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산림욕장길
지난 8월말 <질리지 않는 서울대공원 산책길들>을 올리며 다음에 대공원역-미술관-서울동물원
-산림욕장길-대공원역 코스를 모두 풀코스로 돌아 보자 다짐했습니다.
( http://blog.daum.net/fotomani/70723 )
지난 9월 7일은 태풍 <링링>으로 산책을 미루고 9월 11일 형님댁 들러보는 길에 돌아 봅니다.
대공원역에서 약 4 km 정도 아스팔트 길을 걸어 현대미술관까지 왔습니다.
이 길에 대해서는 이미 몇 번 말씀드려 길 얘기보다도 아래 근접 사진들로 갈음합니다.
지난 주말 태풍에 이어 곧바로 가을 장마로 이어져 간간히 비가 뿌립니다.
태풍으로 아직 알도 여물지 않고 떨어진 밤송이가 길에 수북합니다.
지난 달 단양 선암골에서 보았던 칡꽃이 여긴 아직도 있습니다.
이름 모를 꽃들이지만 가을을 재촉하며 흩뿌리는 비에 마지막 남은 아름다움을 뿜어냅니다.
은행이 벌써 저렇게 많이 달렸습니다. 우리 동네 은행나무도 태풍에 엄청 낙과 됐는데
덜 익어 그런지 냄새가 그리 심하지 않습니다. 어릴 때 운동장에 저게 떨어져 멋 모르고 만졌다가..
서울 동물원 정문까지 와 개장 시간까지 잠시 기다렸다 입장권을 끊고 들어갑니다.
곧바로 북문 쪽 동물원 울타리 외곽 도로로 나가 산림욕장길로 올라가려 하니
마침 이곳에 도착한 산림 관리원이 여기서 두 구간이 태풍에 부러진 나무로 폐쇄 되었고
아직도 위험하니 외곽도로로 좀 더 가서 숲속 저수지 옆길로 올라가라 하며 안내해 줍니다.
"어르신! 이어폰을 빼고 가지 않으면 나무 부러지는 소리를 듣지 못해 다칠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말에 '굴러 떨어지거나', '멧돼지', '머리를 다치거나' 등등 험악한 단어들을 자상하게 나열합니다.
그런데 왜 큰 소리로, 사정 없이, 공공 장소에서 '으르신'을 외치느냐 그겁니다.
나 아직도 '지천명'인 듯한데 ㅜㅜ
사이좋게 산책하는 부부. 늙어서 까지 취미를 공유한다는 것 참으로 행복한 일이지요.
잉꼬새 한 마리가 먼저 가면 나머지 한 마리도 머지않아 쫓아 갑니다.
그래서 이에 비유해서 잉꼬부부라 하지요. 그런데 세상엔 잉꼬부부만 있는 게 아니라
서로 괴롭히는 '웬수'부부도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런 부부가 외톨이가 되면 어떻게 될까요?
산 속에 규모가 꽤 큰 저수지가 나타납니다.
소쿠리를 머리에 진 아주머니가 저 끝에서 나타날 것 같은 시골 마을 길 같은 구간도 있습니다.
비 온 뒤라 해도 길가에서 이렇게 흐르는 물을 볼 수 있다는 게 요즘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구루미' 하늘을 배경으로 청계산이 보입니다.
이거 무슨 나무인가요?
이 분들 사이좋게 도시락 나눠 먹는 거 보니 시장기가 돌며 초라해집니다.
다음엔 샌드위치 말고 귀찮더라도 짭짤한 걸 싸와서 보란 듯이 먹어봐야겠습니다.
수질 검사표가 붙어 있는 약수터. 그러나 물 맛은 검사표와 아무 상관 없습니다.
여자 분 혼자서 걷는 사람도 많네요.
혼자 지나가며 인사하는 게 흔치 않기에 황급히 돌아서 찰칵, 몰카는 원래 핀(촛점)이 나가야 몰카지요.
당귀인가요? 별로 반가워 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열심히 짝사랑 해줍니다.
전망대에서 본 서울동물원과 관악산
태풍에 맥 없이 떨어져 신발 바닥에 들러붙는 보잘 것 없는 낙엽이지만,
같은 나무에서 움텄어도 각기 다 다른 이야기를 간직하고 스러져 가는 삶의 흔적 들 입니다.
별 것도 아닌 나뭇잎에 뭘 그리 요란 떠냐고요? 뭐 우리네 인생도 별거겠습니까?
아등바등 살아 보지만 이름 석자 알아 주는 사람 없이 사라져 버리면 그만인 게 인생살이 아니겠습니까?
산길 초입과 마지막에 이렇게 철조망으로 지그재그 형태를 만들어 놓은 곳이 많습니다.
동물 이동을 막으려는 걸까요? 아니면 막걸리에 취해 굴러 떨어지는 걸 막으려는 걸까요?
아! 외톨이가 된 '웬수'는 어찌 되냐고요? 얼마 안돼 따라갑니다.
웬수가 없어졌으니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살 것 같지만 일상이던 스트레스와 증오가 사라지니
나사가 풀리고 살맛이 없어져서지요, 물론 우스갭니다.
코스 일부를 폐쇄해서 들어가지 못했는데도 13.5 km정도네요.
못 들어 간 곳까지 걷는다면 16 km 정도 될 것 같습니다.
만날 분이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하시니 간단히 데워 잡수실 것으로 몇 가지 사 들고 가려면
멀리 떨어진 함바집에서 점심을 포기하고 평촌이나 범계에서 내려야 합니다.
남들 먹는 거 보고 침 흘리던 불쌍한 나를 달래줄 식당을 찾습니다.
생선초밥 상할까 봐 근처에 보이는 새마을식당으로 들어갑니다. '새마을식당', 오랜만이네요.
김치찌개와 막걸리를 시키니 막걸리와 반찬을 갖다 줍니다.
막걸리야 풋고추 만으로도 먹으니 이 정도면 그저 주인장 배려에 감사할 따름이지요.
보긴 그럴 듯한데 쌉싸름한 맛이 덜한 고들빼기,
아~~ 새마을식당 김치찌개가 찌그러진 냄비에 가위질 잔뜩해서 나왔었지~~~ 이제야 생각이 납니다.
점포가 많으니 일일이 다 신경쓸 수 없겠지요. 전에 'ㅂㅂㅈ찌개'집도 김치가 너무 시큼하더니
이 집도 많이 시큼합니다. 뭐 이 값에 이 정도 나오면 잔소리 말아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