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당 오리 잡다
전에 계양산 둘레길을 돌고 문래동 <골목집>에서 오감탕(오리감자탕)을 먹으며 위 왼쪽처럼
연분홍, 녹, 흰, 오리불고기 색감에 매료되어 저거 꼭 한번 먹어봐야겠다 했습니다.
정육점에서 닭가슴살처럼 살만 발라 팔기도 하지만
왠지 남은 뼈다귀와 부스러기로 오리탕도 한번 만들어 먹어보려고 한 마리 사서 해체했습니다.
이거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오른 쪽 위처럼 두 번 해먹을 양이 나왔습니다.
먼저 실부추무침을 만듭니다. 뭐 별 거 없지요. 부추, 양파, 고춧가루, 설탕, 참기름, 깨, 식초
굽는 방법까지 설명할 필요 없을 겁니다. 그저 본능을 따라가면 됩니다.
오리고기의 연분홍은 먹을 때까지 가는 게 아니더군요.
시각적 쾌감이 꼭 맛의 쾌감이 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오리불고기가 인기메뉴라면 제 방법이 틀린 걸 겁니다. 오리탕도 기대 이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선무당이 오리 잡은 거지요.
그래서 날고기는 포기하고 가지고 놀기 쉬운 훈제오리고기 슬라이스를 삽니다.
물론 양념 없이 구워먹어도 봤지요. 그게 너무 심심해서 이번엔 그럴듯하게 냉장고 속에서 놀고 있는
브로콜리, 양파, 마늘, 당근에 굴소스와 후춧가루로 맛을 낸 볶음입니다.
아~ 요거, 요거 보기만해도 웰빙이 될 것 같은 요리입니다.
기름과 염분, 향신료만으로도 훌륭한 안주거리가 되는군요.
기왕에 하는 거 이번엔 마파두부 위에 '머 인능거처럼' 오리고기를 올려보겠습니다.
뭐 간단합니다. 훈제오리고기, 마늘, 대파, 양파, 두부-연두부가 아니라 잘게 썰었습니다.- 그리고 물에 풀은 전분
팬에 기름 두르고 대파와 마늘, 고추가루를 넣고 타지 않게 볶습니다.
물을 넣고 양파를 넣습니다. 두반장, 후추, 굴소스로 간을 하고 끓으면 두부를 넣습니다.
전분 푼 물을 넣어 농도를 맞춥니다.
구워놓았던 오리고기를 얹고 파를 올립니다.
비 오는 날 매콤한 안주로 왔다네요.
고놈만 먹기 뭔가 아쉽네요. 볶음밥 후딱 만들고 계란장 꺼냅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