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도 없이 냄샐 피워?
지난 주 9월 14, 15 양 일간 중부시장에서는 건어물 / 맥주 축제가 열렸습니다.
이번이 2회 째라는데 맥주 안주로 건어물도 괜찮지요.
장소도 가까우니 안 가볼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1만원 쿠폰으로 맥주를 무제한 먹거나
맥주 4잔에 안주 하나라는데... 이런 게 많아야 제가 살맛이 나지요.
뭐 재미없으면 부근 함흥냉면으로 배수진을 치고요.
중부시장은 굴비를 중심으로한 건어물 전문 시장이었습니다. 영광 법성포에 굴비공장이
몇 없었을 때도 영광과 목포의 조기가 냉장 혹은 염장되어 이곳으로 보내지면
가공하느라 불 꺼지는 날이 없을 정도로 번성하였다 합니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573262&cid=58987&categoryId=58987
아직 준비가 덜 되기도 하였지만 알바생들이 생맥주 디스펜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줄이 길게 늘어졌습니다.
줄이 늘어지니 한꺼번에 많이 가져가려는 사람들로 줄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습니다.
그래도 사람들 얼굴은 마냥 즐거워 보입니다.
강아지도 한 자리 꿰어 차고 앉아 있군요.
건어물도 많지만 이처럼 견과류와 마른 안주류도 취급하고 있습니다.
저도 조개살 반되(斗) 사서 안주 합니다.
곁엔 시장 상인들이 자리하고 있어 쥐포니 견과류를 얻어 먹습니다.
슬로우 셔터라 눈을 뜬 것 같기도 하고 감은 것 같기도 한, 고스트가 따로 없습니다.
많이 따르면 디스펜서가 열이 나 작동을 하지 않는다 합니다.
비상사태입니다. 캔맥주를 따라 줍니다. 그냥 따지 말고 하나씩 주지~
인제 가면 언제나 굴비를 맛보나? 결국 보리굴비를 좀 삽니다.
사실 조기인지 부세인지 잘 모르겠지만 잘 생긴 놈 준척급으로 마리당
6천-7천이면 괜찮은 가격이지요.
요즘은 잘 마른 굴비보다 반건 조기를 많이 먹지요?
조기구이, 굴비구이라 하면서 보통 이렇게 반건을 구워 팝니다.
살을 헤치면 흐트러져서 좀체로 살 덩어리 건지기 쉽지 않지요. 살 색깔도 하얗습니다.
그래서 어느 사이엔가 굴비 본연의 맛은 우리 머리에서 거의 잊혀져 버리고
그 자리를 반건조기가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보리굴비가 딱딱하지 않은 듯하여 찌면 실패할까 봐 처음 한 마리를 프라이 팬에서
구워 먹었더니 많이 짜지 않고 살도 넌질넌질하지 않습니다(볼 품 없이 흐트러지다)
그제서야 제대로 보리굴비 찜을 해 먹기 위해 급한대로 쌀뜨물 대신 생수에라도
한 시간 정도 넣어 불린 다음 30 분 정도 찝니다.
그런데 아, 이거 난리 났습니다. 비린내가 스멀스멀 온 집안에 진동합니다.
냄비를 베란다로 옮기고 거실에 향을 피워 놓고 눈치를 봅니다.
예상대로 살이 씹히는 감촉 좋고 게다가 알까지 있습니다.
이제야 굴비에 대한 추억이 새삼스레 소록소록 떠오릅니다. '그래 이런 색깔이었지,
약간 딱딱한 듯 하면서도 씹으면 고소하고도 비리짭짤한 맛이 났지'
저 때깔, 환상적입니다. 찬 물과 찬 밥을 부릅니다.
어머니가 손으로 찢어주셨던 굴비 맛이 이랬던가?
구워 먹을 땐 나 혼자 먹었지만 그럴 수야 있나요. 따로 살을 발라 담습니다.
아, 아닙니다. 주방에서 겁도 없이 냄새 피웠으니 당연히 발라 놔야
명을 재촉하지 않지요.
닥다리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