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닥다리-합천 돼지국밥
올해는 부처님 오신 날 행사를 한 달 늦춘다 했습니다.
그런데 달력에는 4월 30일이 원래대로 4월 초파일 공휴일이네요.
'뭐가 어떻게 된거야?' 속으로 생각하며 낮잠을 자고 일요일 오후 늦게 조계사로 가봅니다.
사실은 조계사는 핑계고 <윤호찌>라는 유튜버가 조계사 근처 돼지국밥을 올린 거 보고
그만 육(肉)것에 대한 욕(慾)정이 동해서지요. 전문용어로는 육욕이라고 합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절 마당에는 흔히 보지 못하는 아름다운 꽃이 많습니다.
대웅전 앞에 잠시 앉아 있자니 법고 소리가 들립니다. 서울 도심에서 감상하는 법고 소리란.
수수꽃다리라는 나무입니다.
꽃나무에 홍학이 올라 앉은 것 같아 화사함을 보려고 전기 들어 올 때까지 한참 기다렸다는... ㅜ
등이 없는 연등입니다. 멍텅구리 같으니라구~
저 촛불 들은 어떤 사연을 간직하고 있을까요?
성모마리아가 연상되는 길상사 관음상이 떠오릅니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아 나는 오색 연등보다 흰 연등을 좋아합니다.
1970년대 우미관 뒷골목이 이랬을까요?
허리우드 실버 영화관, 로미오와 쥬리엣, 영웅본색,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크~ 명화들입니다. 동시상영 한다면 시간 죽이기 최고겠습니다.
70 년대 분위기에 더 빠지고 싶으시다면 바로 뒷골목에 <추억 더하기>라는 음악다방이 있습니다.
DJ가 LP 빽판 틀어주고 장미다방 커피와 노른자 들어간 쌍화탕, 알루미늄 '벤또'도 팝니다.
뽀얀 육수가 먹음직스레 끓고 있는 오늘 목적지 돼지국밥집입니다.
유튜브의 힘 엄청 납니다.
그러니 록다운에 넷플릭스 가입자가 엄청나게 늘었다는 거 아닙니까?
굴러온 돌들(젊은이들)이 박힌 돌(실버)을 빼 내려하고 있습니다.
노란 옷 입은 어르신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무인도처럼 보입니다.
겉 모습은 잘 끓여 놓은 설렁탕 비주얼입니다.
서비스로 두터운 편육도 한 점 주네요. 옆 테이블을 보니 술국에는 머릿고기와 간도 주는 것 같습니다.
토렴해서 말아 나오는 국밥, 막걸리를 부릅니다.
따로 국밥이 아니어도 고기 양이 엄청 많습니다.
국물은 인위적인 맛이 가미된 듯하지만 실비집에서야 그 정도 눈 감아줘야지요.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이 동네 실비집치고는 깔끔합니다.
고독한 미식가는 먹기 전에 젓가락을 손에 끼고 합장하며 '잘 먹겠습니다' 했지만
닥다리는 하정우처럼 막걸리로 입가심하며 '육것, 자알 먹었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합니다.
발칙한 것, 불경하도다!!
닥다리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