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둘레길과 중국식 선술집
휴일에 차를 끌고 나가서 걷기는 그렇고 갔던 곳을 또 다시 걷자니 그것도 그렇고
나의 둘레길은 그렇다치고, 매주 북한산, 수락산, 불암산, 사패산, 관악산, 청계산,
대모산을 똑같이 올라가는 사람들 존경스럽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6월 11일 정릉에서 출발해서 청학사를 거쳐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
서촌까지, 6월 19일 일요일 구파발역에서 서오릉을 거쳐 증산역 부근까지.
계절에 따른 변화가 있긴하지만 갔던 곳을 걷자니 지루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전 버섯을 잘 모르는데 이 버섯은 뭔가요?
연 이틀 모임으로 음주한 까닭도 있고, 되는 일도 없어 울적하기도 한데
참나무과 나무들을 잎마름병 때문에 끈끈이 칠한 비닐로 감싸 놓은 것을 보니
마음은 더욱 더 답답해집니다, 작은 풀들은 이슬 내린 것처럼 하얗게 병들어 있고,
나리과의 꽃들과 잡초엔 흰 벌레들까지 ... 방제를 했겠지만 너무 범위가 넓은가?
걷기 끝날 때까지 거의 모든 길섶의 풀들이 다 그렇습니다.
지난 번 방향을 거꾸로 해서 걸었을 때 이곳에서 헛갈려 지축까지 갔었지요.
중간 서오릉쪽 철조망 담장에 열린 문이 있어 문화재 관리구역으로 들어갔습니다.
한적한 오솔길과 야생화로 기분이 좀 나아집니다.
자연석으로 제단을 만들어 놓은 듯 흙을 다듬은 흔적이 있습니다.
다시 둘레길 봉산공원으로 들어섭니다. 자세히 보시면 줄기에 하얀 점이 보일 겁니다.
그게 알인지 벌레인지. 이건 거의 붙지 않은 걸 찍은 건데 예년보다 병충해가
더 심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앞에 십 수 년만에 처음 산에 올라온 듯한 장년 3사람이 떠들며
이 나리과 꽃을 방안에 갖다놓으면 지린내가 진동하니 꺽지 말라더군요. 그런가요?
나무 껍질이 민밋한 팥배나무 단지.
이제 대낮에 걷기 힘이 듭니다. 숙취로 몸은 천근이지 갈증은 나지 배낭 속 맥주는
아직도 얼음이라 물을 곁에 두고도 갈증으로 초죽음입니다.
가지고 있던 칼로 맥주캔 목을 따 컵처럼 얼음 슬러시 맥주를 마시니
비로소 비오듯 쏟아지던 땀과 갈증이 사그러듭니다. 그래도 잔머리 굴려서 해갈은 하네요.
증산역 부근에서 연남동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점심 먹으러 들어간 집. <대만야시>
대만식 안주 8천원? 이거 완존 포장마차네.
가게 간판의 반은 이품포자(二品包子), 나머지 반은 대만야시라 써있던데
이 게 한 가게 두 업종, 점포쉐어링이라기 보다도 하나의 주인이 하는 거 같습니다.
메뉴가 생소해 도움을 청하니 딤섬 샤오마이와 통만두를 권합니다.
가만보니 포자에서는 만두, 야시에서는 안주거리를 시켜야 할 듯 합니다.
실패하지 않게 낯익은 군만두와 술안주로 해물짬뽕탕을 시킵니다.
그런데 이집 군만두, 퀄리티 정말 좋습니다. 바싹한 껍질에 육즙 풍부하고 맛이 깊은...
일단 맛있다 정평있는 방학동 수정궁보다 더 속이 부드러운 느낌입니다.
안주가 좋으니 그냥 지나칠 수 없지요.
그래서 칭따오와 하얼빈 하나씩 시킵니다. 기분좋은 큰 사이즈에 5천원과 3천원.
하얼빈은 칭따오에 비해 청량감 있는 약간 가벼운 맛입니다.
술안주로 나온 해물짬뽕탕. 짬뽕은 대만 음식이 아니라 한국 음식 맞지요?
그래서인지 익숙지 않은 맵지 않고 심심한 국물, 그러나 해물은 실한 편입니다.
면 아래 당면도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싱겁고 빨갛기만하고 얼큰하지 않은
국물이 훌훌 떠 마시고 있자니 해장으로 은근히 당깁니다.
이 양반 혼자 들어와서 안주 두개 시켜서 사이다 캔 하나 놓고 잡숫고 나갑니다.
이것만 해도 배가 부른데 언제 이곳에 다시 오겠나 싶어 한참 망서리다
완자튀김 작은 거 하나 시킵니다. 난자완스와 비슷한 거겠지 하고 시켰으나
어묵완자와 두부입니다. 마치 일본음식처럼 깔끔하고 담백하니 맛있었지만
이집 대표메뉴는 역시 만두류인 것 같습니다.
배가 땅땅하지만 어째 다시 찾아갈 것 같은 기분.
닥다리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