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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굳 더배드 디어글리

fotomani 2017. 7. 11. 09:30

"오늘 오실 거에요?"

"네? 그럼 당연히 가지요. 그런데 지금 예약시간에서 1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전홥니까?"

"원탁 테이블을 원하는 손님이 계셔서 오시나 하고요?"

"뭐라고요? 그렇다고 이렇게 전화해도 되는 겁니까?"

"예약하고 안 오시는 손님도 있어서요."



무슨 상술이 이리 얇팍하냐?

아무리 주 고객의 평균 연령의 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지는 나이들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그래도 종로통인데...  나 곱게 늙고 싶어, 인상쓰게 하지 마~



시간 맞추느라 치는 당구 알도 간발의 차이로 비껴 나가  열 받는데 기름을 들이 붓습니다.

나도 그렇지 '원탁 테이블 아니라도 돼요'하면 간단히 해결 될 껄.

당구가 죄이거나 관용이 없어지는 나이가 죄이거나.



한달음에 뛰어가 약속 시간 1분도 지나지 않아 그런 식으로 물어보는 법이 어디 있느냤드니

그런 것도 물어보지 못하냡니다.

말이야 틀릴 바 없으나 이쯤 되면 한번 해보자는 거지요?



이 시간에 동기들과의 모임을 쾌속정처럼 방향을 틀어 다른 곳으로 정할 수도 없고,

흥분하면 손해본다는 걸 경험으로 잘 알고 있으면서도 묵직한 유조선은 

정한 방향대로 미련퉁이처럼 도크로 끌려 들어갑니다. 



그 잘난 원탁 테이블은 미어터지라는 듯이 좁은 방 한가운데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비가 와서 방안은 눅눅하고 문 기둥의 손때는 유난히 눈에 띕니다.

평시엔 맛만 좋으면 다 눈감아 줄 일들이 하나하나 트집거리가 됩니다.



회원 중 한 사람이 오랫만에 중국음식 먹어보고 싶다해서 고른 집인데 영 아니올시답니다.

좀 더 좋은 거 시켜 먹을라 했던 마음도 주인 할마씨의 어거지를 듣는 순간 싹 사라집니다.

그래도 마음 착한 나의 본성은 숨기지 못하고 '기본'으로 시킵니다. 

오향장육, 유산슬, 라조기, 스프(계란탕), 고추잡채와 꽃빵  A코스, 두 세트.



주인 할마씨를 안주로 씹어 먹다가 '별 거 아닌 거로 치부하려던' 음식에 스을슬 빠져 듭니다.

이젠 에어컨도 좀 나오고 처음 방안에 들어왔을 때의 불쾌감이나 불결함이

알콜끼와 친구들과의 얘기에 '히히' 희석되어 날아가 버립니다.



할마씨 보기 싫으니 젊은 알바 아가씨더러 서빙하라 그러고 

연태고량주까지 시켜 계란탕으로 마무리합니다. 



생각보다 양도 많고 맛도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뭔가 하나 더 시켜 먹고 마무리 할까 합니다.

굳은 표정으로 양장피 하나 추가!

더굿 더배드 더어글리에는 착한 놈이나 나쁜 놈이나 기준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정통 서부극의 권선징악이 아니라 누가 좋은 놈인지 나쁜 놈인지 헷갈리게 만드는데

마카로니 웨스턴의 묘미가 있습니다.

'가면은 이제 벗어 놔, 그저 본능을 따라 가~ ' 시가 문 입가에 슬쩍 비웃음을 띄우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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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다리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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