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사계(四季)
대학 동문 다른 기수(期數)들은 잘도 모이더구만 우리 기는 유난히도 모이기 힘듭니다.
지난 달 동기 아들 결혼식에서 몇 명이 만난 김에 '이제 나이도 들어가는데 뭐하냐?
1년에 네 번만이라도 한번 모여보자'라고 의견을 모아봤습니다.
우리 기가 4회, 1년에 4번, 춘하추동, 춘분, 하지, 추분, 동지 그렇게 네 번 모여보자.
그래서 모임 이름도 사계(四季), 포시즌, 이름 조옷타~
전에 종로에 있는 해신탕에서 실망해서 이번엔 충무로 <어부의 전설>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평일에 나오기 힘들다는 동기가 있었으나 이번엔 처음이라 3월 21일 춘분에 강행했습니다.
이집은 청량리 모 횟집 아구회에 실망하고 여기서 상처를 달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또 종로에서 뺨맞고 충무로에서 푸는 셈입니다.
뭘 시키면 좋냐고 물으며 中자 시키겠다고 하니 문어가 들어간 大자가 나을 것 같답니다.
6명이 해신탕 둘시키는 게 많은 듯 했으나 간만에 푸짐하게 먹자고 그냥 둘 주문합니다.
대가리를 눌러 놓았던 접시를 들고 물이 튀지 않게 뜨거운 뮥수로 샤워를 시킵니다.
밭에 난 구멍에 아무 생각없이 뜨거운 물줄기를 뿜어 넣으면 뱀이 튀어나오는 수가 있는데
마치 그것처럼 난데없이 뜨거운 물 세례를 받으니 얌전하던 문어가 대가리를 세우며
솟구치듯 승질을 부리며 몸부림을 칩니다. 그러더니 몇 분을 못 버티고 사그러 듭니다.
아~ 잔인한 인간덜~~
그렇게 생을 마감한 문어는 챱챱이가 돼 돌아와 탕 속으로 들어가려는 걸 그대로
숙회로 먹기로 합니다. 남의 일 아닌 듯 뭐가 생각나는 듯 '숙연하게' 쳐다보지도 못하던
친구는 낼름 한 점 집더니 샤브샤브처럼 육수에 데쳐 먹습니다.
맥없이 힘도 못쓰고 사그러드는 걸 내 일처럼 보던 건 싸악 잊어버리고 잘도 듭니다.
그 많던 걸 다 먹고 국수를 하나씩 시켜 넣습니다.
확실히 이 집, 푸짐하고 싱싱합니다.
플레이팅
서비스로 주는 산낙지
어르신들 건강하시라고 홍삼진액도 하나씩
우리 사진 좀 찍어 주소~ 이집 실세 며느리입니다.
짤깍
2차는 간단히 커피로, 이제 술 실력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다음엔 주말로 날을 잡아 더 늙기 전에 한번이라도 더 봐야겠습니다.
완소모 사계가 될지? 빛 좋은 개살구가 될지?
닥다리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