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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도 여행1/2- 사진 한장이 나를 이곳으로 오게 만들다니?

fotomani 2009. 5. 7. 13:43

 

사진 한 장이 사람을 그 먼데까지 불러들이는 마력을 가지고 있을 줄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지난 2월 아침 일찍 출근을 하다 우연찮게 들른 북어국집.

북어국을 시키고 카운터에 놓여있던 철 지난 모회사 사보를 펼쳐든 순간 숨이 막혀오는 듯한 감동을 받았다.

파란 하늘 아래 초록빛 바다 위로 점점이 떠 있는 섬들과 전망대. 비록 2월이었지만 내 마음은 벌써 그곳에 가있었다.  

 


 

마침내 지난 석탄일 연휴에 어정쩡한 인원구성으로 초등학교 동창과 대목(大木)하던 동료분과 같이

진도 팽목항에서 남서쪽으로 40분 뱃길되는 조도(鳥島)를 찾는 기회를 가졌다.

서울에서 한밤중 같은 새벽에 떠나 평촌과 서천에서 픽업하고 진도대교에 닿으니 아침 8시 조금 넘었다.

아침식사가 가능한지 전화한 <통나무집>엔 곧 아줌마들이 나올테니 잠시만 기다리란다.

막간을 이용하여 녹진 전망대에 오르니

진도대교와 시원하게 터진 바다로 얕은 산과 마을이 바다로 기름 퍼져나가듯이 치마자락을 펼치고 앉았고

서울에서는 볼 수도 없던 제비들이 전망대 처마 주위로 날아다니며 노래한다.

 


 

물 흐르는 소리가 우는 듯 하다해서 울돌목이라 이름 지어진

진도대교 아래 조류는 멀리서 보아도 거품을 일으키며 흐르는 듯하다. 아니 실제로 거품이 일고 있다.

이순신 장군이 명제독이라 불리는 이유는

수나 질적으로 불리한, 당연히 질 수밖에 없다고 여겨졌던 울돌목 명량대첩 때문이다.

왜군에 100여척의 전함을 잃어버리고

겨우 수습한 13척의 전함으로 200여척의 왜군과 싸우라면 당연히 남 탓을 해야 되겠지.

그러나 물 흐름을 숙지하고 판옥선과 화포의 장점을 잘 이용하여 싸움에 이겼으니

이 한 번의 해전만으로도 해전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이룩했다 할 것이다.

 

 


깔끔하게 한상 차려나오는 돌게장. 그러나 막상 입맛을 돋우는 것은

게장보다도 곁들여 나오는 대파김치와 갓김치 된장무침이었다.

완숙이 되었는데도 결이 살아 씹히는 새콤한 대파김치와

농익은 갓김치를 된장에 버무려놓은 절묘한 손맛은 자꾸만 젓가락이 가게 만든다.


도로를 굽이 돌때마다 나타나는 포구를 낀 작은 마을 하나하나가 내가 꿈에 그리던  마을이니 얼마나 신나는가?

그러나 뱃시간이 촉박해, 아쉽지만 해안도로를 벗어나 빠른 길로 접어든다.

팽목항은 접안시설과 2층짜리 여객 대합실이 있는, 항구라기보다는 단촐한 선착장이다.

조도까지 가는 배편은 하루에 8번이나 있는데 수요에 따라 동, 하절기 편성을 하는 것 같고

재미난 것은 근방 8개의 작은 섬을 대략 8시간에 걸쳐 일주하는 배가 있어

필요에 따라 아깃자깃한 여행계획을 짜볼 수도 있겠다.


팽목항에서 보면 조도는 앞에 보이는 2개의 작은 섬 너머로 보이는 가까운 섬이다.

30분 정도 가면 왼쪽에 하얀 등대가 보이고

상, 하조도를 연결하는 조도대교가 오른쪽에 보이기 시작하면 바로 조도 어류포항에 도착한다.

조도의 주된 일정은 산행마을에서 하조도 돈대봉 구멍바위까지 가벼운 산행과

상조도 도리산 전망대, 하조도 등대를 돌아보는 것이어서 먼저 산행마을 등산로 입구까지 간다.

면사무소가 있는 조도마을은 자연발생적으로 이루어져

어느 것이 차도이고 어느 것이 보행길인지 뚜렷이 구별 되지 않아

초행에 산행마을 등산로 입구를 찾아가기가 만만치 않은데,

쉽게 얘기하자면 조도면 소방서에서 서쪽 콘크리트길로 약 1킬로 남짓한 거리를 가면 등산로 입구가 있고 

바로 위에 손가락 바위가 보여 표지판이 없어도 어지간한 길눈이면 찾을 수 있다.

 

 

가벼운 산행을 예상했던 것처럼,

입구에서 쉬엄쉬엄 야생화를 구경하며 30분정도 오르니 우뚝 솟은 손가락 바위 코밑에 닿는다.

능선에 올라서자마자 확 터지는 전망. 북쪽으로는 조도대교와 상조도가 보이고

남쪽으로는 관매도를 비롯한 작은 섬들이 떠있어 시선을 사로잡고

시원한 바람이 이마의 땀을 식혀주니 아무리 길이 바빠도 쉬어가지 않을 수 없다.

손가락 바위는 약 15-20미터 높이의 퇴적암 바위봉우리가 4-5개 모여있는 것으로

거의 직벽으로 이루어져 비록 높이는 낮아도 위압감은 대단하다.

벌써 같이 간 일행 중 한 사람은 자기 키의 3-4배 되는 곳까지 올라갔다가 제지를 받고 내려온다.

 

 

바위 곁을 돌아 뒤쪽으로 가니 6미터 높이 위에 구멍이 하나 있어

나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구멍 속으로 들어가 내 뱃살을 압박하는 정도의 바위틈을 지나니

절벽으로 창이 나있어 남쪽 바다와 읍구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제 일행은 둘로 나뉘어 일부는 계속 능선을 따라 동쪽으로 산행하고

나머지 두 사람은 초입으로 다시 내려와 차를 몰고 하산지점으로 간다.

 1시간을 기다리는데도 이제야 돈대봉에서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한다.

저수지에 피어있는 개암나무를 구경하다 멋들어지게 지어놓은 조도면 보건지소로 들어가니

사람은 없고 로비에 안마의자와 헬스기구가 놓여있다. 한참 안마를 하고 있으니 그제서야 일행이 온다.

 

 

 

 

 

 


새벽같이 일어나 산행을 하고 1시가 넘으니 밥먹자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근처 마을 음식점을 찾으니 따로 종업원을 두지 않고 가족이 꾸리는 부업 수준인데

어떤 곳은 손님 왔다고 밭으로 어머니 찾으러 나가고,

어떤 곳은 지금 막 관광버스가 왔다 갔다며 밥이 없단다.

하긴 작은 마을 음식점이니 미리 준비해 놓았을 리 없고

그때그때 손님이 오면 그제서야 상차려 나오니 여기서 시간없다 혼자 설쳐보아야 정신건강상 이로울 리 없다.

그래도 어류포항이 낫지 않겠냐며 선착장으로 향한다.


그러나 여기라고 별 다를 바 없다.

두 집 중 비교적 깨끗한 집은 이제 막 손님을 치른 터라 상이 어지러워

옆집으로 들어가니 들어가자마자 후회되기 시작한다.

핑계 김에 박차고 뛰쳐 나올려고  매운탕 작은 것에 공기밥으로 때우자 하니

 ‘그라도 5마넝짜리는 해야 하는디, 고만해야 실망허지 안을거씨오.’ 한다.

벽에 보니 남某 개그맨겸 MC가 메모한 쪽지도 보인다.

‘원, 별...’,

다른 일행들은 밖에서 딴전 피우고 들어오려고 하질 않는다.

 

 


아줌마도 낌새를 챘는지 밖에서만 도는 우리들을 향해 매운탕 다 돼간다고 손짓하며 들어오란다.

개 끌려가듯 신음소리를 내며 자리에 앉는다.

가스불이 켜지고 커다란 양은냄비에 펄펄 끓는 매운탕이 들어오는데 누런 된장국물이다.

일행 중 한 사람은 시골에서는 다 이렇게 끓인다며 아는 체 한다.

한 숟깔 떠서 국물을 맛 본 일행들은 간사하게도 아줌마에게

김장김치 더 달라 열무김치 더 달라며 쏘주를 곁들여 숟가락질에 정신이 없는데 

무뚝뚝한 아줌마가 툭툭치며 ‘나도 국물 한 접시 줏씨오’하고

곁들여 소주 한잔도 달라면서 넉살좋게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자리에 끼어든다.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하며 맑은 날씨여야 빛나는 여행이 차질을 빚기 시작한다.

더 흐려지기 전에 다음 행선지를 도리산 전망대로 바꾸고 조도대교를 건너간다.

전망대는 KT중계소와 같이 있어 차로 바로 올라갈 수 있다.

맑은 태양 아래 쪽빛 바닷물 위로 점점이 떠있는 바다를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시원하게 눈앞에 펼쳐진 파노라마가 TV화면만큼 쪼그라드는 것은 아니다.

 

 


원래 하조도에서 1박을 하며 느긋하게 일몰과 일출을 감상하려 했는데

무심한 하늘이 문제인지 비를 몰고 다니는 내가 문제인지 하늘엔 구름이 짙어져 벌써 컴컴해지려고 한다.

바쁘게 신전해수욕장과 민물샘을 구경하고 마지막 뱃시간에 맞추어 하조도 등대로 들어간다.

차창 밖으로 장대에 고기를 빨래처럼 걸어놓은 이색적인 풍경을 흘려 보내며

공사중인 비포장도로를 3킬로미터 정도 들어가니 등대와 레이더 기지국이 보인다.

절벽 아래로는 갯바위 낚시하는 사람들이 아직 몇 송이 남아있는 동백나무 사이로 간간히 보이고

산등성이에는 계단이 가파르게 놓여 진 정자가 보인다.

섬 주위에는 안개가 많이 끼는지 광장에 전시해놓은 무종(霧鐘)과 전기혼이 독특하다.

무종이야 손으로 때려서 소리를 내겠지만 전기혼은 ‘뚜-웃, 뚜-웃’하며 내는 단속음이 그럴 듯 하리라 상상해본다.


비가 흩뿌리기 시작해서 일출을 생략하고 6시 5분배로 진도로 나간다.

입과 눈이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라며 큰 소리를 쳤으니

한정식 한번쯤은 먹어봐야지 하며 들른 곳은 예약하지 않으면 안 된단다.

얼핏 두툼한 조기가 올라앉은 상차림을 보아서 못내 아쉬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4인상에 14만원이라니...

약은척하다가 그에 준하는 가격으로 근처 횟집에서 회와 ‘지리’로 피박 쓰고 모텔을 찾으니

해남은 물론이고 목포까지도 방이 꽉 찼을거라나?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