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국물엔 밥 마는 게 진리-봉순네집밥
"넌 어떻게 그런 집들을 아니?"
내가 걸신 든 도깨비도 아니고 어떻게 모두 알겠습니까?
조지 오웰의 빅브라더는 다른 의미로 현대에서 빅데이터가 역할을 대신하는 듯합니다.
빅데이터란 놈은 내가 숨어서 뭔 짓을 하더라도 다 알아내는 신박한 재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랜선을 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흔적을 남기게 마련입니다.
컴퓨터가 이런 냄새를 맡으면 '아 이놈은 이런 거 좋아하는구나'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 정보들을 '엇다 먹어라'하고 갖다 주는 것이지요.
1월 26일은 새벽에 눈이 왔습니다.
장비가 고장 나 기사를 기다리다 우연히 복구돼 느지막이 시내로 나갔다가
나와 식성이 비슷한 유튜버가 올렸던 <ㅂㅅ네집밥>이라는 식당을 찾았습니다.
카톡 채팅방에서 <닥다리로가는길>을 검색, 채널+하시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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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하고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내부가 깨끗하고 좁은 식당은 빈자리가 없었습니다.
머리 허연 아주머니 혼자 운영하시는지 단골인듯한 손님들이
자리를 치워주는 정겨운 모습도 보였습니다.
꼭 먹어보라는 1인분 짜리 닭볶음탕을 시켰습니다.
조리된 볶음탕을 뚝배기에 담아 부글부글 끓는 채로 나왔습니다.
반찬 가짓수가 많은 건 아니었지만 갖 만든 반찬들이 깨끗한 접시에 담겨 먹음직스러웠습니다.
나중에 보니 주방 카운터에는 반찬통들이 있어 가져다 먹게 돼있었습니다.
아쉽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낌없이 먹을 껄!
새빨간 색깔과는 달리 국물이 맵거나 짜지 않았고
뼈도 씹어먹을 수 있을 정도로 닭과 감자가 잘 익었습니다.
반주할 정도로 양도 많아 해장술 한잔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반 병만 먹으려 했는데 그노메 닭 뜯는 맛에 한 병 다 비우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건더기 안주는 다 없어지고 걸쭉한 국물만 남아 대미를 장식할 죽밥 차례가 다가왔습니다.
감자까지 짓이겨 죽밥을 만들고 마지막 잔을 비웁니다.
후끈하게 알콜이 지나간 자리에 죽밥으로 코팅이 됩니다.
나도 그릇들을 정리해 놓아야지.
그 옆 송림식당이라는 곳도 백반이 괜찮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