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집에서 빈둥거리다 혹 후배는 어떤가해서 전화를 걸었더니
자기도 빈둥거린다며 나오겠답니다.
"아침밥 언제 먹었어?"
아침을 안먹었으면 공덕시장부터 가서 좀 이르긴 하지만 족발이나 먹을까 했는데 늦게 먹었답니다.
그냥 마포나루 새우젓축제 행사장으로 갑니다.
벌써 행사장 입구에는 돗자리를 쌀고 나들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장을 찾은 이유는 전에 보았던 1910년대 마포나루 사진들 때문이었는데
마포나루가 있었던 공덕동 마포대교 근방은 아예 흔적조차 없어졌으니
이 행사장을 가면 혹시 옛 마포나루에 대한 흔적이라도 찾을 수 있을라나하고 가게 된 것이지요.
윗사진은 1910년대 마포나루에서 석재를 나르고 있는 모습이라는 간단한 설명만 적혀있었는데
인부들이 모두 벌거벗은 모습이어서 왠일인 지 그 앞에서 한참 쳐다보았던 전시사진입니다.
'저 사람들은 왜 벌거벗고 일을 할까요?'
저 조기젓 김치에 넣으면 무지무지하게 꼬리할텐데...
무슨 일인지 까르르 웃으며 수다떠는 모습이 장판을 화사하게 만듭니다.
"듬뿍 너어주씨오~"
젓깔 종류도 많고 맛배기에 걸맞게 입에 착 들러붙습니다.
올해로 5회째 맞고 있는 마포나루축제는 파주 장단콩축제 만큼 실한 지방축제로
작년 축제기간에만 40억원어치가 팔렸다고 합니다.
마포나루를 오가던 황포돛배에 앉아 옛추억에 젖어 보는 걸까요?
진맥하자는 할아버지에 아이가 겁을 먹은 모양입니다.
옷차림이 눈에 익질 않아 낯가림을 하는 것인가요?
할머니들 옛솜씨가 나옵니다.
오랫만에 하는 다듬이질이라 좀 서툴지만 처음보는 사이라도 이내 박자를 맞춥니다.
신안군에서 만들어 놓은 염전모형
오미자 막걸리입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지요.
한병삽니다.
100년 묵었다는 항아리.
'아, 그래, 옛날에는 저렇게 항아리 독을 때워썼었지~'
'우리 새우젓독에 한번 빠져볼까요?'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한 어르신 가구부스라는 곳에서는
재봉틀을 변형시킨 콘솔이 나와 눈을 끕니다. 굿 아이디어!
오랫만에 보는 빨간 금복주와 경월소주
"엄마 환등기가 모야~?"
"글쎄 잘 모르겠는데~"
꼬맹이를 데리고 가는 모자의 대화입니다.
하긴 아날로그 카메라가 자취를 감춘 세상이 되어 버렸으니 환등기를 모를 법도 합니다.
프로젝터라면 알라나?
갑자기 타악기 부대가 나타납니다.
신명나게 두드리는 북소리, 단조로운 리듬이지만 원초적 본능을 불붙입니다.
마치 남사당 놀이패처럼 각종 묘기와 함께 신들린 연주를 합니다.
한쪽에선 새끼줄을 꼬느라 정신이 없고
'어허? 전형적인 조선시대 기생이네~'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에서 강가의 넓적한 바위에 배를 깔고 있는 선비가 보고 있던 것이
황포돛배에 올라타고 풍류를 즐기고 있던 이런 기생들의 모습을 은밀히 보고 있던 것이 아닐까?
마침 그 선비도 대머리네~~
오랫만에 보는 풍경입니다.
소래시장보단 비싼듯 하지만 지나치면 후회할 것 같아 어리굴젓을 2통 사서 후배와 나눕니다.
이제 민생고를 해결해야지요. 새우젓을 보았으니 족발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덕시장 족발골목으로 갑니다.
근처 합정동에선 SSM때문에 재래시장이 난리가 났지요?
이제는 고층 업무용 건물들로 둘러싸여 이 시장도 위태위태해 보입니다.
우선 오미자 막걸리를 따고
푸짐한 족발 소짜가 나왔습니다.
순대국(술국)은 서비스
요놈도 사이다 한병과 함께 서비스.
순대에 제법 선지가 나름 성의있게 들어갔습니다.
역시 장충동 족발이 한수 위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양이 푸짐하고 서비스가 좋으니 칭얼대면 안되지요.
이 집이 이 골목을 평정했는 지 곁에 붙은 다른 점포를 주방으로 쓰며
족발을 차려내고 있습니다.
"형, 사우나나 한번 때리고 갈까요?"
장기전을 필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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