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 달랑 다섯 장에 추가 천 원?
창신동은 이미 봉제거리가 조성되고 서울성곽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 곳이지만 바로 곁에 창신골목시장이라는 먹거리 위주의
재래시장이 있어 또 하나의 명소가 되고 있습니다.
매운 돼지 족발로 유명한 곳이지만 그 외에도 갈비, 회, 전, 닭, 중국 요리 등 상상할 수
있는 시장 음식들과 인도 파키스탄 요리까지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달동네를 끼고 있는 시장의 속성이란 게 하루라도 쉴 수 없는 생명줄 같은 곳입니다.
그러니 다른 시장들처럼 번듯하게 치장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오롯이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것이 사람을 끄는 매력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병원에 찾아온 고딩 동기에게 3구 스트레이트로 3판 내리 지고 이색적인 곳으로
한번 가보자 해서 찾은 창신동 골목시장 <고기와 찌개마을>이라는 집입니다.
1인분에 1만 4천이나 1만 3천으로 올리고 나서 요지부동인데 이 집은 1만원?
얄팍한 돼지 불고기를 한뼘 조그마한 접시에 그 흔한 배추 김치도 없이 깻잎 달랑 다섯 장
기본으로 내주고 되게 양심적인 듯 요새 채소 값이 올라 양해하시라며
추가 깻잎 한 접시를 천 원 받는 곳도 있는데 가격 무척 착합니다.
깻잎 다섯 장 씩 세어서 작은 접시에 올려놓는 곳은 대한민국에 저 집 하날겁니다.
종로 어느 참치집에서 밑반찬으로 나온 꽁치 반 토막을 아껴 먹은 후로
시장 밥집에서 '귀한' 깻잎 아껴가며 먹기는 그 때가 처음입니다.
고기 질도 좋고 함께 나온 반찬들도 파 김치, 우거지 볶음 등 나름 괜찮습니다.
햇감자 나오는 계절이라 하더라도 오랜만에 보는 이런 '집'반찬들은 늘 반갑습니다.
불 맛을 보기 시작하면서 구수한 냄새를 풍기던 삼겹살이 드디어 다 익었습니다.
상치와 깻닢, 마늘과 파 김치와 함께 먹는 삼겹살 맛은 기대를 버리지 않는군요.
푸짐한 것 같던 고기는 금새 바닥을 보여 다시 추가하고 밥을 볶아 달랍니다.
서비스 된장찌개도 구색 갖추기 멀건 찌개가 아닌 제 몫을 합니다.
나오다 보니 옆집 붉은 등불 아래 유리문 속에 통닭이 다리를 꼬고 팔베개하고
누워서 나를 유혹합니다. 너 거기서 얌전히 기다려라. 다음엔 네 차례다!
그래서 그냥 집으로 갔냐구요?
그럴 리가 있나요? 네팔 음식점으로 가서 카레에 난을 안주로 시원하게 맥주 한잔했지요.
닥다리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