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에게 한택식물원에 가자 했더니, 야외에 애도 데리고 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너무 집안에서만 논다는 거지요.
아이는 지난 주에 할머니가 캐츠카페에 데리고 간다고 약속했다고 차에 올라타자마자 조릅니다.
"하부지. 캐츠카페로 가~~응?"
"하부지, 내가 길 가르켜 줄께."
11시에 출발을 했으니 당연히 서울에서 고속도로 진입로는 꽉 막혔습니다.
고속도로 초입에 다다르기까지도 시간이 걸려 손주는 뒷자리에서 그럽니다.
"아직도 안와써?"
"거기 가는덴 저런 집이 업썬는데~"
아침도 안 먹었다는 애를 적당한 음식점이 없어 일죽IC를 나와
죽산면 소재지 백반집으로 들어 갑니다.
손주는 동포 아줌마더러 '크림스프'를 달라고 떼를 씁니다.
"크림수쁘가 뭐네?"
별 수 있나요? 만들어 와야지요. 곁에 보니 꽤 큰 편의점이 보입니다.
가서 인스탄트 스프를 사다 대령합니다.
안내도의 그림지도를 펼쳐주며 보물지도라고 했더니 꼬맹이는 신이 났습니다.
마침 어린이 정원이 있군요.
겁이 꽤 많은 녀석인데 그물망 위로 올라가서 평행이동도 해봅니다.
구름다리라는 밧줄 현수교 앞에서 갈까말까 망설이는 중이지요.
"저 여자애 이쁜데 우리 같이 놀아 볼까?"
녀석이 개구장이라 얼마 전에도 아이들과 소파에서 쿵당쿵당 뛰다가
팔이 부러졌으니 할머니야 매사 걱정이지요.
한번 해보더니 이젠 좀 뜁니다.
신이 났습니다. 구름다리를 건너 미끄럼틀 쪽으로,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이제 3번만하고 가는거야."
"아니야 여섯뻔!!"
애고 머리도 조은 거, 언제 3 곱하기 2가 6인 걸 알았누~
애들은 물이라면 사죽을 못 씁니다.
숫기가 없어 마냥 옆에 서서 남들이 펌프질하는 거 구경만 합니다.
도와 줘야지요. "얘들아! 뒤에서 기다리잖아, 열번씩만 해~"
"하나, 들, 센,네,다,여,..."
"자, 성현아 너도 해봐, 하나아...두울...세엣...... 여얼!"
숫자는 아니까 '여기가 10번일꺼야' 아는 체 하며
얼토당토 않은 말을 하지만 그거야 뭐, 지 좋은대로 상상의 나래를 펴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열심히 뛰어 갑니다.
"성현아~ 옆으로 가면 떨어져~ 옆으로 가지 말고 나무 위에서 뛰어~"
이날 관람객이 은근히 많습니다.
요즘은 사설 식물원들이 많이 생겼지만 그래도 여기가 비교적 잘 꾸며진 편인 것 같습니다.
야외무대 곁에 분수가 있습니다.
물을 보니 아이는 홀린듯이 거기로 뛰어가고 할미는 둘러 보려던 모란정원도 못보고
제가 사진을 찍고 오니 벌써 몸은 홈빡 젓어버렸습니다.
계속 물장난하려는 아이를 억지로 끌어내 보니 몸이 차갑습니다.
안 되겠습니다. 감기가 떨어지지 않아 아직도 콧물이 질질인데..
곁의 벤치로 가서 젓은 옷을 벗겨 물을 짠 다음 다시 입히고 제가 했던 팔토시를 신겨 줍니다.
물장난 생각을 하지 못하고 여분의 옷을 차에 두고 온 게 잘못이지요.
"내가 먼저 애 데리고 주차장으로 갈께, 당신은 저쪽으로 돌아서 천천히 구경하고 와."
카메라를 집사람에게 맡기고 들쳐업고 뜁니다.
"야, 임마 떨어져, 할비 목 꼭 잡아!"
추워도 좋은 지 녀석은 몸을 뒤로 제치고 꺼떡꺼떡 등판에서 신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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