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오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미각샤브샤브
장마철이니 비를 끼고 살 수밖에 없겠지요.
그러나 비 그치는 막간에 산책하긴 눅눅하긴 해도 기온이 내려가니 뙤약볕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이럴 때 손쉽게 떠오르는 곳이 걷고나서 술 한잔 하기 좋은 연신내입니다.
홍제역에 내리니 전에 암만 찾아도 보이지 않던 칠성집이 홀연히 나타납니다.
영화 촬영지로 소개된 집인데 밤중에 70년대를 생각 키우는 드럼통과 굴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늘 원점으로 회귀하지 못할테니 다음을 기약합니다. 그런데 지금 몇 신데 문을 열어놓고 있지?
카톡 채팅방에서 <닥다리로가는길>을 검색, 친구로 하시면 아무 때나 들어와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걸 누가 서울 시내라고 하겠습니까요?
스위스그랜드 호텔 아래 홍제천 풍경입니다.
고가도로에서 떨어지는 빗물이 장욱진의 나무 그림을 운치 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서울 둘레길 7코스 입구에 있는 안내판.
증산역에서 지축역까지 오르내리 걸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몇 년이 지났습니다.
숨차서 고생했으면서도 또 지름신이 강림하실라 그러니...ㅉ
응암역 부근에 오니 방울방울 내리던 비가 장대비가 되어 꽂히며 잔소리 말고 술이나 마시랍니다.
연신내 부근 불오징어집은 드럼통 테이블에 앉아 내리는 비를 보며 한잔하기 딱 좋은 집이긴 한데
안주가 불오징어 하나밖에 없고 밥 먹으려고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아 느긋하게 마시기 눈치가 보입니다.
전에 갔던 <ㅁㄱ샤브샤브>로 가 모둠 샤브를 시킵니다.
야채, 소고기, 해물이 나왔습니다. 고소한 땅콩으로 만든 즈마장 소스가 함께 나오네요.
이 집 샤브샤브는 본색이 훠궈입니다. '어디 한번 혼나 봐라'는 듯 한가득 채워주는 마라육숩니다.
야채부터 아낌없이 모조리 쏟아붓습니다.
크다할 순 없지만 썰어먹을 크기의 주꾸미, 만원에 열개 정도 크기의 전복, 고기, 숙주까지 다 먹고 나니
곡기가 그리워집니다. 옥수수 면 사리 하나 시켜 넣습니다.
생라멘 식감의 면발은 마라 국물과 함께 안주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합니다.
'여기 현금!' 했더니 나오는 찹쌀 새우튀김과 새우깡. 두절 새우 길이가 거의 검지 정도니 서비스치곤 황송할 정도입니다.
'오늘도 이 집은 날 실망시키지 않네'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뜨끈하고 칼칼한 국물로 불콰해진 얼굴로 집에 오니 옥탑방에 비가 샙니다.
누수가 그동안 잠잠해 장맛비가 이뻐질라 했는데 오늘 장맛비는 몇 년만에 날 실망시킵니다.
(지난 회 건너뒤었는데 보실 분은 https://blog.daum.net/fotomani/70931 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