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 뭉개기1 - 시간나면 나도 보듬어 줘~
긴긴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내느냐 이거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거실 장의자에 길게 누워 뿌리 내리고 있을 수도 없고 옥상보수를 하기로 했습니다.
몸으로 때우는 거지요.
단독주택에 산다면 몇 년에 한번 씩 집을 손봐 줘야 하는 데 이게 싱싱한 날고기 구워 먹는
것도 아니고 단 맛 다 빠져버린 고기 씹어 먹는 맛이니 이거 죽을 맛입니다.
2013년에 친구들 꼬셔서 같이 우레탄 칠을 했었는데 기본적으로 몰탈의 물매(경사)를 제
대로 잡아주질 못해 하자 발생 요소를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었습니다.
( 2013년 옥상방수 : http://blog.daum.net/fotomani/70239 )
제대로 하려면 배수구를 다시 까서 10 cm쯤 낮춰 물매를 잡아주는 것이 정상이겠으나
귀차니즘으로 그냥 바닥에 문제 생긴 곳의 우레탄을 벗겨내고 보수하기로 했습니다.
길고도 긴 연휴에 방안에서 뒹굴뒹굴 눈총 받는 것도 못할 짓이니 건전하게
하나라도 살림살이에 도움이 되도록 차라리 옥상으로 올라와 몸으로 때우자는 거지요.
이런 걸 긍정적인 삶의 방식이라고 하는 겁니다. '바르게 살자!'
옥상에 방수 몰탈(콘크리트)을 새로 깔았을 때 수축을 예비해서 벽체와 바닥이 만나는 곳에
실란트로 메꾸고 우레탄 칠을 해야할 것을 경험이 없어 그냥 했더니 그곳에 틈이 생긴 것 입니다.
우레탄 중도를 두껍게 해줘도 이렇게 밑에서 크랙이 생기면 우레탄 막이 조금씩 찢어지며
누수의 원인이 됩니다. 집안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의 원인도 막상 옥상에 올라가 보면
1-2 mm도 채 되지도 않게 찢어진 틈으로부터 물이 새 들어오는 것입니다.
끌로 칼집을 내고 썩은 우레탄 들어내는 작업, 엄청 힘듭니다.
간식으로 닭 날개 3점 프라이해 먹습니다.
거 별 거 안되는 것 같아도 끌로 2-3 m만 뜯어내고 나면 다 때려치고 싶습니다.
그만큼 단순 반복이고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지요.
오른 팔 인대가 늘어 났는지 아직도 힘을 못쓰겠네요.
발명은 게을러서 하는 겁니다. 대가리를 굴려 그라인더에 멀티 커팅 날을 끼고
그 걸로 잘라내니 한결 편해집니다. 바닥의 가루가 그 잔해입니다.
비 때문에 10월 2일 비온다는 예보에 개천절 오후에 시작한 것인데
개천절 오늘로 이 작업을 끝내야지요. 마음이 급해집니다.
멀티 컷팅 날로 일단 잘라 내고 면처리를 그라인더에 샌딩 휠로 갈아 끼고 작업을 합니다.
양 팔에 토시가 조금 보이시지요?
오랜만에 그라인더를 쓰다 방향을 잘못 잡아 그라인더가 튀며 뜨끔하니 토시를 씹어
먹었습니다. 토시가 감겨 멈춰버린 그라인더와 팔이 나란히 딱 붙어 버렸습니다.
토시를 풀으면 가죽 벗겨진 생살 나타날까봐 끔찍해서 인증셧 찍을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엉긴 토시를 풀으니 다행히 씹어 조여서 울혈과 작은 상처만 났습니다. 다행입니다.
오늘 일 마감할 시간 입니다. 혼이 났으니 많이 먹어 줘야 합니다.
스트레스엔 먹는 게 최고지요. 몸무게는 나중 문제고요.
명절에 준비해 식어버린 전은 미각 만족도에 비해 주부 노동력 반 이상 잡아먹는
효율성 낮은 차례 준비 중 하나입니다.
이젠 반찬가게에서 몇 개 사다 올려놓는 게 합리적 아닐까요?
그러나 갖 만들어진 따끈한 전의 맛은 어느 것과도 비길 수 없지요.
아, 요거, 쟌슨빌 체다 치즈 소시지, 이거 안주로 왔답니다.
맛있다고 정신없이 먹다간 순식간에 몸무게가 늘어나는 정크푸트의 대명사입니다.
이걸로 저녁 끝~.
이튿날 추석입니다. 어제 우레탄 뜯어내고 하도 칠까지 해놓은 상태입니다.
우레탄 막으로 덮혀 있을 때야 속에서 저렇게까지 곪아터졌으리라 짐작이나 했을까요?
그리고 실란트로 틈을 메꿔줍니다. 실란트로 메꾸고는 다시 하도를 발라줘야 합니다.
저런 정도면 V 커팅하고 몰탈로 메꿔야 정석입니다.맞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몰탈을 한다해도 몇 년 후에 보면 대개 그 부분이 다시 들뜹니다.
어차피 옥상 우레탄 방수는 몇 년에 한번씩 손봐줘야 한다면 그때 다시 해주지요.
그것보다 날 찝찝하게 만든 것은 온라인에서 주문한 재료를 작업 전날 풀어봤더니(10/2)
우레탄 실란트도 없고 실란트 전용 고무 주걱도 없습니다. 나쁜 사람들 입니다.
부랴부랴 동네 철물점에서 우레탄 실란트가 아닌 일반 실란트를 사서 마감합니다.
아침으로 아그덜 온다고 마련해논 갈비 몇 점 표시 안나게 들어 내 먹고
1차 중도를 바릅니다.
'애들이 10시 반에 온대요~' 일단 1차 중도 칠을 마감하고 내려와 갈비를 굽습니다.
새로운 스타일의 골뱅이 무침이 올라 왔습니다.
나는 파채만으로 골뱅이 무침을 하는데, 파채뿐만 아니라 생밤, 쑥갓, 당근, 오이가
들어간 무침입니다. 아이디어가 산뜻합니다. 칭찬해줬더니 신이 난 모양입니다.
그 날 저녁 메뉴는 먹다 남은 나물과 골뱅이 무침이 들어간 돌솥비빔밥입니다.
전날 저녁(추석)까지 2차 중도를 하고 오늘 마감하려 했는데,
아이고~~ 기존 우레탄이 부풀어 오른 곳 2군데 지나친 걸 뒤늦게 발견합니다.
급합니다. 깡통에 굳은 피막을 걷어내고 남아 있는 하도로 부랴부랴 바닥에 칠합니다.
그리고 남아있던 중도를 퍼붓습니다. 방수의 핵심은 두께입니다.
두터운 비옷을 입히는 것이지요.
이렇게 두텁게 옷을 입히는 것입니다.
실수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번에도 몇 가지 실수를 범했습니다.
첫 번째로 실란트로 메꾸고 하도 칠하지 못한 것과
둘 째로 나중에 발견한 들뜬 곳을 충분히 표면 처리 못하고 하, 중, 상도 바른 거지요.
결과는 일단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겠지요.
10월 5일 6일에 걸쳐 놓친 곳과 상도를 마무리하고 손을 텁니다.
아들, 딸네 이틀에 걸쳐 지나가고 남은 자리엔 음식만 남습니다.
있는 음식들 한 군데 다 몰아 끓이면 그게 바로 꿀꿀이죽입니다.
쉐프들이 침을 튀기며 찬미하는 반숙, 팔팔 끓는 국이나 탕류에는 달걀을 넣어
이렇게 마지막 임가심으로 숟가락에 떠먹으면, 비주얼, 맛, 식감 어느 하나 빠지지 않습니다.
마침 오늘 비가 조금 왔습니다.
물이 고인 곳은 나중에 우레탄이 일어난 걸 발견한 곳입니다.
새로 깐 고무 매트 위에 뿌려진 물을 보는 것 같아 기분 좋습니다.
윗쪽 보수하지 않은 곳에 퍼진 물이 갈구합니다. 시간나면 나도 얘처럼 보듬어 줘~~
닥다리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