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짜 군만두 -신래향
의정부는 내가 산책 삼아 중랑천변으로 걸어 가끔 가는 곳입니다.
의정부에 도착해 제방으로 올라서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곳이 제일시장과 로데오 거리입니다.
주로 제일시장에서 아점을 먹지만 오늘은 군만두를 잘한다는 로데오 거리 <ㅅㄹㅎ>으로 향합니다.
11시에 오픈한다는 소식에 10시 40분 경 도착해 사유리 처럼 '밥 주세요'라고 우겨볼 양으로 찾아 갔는데
문에는 11시 30분부터 영업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습니다.
<코로나19>로 영업이 안돼 며칠 동안 자진 휴업한다는 공지인 줄 알았습니다.
방법이 없지요. 근처 마사지 의자가 있어서 잘 가는 사우나로 가 시간을 죽입니다.
데스크탑처럼 생긴 결제기가 의자 사이사이에 있어 잘못하면 남 좋은 일 할 수 있으니 신경 써야 합니다.
잘못 넣었으니 그 사람에게 양보하라고 말하라고요?
외국인 노동자가 천연덕스럽게 한국말 모른다는 듯이 눈 껌벅이고 있는 데야 방법이 있나요?
쥐어 박아주고 싶습니다. 그러다 큰일 납니다. 잘 먹고 잘 살라고 빌어주는 수밖에...
사우나를 하고 났더니 딱 알맞게 허기집니다.
이 집은 <만두 전문>이라 벽에 딱 붙여 놓았습니다. 군만두, 찐만두, 물만두 골고루 시켜볼까요?
아니지요 식으면 맛 없거나 혹은 기대 이하일 수도 있으니 우선 군만두부터 시킵니다.
5분 정도 후 갓 튀겨 나온 노릇노릇한 군만두 먹음직스럽습니다.
껍질은 바삭하고 얇습니다. 한 입 베어 무니 안에서 뜨거운 김이 한숨 쉬듯 새어 나옵니다.
만두소가 많지 않고 부추나 마늘이 적어 수정궁 군만두 처럼 풍미 짙은 맛은 덜 하지만
만두 껍질 안쪽이 쫀득하니 안주 노릇을 톡톡히 해냅니다.
두 개를 입가심용으로 아껴 두고 물만두를 시킬까 하다 짜장을 시킵니다.
겹치기로 만두를 시키기엔 약간 역부족이었다 할까요?
한꺼번에 시키지 않고 이제 따로 시켜 미안하다고 비위를 맞춰 줍니다.
왜 그랬을까요?
주문을 받으면 그제서야 반죽을 국수 기계에 넣어 만들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짜장에 관한 나의 추억은 중학 시절 교내 매점에서 먹었던 실비 짜장 맛이 가장 강렬합니다.
춘장도 덜 볶여서 비린 맛이 남아 있고 즉석에서 체에 담아 뜨거운 물로 토렴을 한 국수에
묽은 짜장을 한 국자 붓고 '다꾸앙' 세 점 올려 주었던 짜장 맛이 머리에 아직도 박혀 있습니다.
그 맛처럼 건데기에 양념이 푹 배어 강하지 않지만 시간 차로 은근하게 올라오는 뒷맛이 있습니다.
면의 약간 배릿한 소다 맛도 옛날을 떠올리게 하는 맛입니다.
단숨에 홀딱 반하진 않지만 시간이 흐르면 다시 찾게 될 것 같은 끌리는 맛이네요.
닥다리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