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갤러리

고등어회? 여기도 있어요. - 중계본동실내마차

fotomani 2012. 10. 11. 08:34

 

 

원장님. 제가 사는 동네에 고등어회 하는 집이 하나 있는데 오늘 시간되십니까?”

용산에서 오디오샵하는 고태환 사장님의 전화입니다.

전에 서울에서 맛보기 힘든 고등어회라고 글 올린 것을 보고

서울에서도 고등어회 파는 곳이 많다며 저를 한번 혼내 주려고 생각하신 모양입니다.

 

 

노원우체국 앞 이름 없는 포장마차라니 번개치고는 장소가 그럴 듯합니다.

차에서 내려 아무리 둘러봐도 포장마차의 천막이 보이질 않습니다.

전화를 하니 바로 코앞에서 나타나는데 정말 그럴듯한 간판 하나 없는 통술집이니

그야말로 70년대 완대포집이 생각납니다.

 

 

선우휘씨가 말년에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늦은 밤 남의 집에 가서 어항 속의 금붕어를 꺼내 안주로 먹었다고 회고한 적이 있는데,

이에 대해 황석영은 “...당시까지만 해도 우리 또래들은 선우휘에게 찾아가면 하면 술을 얻어먹거나 용돈을 받았고,

김지하, 이부영 등은 그의 집에까지 쳐들어가서 악덕 언론 귀족의 살림살이를 점검하러 왔다

거실 어항 속의 금붕어를 꺼내어 안주로 삼는 등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라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술이 꼭대기까지 찼으니 내가 먹었든 네가 먹었든 무슨 상관이긴 하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이런 치기 어린 짓거리까지 고백을 하는 걸 보면 대단한 분들인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선 http://cafe.naver.com/mhdn/38782 )

 

 

그 때가 아마 60년대 말이나 70년대 초쯤일 것으로 짐작되니

어수선한 시대를 사는 지식인의 단면을 어렴풋이나마 그려볼 수 있겠습니다.

지금 같으면 맞아 죽을 일이겠지만 어디 늦은 밤에 남의 집에 가서 술내라 밥내라를 합니까?

물론 전화로 미리 예고도 하지 않았겠지요.

그런 면에서 번개라는 것은 현대의 특징이면서도 위와 같은 속성을 가진다 하겠습니다.

그룹채팅이나 카페에 공고를 내고 불시에 오늘 저녁 모여라하니

강제성은 없다하나 뜬금없는 짓이긴 매 한가지입니다.

그래서 번개는 격식을 따지지 않아도 되고 부담이 적을수록 더욱 좋습니다.

위의 어르신네들처럼 침침한 통술집에서 먹는 게 제격이라 할 수 있지요.

 

 

오늘은 마침 고사장님 학교동창이 집에서 담근 복분자주 페트병 둘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벌써 회를 시켜놓았답니다. 송이버섯 채취하러 괴산에 간 이야기가 한창일 무렵 고등어회 2접시가 대령합니다.

왜 이리 많냐고 물으니 고등어 4마리를 없어질까 봐 미리 찜해놓았는데 그중 2마리랍니다.

종로의 고등어회집과는 다르게 접시에 랩 씌운 얼음을 올려놓고 그 위에 열병식 도열하듯 회를 떠놓았습니다.

 

 

 

 

간장에 식초와 청양고추를 잘게 채 썰어 집어넣어 달라고 따로 주문을 하고 그 속에 푸욱 담가 먹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맛이 괜찮습니다.

게다가 정성들여 담근 복분자까지 있으니 술이 거저수울술 들어갑니다.

 

 

 

전어구이와 새우구이도 한접시씩 시킵니다.

비록 구워서 나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새우 맛이 어디로 가는 건 아니지요.

 

 

이 양반이 금강전자 고사장님입니다. 술자리에 빼면 몹시 섭섭해하는 분입니다.

홈페이지에 주인장스토리를 거의 매일 싣는데, 촬영지는 주로 집 근방의 왕숙천, 동구릉, 사릉 등으로

그 심심한 장소에서 미물들과 얘기하며 손각대로 표현하는 숲사진과 접사사진은 이미 경지에 올랐습니다.

그분 사진 2장을 올리지요.(홈피 주인장스토리 : http://www.kaudio.co.kr/Gnu_Base/bbs/board.php?bo_table=owner )

 

 

 

http://blog.daum.net/fotom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