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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춧닢을 만지작거리게 만드는구나 (여름휴가-3)

fotomani 2010. 8. 27. 11:31

 

이 글의 전편으로 한국도로공사 수목원 편에 남문피순대를 올렸더니

엉터리 맛기행이라 말씀하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물론 개인 편차가 있으므로 뭐라 말씀드릴 수 없지만

(돼지)국밥에 맛있는 순대 3점 있고 돼지냄새가 많이 나지 않는,

시장구경하며 그 정도 깨끗한 집에서 시장 분위기 느껴가며

5-6천원에 들 수 있다면 그거 괜찮은 것 아니겠습니까?

 

각설하고, 그렇게 전주 전동성당을 구경하고 전군도로를 통해

새만금방조제 군산쪽 시작지점인 비응항으로 달려갑니다.

 

다행히 해는 아직도 떨어지지 않아 30분간의 여유가 있었습니다.

붉은 해는 어느 누구한테나 오래 기억하고픈 것이겠지요.

 

이 비응항에서 떨어지는 해를 찍기엔 아주 재미없는 곳이었습니다.

더군다나 날씨까지 흐려고 구름도 없고 앞에 떠있는 섬도 없어 그저 밋밋한 사진만 건집니다.

집사람 낙조구경 시켜준 것에 만족하고 어디 저녁이나 한번 걸지게 먹어볼까요? 

사진찍는다는 사람이 센서청소 좀 하지...ㅉㅉㅉ

 

비응항은 아직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닌 것 같지만 방조제 곁에

회센터니 양념집들이 깨끗히 잘 지어져 있어 분위기 있게 저녁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처럼 집사람과 함께 왔는데 회떠서 양념집 들어가기가 싫어집니다.

그렇게 하면 서울이나 마찬가지 푸성귀와 회나 먹게 되겠지요.

그러나 오늘은 좀 기억에 남게 하고 싶습니다.

사실 이런 행동은 평소 저의 행동이 아닙니다.

더위 먹어서 머리 회로판에 이상이 온 모양입니다.

집주인이 생선을 직접 잡는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바다회집>이라는 곳으로 들어갑니다. 

 

카운터에는 기모노를 입은 직원들이 우리를 맞아줍니다.

'나 이런 거 싫은데~'

무슨 요정처럼 방방이 미닫이문으로 닫혀있고 중년부부를 맨 구석방으로 안내해줍니다.

'언니~ 이러문 나 무셔~~'

메뉴판을 펼치니 쪼꼼 당황스럽습니다.

제일 비쌍 거 1인분 7만5천원, 상호가 붙은 특정식 5만원, 그냥 특정식 3만5처넌~

정식아! 정식아~ 너 어디로 갔니~?   아무리 뒷장까지 둘쳐봐도 정식은 밥상 밑으로 떨어졌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의례 나오는 죽이지요

 

샐러드지만  회가 들어 있습니다.

 

어? 양념게장?

살이 찰지고 껍질에서 쪽쪽 빠지는 게 그리 맵지 않습니다

 

전어 초고추장 무침

오메 괜찮은 거~

 

광어 초고추장 범벅이

 

아흥?  너거들 집회 허가 받았니? 

 

 오~~ 선도 조옷습니다.

 

오늘 집은 게라고 찜을 해줍니다

3만5처넌짜리치곤 내용이 훌륭합니다.

분명 살은 게였습니다. 껍질에서 빠져나온 살은 쫀득하고 탄력이 있습니다. 

어응~ ?

간재미찜까지?

 

이딴 건 이제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전복?

조금 미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오돌오돌

 

연어야 그저 그런거고...

 

 집나간 며느리까지 냄새 맡고 들어 온다던 전어구이

이걸 먹어보니 제가 지금까지 먹어 본 전어구이는 다 헛거였습니다.

역시 선도와 갖 구운 전어의 맛은 그전에 먹어 보았던 전어와

하늘과 땅 차이만큼 격차가 컸습니다.

일식집에서 하듯 하능 거 싫어하는데 스을슬 주머니 속의 배추닢을 만지작거립니다.

  

전어회까장?

 

간재미 튀김

튀김옷이 약간 질깁니다. 녹말을 섞으면 아삭해지는데...

 

꽁치구이. 전어구이를 먹고나서는 이게 별로 손이 가지 않습니다.

 

이젠 걱정이 됩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초심을 잃지 않고 장사를 계속할지

다음에 꼭 다시 한번 들러 확인을 해보아야겠습니다. 낚시밥이었는지 아닌지.

 

후~ ~ 간장게장까지.

감탄사란 감탄사를 다 써서 이젠 내가 아는게 없습니다.

흠을 잡자면 이 간장게장이 좀 짭니다.

아까와서 껍질에 밥을 비벼 먹긴 했으나 밤중에 물을 많이 켜게 만듭니다.

 

식사 중에 도우미 처녀가 스티로폴 박스를 들고 오더니 곁에 무릅을 꿇고 앉습니다

기모노인 줄 알았던 스커트가 중국식 옷처럼 옆트임이 길게 나있군요.

하여간 스티로폴 박스 뚜껑을 여니 얼음 위에서 살아있는 게 3마리가 자갈소리를 내며 기어다니고 있습니다.

오늘 잡아 온 겐데 이것도 선물이랍니다

졌다, 졌어!

 

매운탕 고기가 게살처럼 이렇게 결을 내보이며 탱탱한 것도 쉽지 않습니다.

전에 조도에서 산 우럭을 통째로 넣어 끓였을 때가 이랬습니다.

이렇게까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말 푸짐하고 맛이 있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비응항 수산센터.

저기 안가고 여기서 먹는 것이 얼마나 탁월한 선택이었는지...

 

뭘 잡으러 나가는지 고깃배는 조용히 포구를 떠나고

술이 있고 안주가 좋으니 밤이 점점 길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