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갤러리

허겁지겁, 고등어회

fotomani 2012. 9. 17. 09:40

오래전 제주 터주대감 격인 후배에게 회를 진탕 얻어먹은 적이 있습니다.

아직도 그 빚을 갚질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갚게 되겠지요.

서울에서 노털 둘이 간다하니 이 후배님이 제대로 대접한다고 제주에서도 괜찮은 일식집으로 데려갔는데

장소만 다르지 강남 일식집에서 먹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저희들이 원했던 건 그보다 값이 싸도 제주산 고등어나 갈치 등 제주에서 먹어볼 수 있는 것이었는데

돈쓴 사람께 속내가 보일까 민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  회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 있어 간 남도미가의 병어조림. 맛이 있어 밥까지 하나 넣고 비벼먹은 >

 

< 그러나 뭔가 부족한 듯하여 삼일빌딩 뒤 고등어횟집을 찾아 갑니다. > 

 

, 어디 고등어회 먹을 데 없니?”

매달 한 번씩 만나는 고등학교 동창이 묻습니다.

민어나 마찬가지로 고등어란 놈이 워낙 빨리 사망하셔서 서울에서 고등어회를 먹기가 정말 쉽지 않지요.

그저 고등어 초회라도 제대로 된 것 먹기라도 해도 다행인데 그나마 값이 만만치 않고 질도 제각각입니다.

 

 

< 비좁은 홀에 사람이 벌써 꽉 들어찼습니다. 제법 입맛을 당기게 하는 안주들이 있습니다. >

 

지난 번 제주에 갔을 때 제대로 된 횟집에서 고등어회나 실컷 먹고 올라왔어야 하는데

여럿이 여행을 하다보면 먹는 것도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아침운동을 하며 TV를 보다가 얼핏 고등어를 서울로 공수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그것도 음식점이 내가 있는 종로구’라니 귀가 번쩍 뜨입니다.

당장에 검색을 해보니 삼일빌딩 뒤에 이 고등어회 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일단 머릿속 즐겨찾기에 등록해놓고 나니 기특하게도 술 먹을 일이 생깁니다.

 

< 밑반찬은 단촐합니다. >

 

회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 있어 서대문에 남도음식하는 곳을 약속장소로 정하고 가보니

이런 황당한 일이 있나?

건물이 철거되고 빈부지만 휑하니 남았습니다.

전화를 다시 걸어 확인하니 종로 르메이에르빌딩 지하로 이사갔다나요?

그럼 예약할 때 미리 알려주든가 하지...

 

임대료가 비싸져서인가?

저녁에는 식사 메뉴는 없고 전부 술안주입니다. 맛은 있었지만 뒷맛이 개운칠 않습니다.

모듬전과 병어조림으로 일차를 하고나니 뭔가 모자란 듯합니다.

그래 거리도 가까운데 이참에 고등어회집으로 가자.

 

 

< 오~ 소자치고는 양이 괜찮습니다. 검푸르게 빛나는 생선껍질에서 낚시에 걸려 올라올 때

파란 바닷물 속에서 파득이는 물고기의 싱싱함이 느껴집니다.

혹 낚시로 고등어 잡아 회를 칠 땐 머리, 내장, 비닐같은 껍질을 '잘' 발라내고

칼과 도마를 깨끗히 씻은 후 회를 떠야한다는 거 왜 그런지 잘 알고 계시지요? >

 

< 간장에 부추, 깨, 고춧가루 조금 그리고 식초 약간? >

 

비좁은 홀에는 벌써 사람들로 꽉 찼습니다.

3층으로 올라가니 계단 옆자리가 하나 비어있습니다.

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끌고 가니 좀 미안한 감은 들지만

1차에서 원하는 병어조림을 먹었으니 제가 좋아하는 걸로도 하나 먹어줘야지요.

고등어회 소()짜와 고갈비구이를 하나 시킵니다.

 

 < 고갈비구이는 기대를 만족시켜주질 못합니다. >

 

밑반찬이 나옵니다. 바지락콩나물국, 짠지무침, 어묵조림, 간단합니다.

이윽고 나오는 고등어회 소짜지만 제법 푸짐합니다.

가운데는 미나리무침을 놓고 그 위와 주위에 빙 둘러

파란 바다에서 낚시에 걸려 파득이며 올라오는 생선처럼

반짝이는 고등어회를 얹져 놓았습니다.

한 점 입으로 가져가니 눈앞에 제주 파노라마가 저절로 펼쳐집니다.

 

‘오 오~!’

 

< '삘'이 꽃혀 다음에 다시 가서 '갈고회' 소자 하나 시킵니다. >

 

반가워서 허겁지겁 입안에 집어넣었으니 이제 미나리 무침도 곁들여 한 점씩 먹어봅니다.

미나리무침에는 배와 자주 양배추도 깨와 함께 버무려졌습니다.

기름기 때문에 자칫 느끼해지기 쉬운 고등어회와 잘 어울립니다.

 

< 갈치회를 미나리 무침과 함께 들어 볼까요? >

 

사실 처음으로 고등어회를 접해본 것은 광화문에 비행기로 공수해온다는 제주회를 한다는 집이었는데

그 당시엔 최단시간 공수였겠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걸렸던지

갈치회는 뻣뻣하고 제 기억에 깍둑썰기로 주었던 고등어회는 그나마 좀 먹을 만 했던 걸로 기억해서

제주에서도 갈치는 구이나 조림으로만 먹었지 갈치회를 먹어 본 적이 없습니다.

마침 고등어와 갈치를 반씩 섞어주는 메뉴가 있어 며칠 뒤 모임에 그걸 시켜봅니다.

같이 갔던 사람은 물이 좋다라고 표현을 하는데 일단 전에 느꼈던 뻣뻣한 느낌은 없고 부드러워

가지고 있던 편견이 좀 바꿔야 될 것 같습니다.

 

< 국자로 휘저으니 올라오는 건더기 >

 

이번엔 1차로 이집을 찾아서 배를 채울 해물누룽지탕도 하나 시켜보았습니다.

한참이나 나오질 않아 잊어버렸나 했더니 아직 끓이는 중이랍니다. 해물을 너무 끓이면 안 좋은데...

뚝배기에 끓여나오는 누룽지탕은 겉보기엔 밍밍할 것 같았는데

혀에 감기는 묵직한 맛이 안주거리로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살짝 묵직한 맛이 남는게 술안주로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http://blog.daum.net/fotom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