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포원, 둘레길 또 기승전먹
서울 창포원은 도봉산역 뒤에 있습니다.
수락산 자락으로 들어가는 서울 둘레길의 시발점이기도 합니다.
붓꽃과 창포의 개화시기는 각각 5-6월, 6-7월이니 지금은 좀 이르긴 하지만
대신 튤립이 피어 있네요.
또한 철쭉이 한창입니다.
옥잠화도 무성하고요.
할미꽃입니다. 야산에서 포복을 하고 있는데 떼장 사이로 한송이 살며시 머리를 내밀어
문득 집 생각이 나며 코끝이 찡해졌다는...
그 할미의 얼굴입니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가봐야 할 이유가 생기네요.
마침 일요일이라 등산객으로 횡단보도가 꽉 차버립니다.
나도 같이 건너서 북한산 둘레길로 들어섭니다.
때늦은 진달래도 피어 있고요.
조팝나무도 꽃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휘엉청 피어 있습니다.
고사목을 이용한 둘레길입니다.
정의공주 묘역을 지나고 연산군 묘로 들어섭니다.
연산군(燕山君)은 왜 연산왕이 아니고 군일까요?
당연히 왕노릇 도중 폐출됐기 때문에 군으로 강봉(降封)된 것으로 사후에 붙여진 묘호(廟號)지요.
연산군과 광해군은 끝내 복위 되지 못하고 능묘(陵廟)에도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지금 봄인가요? 가을인가요?
바로 곁 원당샘 공원입니다. 집 곁에 이런 곳이 있으면 정말 행복하지요.
또 기승전먹. 우이동 솔밭근린공원 옆에 있는 막국수집입니다.
저렴합니다. 막국수 6 천원 곱배기 8 천원. 제육무침, 닭무침, 각각 1 만원.
나중에 무침에 쏘주 한 병 까야겠네요.
막국수는 대부분 국수 맛보다 양념 맛이어서 전 비빔에 육수를 잔뜩 부어
고춧가루를 반쯤 침전시킨 다음 시원, 매콤, 달콤하게 후울훌 먹는 편입니다.
그런데 먹으며 보니 '으응? 이거 면 맛이 장난이 아닌데?'
그래서 이번엔 물막국수를 시킵니다.
6천원짜리에서 육수 맛까지 고급진 걸 기대할 순 없지만 역시 면 맛은 기대를 져버리지 않습니다.
주인장에게 면 맛 좋다 칭찬해주니 요즘 사람들은 면을 제대로 뽑질 못한답니다.
메밀 함량만의 문제는 아닌 듯한데 숨기는 것 같진 않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습니다.
아는 척하며 어거지로 밀어부치면 열받아서 이실직고하기 마련인데 노인장답게 노련합니다.
젓가락으로 편육과 냉면김치와 면을 함께 떠 입안에 집어넣고
대접을 들어 양 볼이 부풀도록 입안에 국물을 들이 부으며 후울훌 먹습니다.
평양냉면은 원래 그렇게 먹는 겁니다.
요즘 편육을 두 점밖에 주질 않아 그 짓을 두 번밖에 못해 그렇지...
대신 냉면김치를 더 달래서 편육대신 폼나게 먹습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