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을 숙성해서 굽는다굽쇼?
수유시장은 제 집 근방에 있어 가끔 들리는 곳이고 이미 제 블로그에 몇 번 얘기된 곳입니다.
이곳엔 은근히 그럴 듯한 '만만한' 식당들이 많습니다.
혼밥하기 좋고 부근에 사는 허물없는 친구와 함께 들러 반주하기 좋다는 뜻이지요.
모자가 함께 운영하는데 남산에서 함께 찍어 걸어놓은 사진을 보니 총각임에 틀림없습니다.
시장 밥집치곤 드물게 셀프 반찬코너까지 있습니다.
또한 문옆 주방 테이블에는 단촐하나마 식재료가 깨끗히 준비돼있습니다.
접시가 비좁은 관계로 아직도 올려놓지 못한 반찬이 3가지나 됩니다.
어묵볶음, 계란말이, 무채, 빠져서는 안되는 '벤또'용 빨간 소시지 달걀부침.
주문한 게 나오기 전에 심심풀이로 홀짝거리다 보니 반찬이 반절 비었습니다.
고등어가 구워질 동안 먹으려고 빨리 준비되는 김치찌개를 주문했습니다.
찌개는 미리 푹 익혀진 김치와 돼지고기를 뚝배기에 담고 듬직한 두부 한 덩어리에
고추가루와 파를 얹져 끓이는 것이라 빨리 손님상으로 나옵니다.
돼지고기는 보쌈처럼 익힌 것을 사용하는가 봅니다.
물론 미원 맛이 나지요.
드디어 고등어가 나왔습니다. 칼집을 듬성듬성 넣어 먹음직스럽게 구워졌습니다.
종로 피마골에 유명하다는 생선구이집에서 고등어를 시키니 살이 물러 터지고
맛이 약간 갔습니다. 낮에는 안된다는 반주를 종이컵에 따라 마실 수 있게 한 배려에
감지덕지 끽소리 않고 먹다가 곁으로 주인이 지나가길래 조용히 한번 맛을 보라 했더니
숙성이 너무 돼서 그런 거라고 미리 얘기했으면 바꿔드렸을텐데...
그럼 그 고등어구이는 누가 먹구? 간고등어도 아니고 날고등어를 숙성시켜 구워요??
정 우기는데야 할 수 없지요.
돌려 눕혀 놓으니 약간 노르스름한 데 강황을 발라 그렇답니다.
식재료를 파는 상인들 상대하는 시장에선 선도가 약간만 떨어져도 팔리지 않지요.
간고등어가 아니라 겉은 짭짤하고 속은 심심, 따끈한 것이 맘에 쏙 듭니다.
기왕 구이로 먹는다면 간고등어보다는 굵은 소금을 뿌린 날고등어구이가 좋지요.
그러나 간고등어도 안동에 내려가 먹는 간고등어는 날고등어 못지 않습니다.
인천 연안부두 어시장에 갔더니 '뱃자반'이란 게 있습니다. 배오징어와 마찬가지로
배에서 잡자마자 자반으로 맹근 건가요? 그래야 염장 숙성일 겁니다.
요즘 카레엔 강황이 상당량 들어 있습니다.
과립형 카레를 뿌리고 오일로 문지르거나 그냥 문질러 퍼지게 한 후 굽습니다.
이렇게 하면 비린 맛이 많이 줄어들지요.
내가 만들어도 감탄할 만큼 상당한 퀄리티로 구워졌는데 역시 생선은 선도입니다.
제가 먹어 본 바로는 홍은동 인왕시장 고등어구이와 종로 5가 보령약국 옆 골목
<ㅌ 생선구이> 고등어가 제일 맛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쏘주와 안주 호흡을 못 맞췄습니다. 애꿎은 반찬만 작살낼 수도 없고
뚝불 하나 시킵니다. 후딱 나옵니다. 뭉텅 뭉텅이 들은 고기.
반찬과 김치찌개는 양념이 좀 많은 듯하지만 고등어 구이는 수작입니다.
또 혼밥 혼술집 명단에 올립니다. 그러나 이번엔 혼술이 아닙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