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봄을 향한 넋두리-수원 화성
아들 개업한 족발집에 지난 토요일(4/6) 오후 5시 반에 가보겠다는 후배님들, 내가 꼭 껴야한답니다..
마지막 벚꽃을 보라고 독려하는 포스팅을 해 놓고 나는 후배님들과 술이나 마셔?
에라이! 수원 화성이나 한 바퀴 돌고 오자.
10시가 넘어 출발하니 수원 팔달문에 거의 점심 시간 쯤 도착합니다.
점심을 늦게 먹으면 저녁을 먹지 못할 것 같아 요기할 곳을 찾아봅니다.
카페 같은 음식점을 지나치려는 데 이런 집이 만두 전문 '분식집'이라니?
팔달문 근처에는 팔달시장, 영동시장, 통닭거리, 지동시장, 미나리꽝시장, 못골시장이 몰려있어
화성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식사하고 구경하며 장보기 딱 좋은 곳입니다.
잘 된다는 동대문 종합상가 옆 포장마차에서도 저 꼬치의 1/4도 안되는 양 정도를
트레이에 담아 놓는데 '저게 다 팔릴까?' 걱정될 정도로 엄청납니다.
시장엔 사람이 많이 붐비기도 하지만 예전과 달리 먹거리도 세련되고 다양해졌습니다.
더욱이 점포들도 깔끔해졌으니 손님이 꼬일 수밖에.
인삼을 튀겨 파는 곳까지 있네요. 과연 탐식의 끝은 어디까지 일까요?
시장에는 카페스런 분식집들이 많아서 궁금증을 풀어 보고 싶었지만
하나 같이 냉장 쇼케이스에는 음료수와 물병밖에 없어 패스합니다.
못골시장은 골목이 상당히 길기도 하지만 재래시장의 맛을 제일 잘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반찬가게는 발돋움하고 '여기요, 여기' 소리치며 주문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습니다.
池洞시장과 못골시장, 같은 이름에 천연덕스럽게 다른 얼굴로 이웃하고 있는 시장
두릅값이 엄청나네요. 다음 주에는 걸으며 두릅이나 좀 채취해 올까요? 그거 안되는가요?
마침 아웃도어 세일하는 집이 있어 여름용 매쉬 등산모 하나 개비합니다.
스마트폰을 거울 대신 사용합니다.
우렁숙회가 따로 나온다는 우렁이 쌈밥집으로 가니 문 앞에 조그맣게 '2인분 이상만 가능'
통닭거리 초입 만두집으로 가니 웨이팅이 있습니다.
요즘 저 정도 웨이팅이야 별 거 아니지만 제가 부킹이 싫어 골프를 포기한 사람이거등요.
쉬지 않고 다이얼링하는 기계나 전화 담당 비서가 있어야 했던 80년대 얘기입니다.
입 간판과 메뉴판이 화려한 근처 중국집으로 들어갑니다.
워낙 다양한 메뉴들이 있어 뭘 고를까 망설입니다.
직원에게 '짜장면 이 사진대로 나오느냐' 물으니 '한국식'으로 나온답니다.
사진은 중국산 요리는 한국산 따로 노는 모양입니다. 메뉴판은 현실이 아니라 유토피아입니다.
'미뢰유혹', 꼬시는 말 치고는 원초적이고 해부학적입니다.
그래도 주인장의 미적 수준이 상당합니다. 음식 맛도 그러려나? 상당히 기대됩니다.
가지볶음밥, 경장육슬덥밥, 마파두부덮밥, 어향육슬덮밥 중에서 망설이다가
어향으로 마음을 정합니다. 고기가닥(肉絲)이 안주 대용으로 괜찮을 듯 해서리.
수준급 비주얼을 보여줬던 어향육슬덮밥, 그러나 맛이 왜 이러냐?
매운 건 참겠는데 달기는 닭강정 뺨치고 시기는 빙초산 저리 가라고... ㅜㅜ
결국 건더기만 건져 먹고 나옵니다. 다음 날 아침 혼났습니다.
한 술 뜨고 점잖게 주인장을 불러 맛을 보게 할걸.
제가 사람이 너무 물러 터져 대놓고 야박한 말을 못합니다.
내가 눈밖에 난 게 아니라면 사보타주에 가까운 요리 솜씨입니다.
이래서 요리를 주방장에게만 맡기지 말고 가끔 주인이 시식해봐야 합니다.
얼마 먹지 않은 밥이지만 맵.달.시.로 속이 편치 않습니다.
수원천에서 커다란 잉어들이 바글거리며 먹이를 쪼아 대는 것처럼
동남각루부터 올라갑니다.
봄은 연분홍으로 출발합니다.
봄바람은 무채색을 유채색으로 바꿉니다.
봄은 순수입니다.
갓 태어난 아이의 손바닥처럼 맑고 보드랍습니다.
봄은 첫사랑입니다.
왔는가 하면 이내 사라져 버리고 마는 감미로운 엑스타시 입니다.
봄은 2홉들이 쏘주입니다.
뚜껑을 따자마자 바닥이 보일까 조바심 나게 만듭니다.
그래서 봄은 얄밉습니다.
질탕해질라 하면 사라져 버리니 아쉬움만 남습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봄의 미덕은 만물에 희망을 갖게 하는 겁니다.
그러나 누구에게는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달력 아트지 한 장일 뿐입니다.
한국 고유 읍성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화성. 정말 귀중한 문화 유산입니다.
벌써 그늘을 찾게 되는 계절입니다.
방화수류정과 화홍문. 건축과 작명의 화려함은 군사적 용도에 의심? 품게 할 정도입니다.
아직 봄이라고 에어컨도 틀어주지 않는 광역버스를 타고 강남역 아덜 족발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