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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처가일기

fotomani 2012. 4. 10. 09:22

 

2년 전인가 손주를 데리고 양평 산수유, 한우축제를 갔다가

손주놈이 '고기 참 맛있네~'하는 바람에 꺼벅 죽어

올 한우축제를 딸네 식구와 함께 1박2일로 가기로 했습니다.

 

(2010년 사진)

(산수유마을과 개군한우 : http://blog.daum.net/_blog/hdn/ArticleContentsView.do?blogid=0DWnS&articleno=69998&looping=0&longOpen= )

 

차에 짐을 싣는데 느닷없이 라면박스 하나가 올라탑니다.

"이거 뭐지?"

"콘도에서 밥해먹어야지~"

괜히 출발에서부터 기분 상하게 할 것 같아 아뭇소리 않고 차에 올라 탑니다.

저와 함께 나가자면 꿈쩍도 않는 집사람이니

저야 뭐~  함께 가주는 것만이라도 황송해서 군말없이 가야지요.

 

어정쩡한 점심이긴 하지만 다들 점심이 늦어져서 옥천냉면집으로 갑니다.

양평에는 제가 10년쯤 근무한 적이 있어 난체하며 원조집을 향합니다.

그러나 이거 웬걸~~

느티나무가 마당에 있는 원조빕은 거의 폐가가 되어 버리고

이사를 갔다고 약도를 붙여 놓았습니다.

 

(그야말로 원조 옥천냉면집-황해식당-저 파란 슬레이트 지붕 사이로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어 운치가 있었는데 이제 그루터기만 남아 괴목이 되어 버렸습니다.) 

(약도만 붙여 있고...)

 

경강국도에 있는 집은 딸이 하는 집이고 한화콘도로 올라가는 길목으로

옮겼더군요.

마당의 느티나무를 보며 먹을 운치는 포기하고 그 집으로 갑니다.

 

80년대 초에 제가 이곳에서 처음으로 옥천냉면을 먹을 때

일반 평양냉면과 달리 면발이 약간 반투명해서

뭐 이런 냉면이 있는가 의아스러웠는데 이 냉면발이 중독성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양평사람들은 편육을 먹을 때 새우젓에 겨자를 듬뿍쳐서 찍어먹어

처음엔 생소한 맛이었지만

이젠 그렇게 먹지 않으면 먹은 것 같질 않으니 그거 희한한 일이지요.

마지막으로 하나는 면 삶은 물에 조선간장을 넣고 휘휘 저어 먹는 맛입니다.

이것도 중독성이 있어 이 냉면집을 잊지 않고 찾게 됩니다.

다만 냉면 위에 올라간 편육이 할머니가 살아계셔도 '고로케 줄까' 하는

아쉬운 면이 남긴하지만서도요.

 

 (새우젓에 겨자를 듬뿍치고...)

 (짠지에 가까운 무김치와 함께 먹어야 제맛이 납니다.)

 

(전 비빔에다 얼음 둥둥 육수를 좀 넣어 고추가루를 가라앉혀 먹는데

나중엔 국물도 거의 다 없어지니 그게 그거지만 제 버릇 남주지 못합니다.)

 

세미원을 가자니 되돌아 가야하고, 근처 용천리 사나사에 올라가기로 합니다.

사나사가 있는 용천리 계곡은 물이 맑아 예전부터 이 고장사람들이

여름에 즐겨찾는 곳입니다.

사나사는 고찰이긴 하지만 화려하지는 않고 수수한 절입니다.

그러나 천혜의 자연인 맑고 찬 계곡물이 곁으로 흐르고 있어

믿음이 없는 사람도 덩달아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입니다.

해가 내리비치면 꼬맹이를 데리고 계곡물로 '세례'를 했으면 좋겠는데

해 저물 때가 되니 벌써 쌀쌀해집니다.

 

 

 

 

 

 

 

 

콘도에 들어가 예의 짐을 내리며 "여기 뭐가 들었길래 이리 무거워?"하지만

반항할려는 뜻보다도 문서상으로 남겨놓기는 해야할 것 같고, 그래서...

 이미 몸과 마음은 백기를 들어 버린지 오래입니다.

"그래, 그럼 내가 문서방이랑 양평 나가서 고기 좀 사올께"

공처가는 밸도 없이 차선책으로 낼름 처방을 내립니다.

 

사위가 워낙 고기를 좋아해서 질좋은 한우 고기를 살치살, 갈비살, 등심 골고루 삽니다. 

사돈댁이 대구분이라 거기서 보내준 고기를 먹어보니

서울서 먹는 고기는 명함도 내놓질 못합니다.

고기를 사가지고 오니 해온 반찬들을 내놓는데

밖에 나가서 먹자고 우겼다간 명이 짧아질 뻔 했습니다.

 

 

'하여간 싫어'하는 것은 여자의 특권이자 권리지요.

나의 의견에는 어떠한 상황이든 대처할 수 있는 완벽한 반대논리 매뉴얼을 갖추고 있는 집사람도

사위에게만은 '사위는 백년손님이다.'라는 명제를 찰떡 같이 믿어

별 것도 아닌 일에 쩔쩔매고  어려워해서

제가 가끔 핀잔을 줍니다.

 

바로 지금이 그렇습니다. 면접시험보는 수험생 마냥 사위가 좋아하는 양념게장,

사위가 좋아하는 된장찌개, 사위가 좋아하는 뭐, 뭐, 뭐...를 깔아 놓으며 사위의 표정을 살핍니다.

늦점심을 먹었지만 사위와 딸, 그 아들이 맛있다며 먹으니

저에게 돌아오는 말도 부드러워집니다.

 

(다음날 당연히 한우축제장에서 한우를 먹겠거니 하다 '사위가 좋아하는'을  못찍었습니다)

 

'여기 와서 이렇게 일찍 일어나 콘도를 떠나 본 적이 없다'는 딸네 식구들과

단잠을 아쉬워 하며 산수유 마을로 갑니다.

산수유는 아직 만개하지 않았고 밭을 메운 광장 한켠에는 장작불이 활활 타고

화로를 여러 개 준비해서 고기를 파는 모양인데

비좁은 장소에서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아

에전에 한우축제가 열렸던 남한강변으로 가니, 이런,

개군에포츠 공원은 공사 중이라 산수유 마을에서 축소 개최하기로 했답니다.

 

 

 

 

(갑자기 빛바랜 레코드판 재킷에 동백꽃을 입에 물고 찍은 사진이 생각나

산수유꽃 가지를 당겨 입에 물려하고 있습니다.)

 

아쉽긴 하지만 어제 푸짐하게 고기 먹길 잘 했다 생각하며

마침 5일장이 열린 양평장으로 향합니다.

의외로 딸네가족도 장구경을 즐거워 하니 마음이 놓입니다.

달래, 명이나물을 사고 국밥하는 천막 아래로 갑니다.

주변에서 선지국, 작은 족발, 전을 사서  국밥과 함께 먹습니다.

안주가 푸짐하니 절로 생각나는 게 있지요.

 

공처가들이 욕을 얻어 먹어도 초지일관하는게 하나있다면, 그건 바로

"아줌마, 여기 막걸리 한 주전자~"

밥풀도 가라앉아 있는 막걸리 맛이 죽음입니다.

속이 안좋다는 집사람도 내 것을 한모금 마십니다.

 

 

(핫독도 하나씩 사먹어 보고...)

 

(천막 간이식당에서 펼쳐놓고 먹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상추를 키워야 한다는 아들 떼에 엄마는 지갑을 열고...)

(5분 뒤에 '뻥'한다는 말에 둘이서 주저앉아 뻥튀기를 봅니다.)

 

아직 12시밖에 되질 않았습니다.

"우리 수종사 올라가 차나 한잔하고 갈까?"

수종사는 양수리 운길산 6부능선쯤에 있는 절이지요.

초의선사가 이곳에 머무를 때 패기만만하던 추사가 이곳까지 찾아와

논쟁을 벌인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이곳에는 삼정헌이라는 차방이 있어 원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차를 마실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그러나 이곳을 굳이 들르는 이유는 차가 공짜여서도 아니고

어려운 추사와 초의선사, 정약용을 되삭여 보기 위해서도 아니며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차방에 앉아서

그윽한 차맛을 음미하며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두물머리를

감상하기 위함입니다.

 

 

 

 

 

 

 

 

(사위는 김여사 수제자인 모양입니다. 이 급경사를 D로 오르내리려 합니다.)

 

명선(茗禪)은 아니더라도 명경(茗景)의 경지에 들 순 있을겁니다.

 

팔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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