먹을 것 같습니다.

"기리케 멀뚱허니 텨다 보디만 말구, 날래 맹그러 머거보라."



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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