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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돈 안 들고 바꿨어." - 카메라영입기

fotomani 2012. 4. 20. 12:33

오디오나 카메라는 서로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옆에서 보면 별로 필요할 것 같지도 않은데 우연한 기회에 필이 꽂히게 되면

그때부터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유체이탈 상태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가 되면 '누가 다시 한번 생각해봐라'해도

무슨 이유를 대든 기기를 꼭 바꿔야만 되는 별의 별 핑계를 대기 시작합니다. 

평소에 못 느끼던 불편함이 큰 결점이 되어 다가오는 수도 있고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편의성도 없으면 죽고 못사는 이유가 되어 버립니다.

아니면 전문용어를 써가며 골치 아프게 바꿔야 되는 이유를 진지하게 설명합니다.

없으면 무슨 하늘이 반쪽 날 것처럼...

 

오래 전 뚱뚱해서 코메디언이 된 사람에게 '당신은 왜 짚차만 타고 다니냐?'고 물었답니다.

그랬더니 '우리 기사가 내 체구엔 당해낼 차가 짚차밖에 없드라는데..' 그랬답니다.

이렇게 전문성으로 위장한 궤변에는 당해 낼 재간이 없지요.

 

(사용빈도가 낮다는 이유로 퇴출된 10-22 렌즈

좁은 한옥 내부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던 놈인데...ㅜㅜ)

 

아덜이 외국출장 나가게 되어 그동안 잘 쓰고 있던 수퍼줌 똑닥이를 빌려주었습니다.

요새 무거운 카메라가 거치장스러워 그 똑닥이를 주로 쓰고 있었지만

막상 없어지고 나니 그 빈자리가 엄청나게 큽니다.

간단히 줌으로 당기면 될 것도 LX3란 괜찮은 똑닥이도 줌에 한계가 있으니

찬밥 신세가 될라고 합니다.

별로 공부는 안하는 편이지만 슬라이드 강의를 카메라에 담을려니 앞사람들이 반쯤은

화면에 들이찹니다. 

 

똑닥이를 들고 다니면서도 DSLR을 들고 다니며 찍어야 되는데 하는 찝찝함이 있었지만

휴대의 불편함 때문에 감수하고 있었던 것을 이렇게 되고 나니

'휴대가 간편하고 화질은 DSLR에 견줄만한 뭐 없나?'하며

스르륵(카페 SLR클럽 애칭) 열어 본 게 잘못입니다.

포토에세이 하나 올려놓고 포럼의 정보와 유저사용기를 보니

그동안 거들떠 보지 않았던 미러리스 카메라에 필이 딱 꽂히고야 마는겁니다.

 

(시집갈 준비를 마친 10-22)

 

여기저기 미러리스 카메라에 대한 정보를 얻으며 비교검토한 결과

내게 가장 알맞는 카메라와 렌즈는 루믹스 GX1이면 좋겠지만,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카메라바디에

많은 투자를 하긴 싫고, 중고 루믹스 GF1과 14-140 HD 렌즈가 딱 좋겠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새로 들인 14-140 HD렌즈, 잘 생겼습니다.

촛점 잡을 때 조용하고 수퍼줌으로 여행시 이것 하나만 가지고 다녀도 된다는 휴대의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이성은 빈약하나마 활동 중이어서

이게 바로 충동구매라는 양심이 속삭이는 소리는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말씀 드린대로 몸과 마음은 생각과 달리 이미 따로 따로 놀고 있었습니다.

 

마침 제가 가지고 있던 캐논 10-22 광각렌즈가 보입니다.

사용빈도가 적어 고이 모셔 두고 있던 렌즈인데

구입할 때는 '별로 쓰진 않지만 적재적소에서 요긴하게 잘 쓸 수 있어'라던 것이

가증스럽게도 큰 결점으로 다가 오는 것입니다.

이점은 인생사에서도 마찬가지여서 결혼 할 때 모든 게 이뻐 보이던 것이

이혼 할 때 모든 게 결점으로 보이는 이치와 같으면 같았지 아마 다르지는 않을겁니다.

똥눌 때와 눟고 난 뒤 생각이 달라지는 것처럼...

 

중고시장에 내놓았더니 10분도 안돼 거래가 성사 되었습니다.

이럴 때 간사스런 인간들이 생각하는 게 뭘까요?

"그래, 바로 이거야. 아마 이게 바꾸라는 하늘의 계시일거야."하며

거창하게 합리화 시키는거지요.

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이 딱 들어 맞습니다.

 

(바디를 들여와 렌즈와 짝을 맞추어 놓으니 주객전도된 느낌인데

이조차 바디가 크면 휴대에 불편하다고 좋게 생각합니다.

언제 바뀔까 왠지 불안하지요? 사실 저도 그런 생각이 아주 쬐끔 듭니다)

 

기가 막힙니다. 렌즈를 남에게 양도하자마자 구하기 힘든 14-140 HD 렌즈가 매물로 나왔습니다.

이제는 돈도 손에 쥐었으니 눈에 뵈는게 없지요.

질릅니다.

 

(오호~~ iA모드로 설정하니 LED가 파랗게 켜집니다. 맥킨토시처럼...)

 

렌즈를 손에 넣고나니 '천천히 짝 맞추지'하던 느긋함도 어느새 사라져 버리고

빨리 짝을 맞춰야겠다는 조급함이 앞서지만 기다리는 GF1 카메라 바디는 나타나질 않습니다.

대신 너무 얇삽해서 차순위로 제껴 놓았던 GF3 바디가 왠지 이뻐 보이기 시작합니다. 

"누가 여자의 마음이 갈대라고 한거야?'

 

그러다 사진이나 카메라에 관한 사이트도 아닌 곳에서 절묘하게 설명서 비닐도 개봉하지 않은

그야말로 신동품이 저렴한 값에 나왔습니다.

'아~~ 이젠 나도 어쩔 수 없는거야.'

 

(GF3는 iA+모드에서 심도조절과 화이트 발란스 조절을 할 수 있습니다.

이거 매력적이네요.)

 

 

 

 

후드를 떼고나니 좀 봐줄 만 합니다.

저는 카메라를 전투형으로 쓰는 편인데 저 작은 체구가 감당을 할 지 모르겠습니다.

 

부부취미가 같으면 가장 좋겠지만 다르다면 위에 든 핑계가 먹히지 않습니다.

'또샀어?'라는 핀잔을 듣지 않으려면 별별 수단을 다 쓰게 마련입니다.

여자들 흔히 쓰는 말에 '세일해서 거저나 마찬가지로 싸게 샀어'하듯이

교환해서 돈이 안들었다든가 이거 공짜나 마찬가지로 줏어왔다든가 

하여간 가계경제에 손해 안 끼쳤다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도 이번엔 '진짜  따로 돈이 별로 들지 않고' 개비에 성공했습니다.

'이러다 나 죽으면 진짜 싼건 줄 알고 마누라가 땡처리 하는거 아니야?'

 

http://blog.daum.net/foto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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