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국, 메밀칼국수 - 하단
시원한 메밀국수가 땅기는 날씨입니다.
누가 성북동 하단이란 곳을 가봤냐 묻습니다. 시원하게 메밀국수 먹자 얘기를 했더니
나온 말입니다. 글쎄 명문막국수는 가봤는데 이곳은 처음입니다.
줄서서 기다리는 고역을 감내하리라 생각했는데 다행히 줄은 서질 않았습니다.
오래 된 집 같은데 유리문에 느닷없이 Opening Hours 에 Break Time 까지?
Since는 없나?
벽에는 알듯 모를 듯한 탁본까지 걸려있고.
하단(下端)은 지명으로 평양시 외곽에 있는 작은 마을이랍니다.
줄서서 기다리진 않았지만 주문 후 상당히 오래 기다려서 나온 만두국.
상에 내려놓는데 국물 냄새 정말 기가 막힙니다. 양지로 국물을 낸 깊고 구수한 향이 일품입니다.
이걸 접할 수 있다는 것만해도 본전은 뽑은 것 같습니다.
만두 하나 뜯어볼까요? 국물맛은 이 만두소에서도 흘러나온 듯 합니다.
국물맛 못지 않게 만두의 비주얼, 맛 그만입니다. 안주로 먹기엔 양도 적고 국물도
충분치 못하지만, 결국 유혹을 못이기고 쏘주 한 병 시킵니다.
만두는 아껴가며 반찬으로 나온 약간 신듯한 열무김치와 깍두기를 안주로 먹으며,
더 달래니 남길까봐 양을 맞춰나온 거랍니다. 남기면 혼나나요?
이윽고 <메밀 냉칼국수>가 나옵니다. 양? 적습니다. 또 아껴먹어야겠습니다.
고명으로 나온 냉면김치 오랫만입니다.
그런데 제 입맛에는 육수는 그저 그런, 애들 입맛에 맞춘 평범한 맛입니다.
대신 면맛은 부드럽고 찰기가 느껴지는 식감이 참으로 좋습니다.
기다린 보람 있습니다.
한소리 들을까봐 반찬 남기지 않았습니다.
제가 보기엔 메밀 냉칼국수보다는 만두국이 더 나은 듯하고
혼자 가서 만두국과 칼국수 한 그릇씩 시켜도 남기지 않고 들 양일 듯합니다.
제가 면류는 잘 먹습니다. 결국 나와서 부침개로 술한잔 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